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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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호기심에 집어 들고 앞부분의 몇 페이지를 읽고,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다행이 그때는 수중에 돈이 없었다. 찾아보니 동네 도서관에 소장되고 있었기에 바로 책을 빌려 읽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5년 만의 신혼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그전에 장강명이 HJ라고 호칭하는 아내와 만나고 연애해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까지의 내용이 재밌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HJ가 호주로 이민을 가려고 했다는 것. 여기서 작가는 <한국이 싫어서>가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이라고 고백한다. 아무튼 본인의 문학적 고백과 함께 기자로 일하다가 기자 생활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기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 생활을 시작했는지 전업 작가의 생활이 막막하지만, 그럼에도 나름 자족하면서 살아가는 일상을 소개한다.


남의 연애 얘기도 꽤 재밌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하려고 여러 번 선을 봤지만, 마음이 차지 않아 번번이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사랑이 호주에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고, 결국에는 호주에 있는 HJ에게 전화를 걸어서 몇 년 정도는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 사랑은 결실을 맺어서 두 사람은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혼인신고를 했고, 작가는 정관수술을 받았고, 30평 정도의 전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꾸렸으며, 결혼 5년 만에 작가가 문학상을 받은 덕분에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행을 떠나니 정확히는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읽은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를 통해서 여행 에세이를 극혐하게 된 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재밌었다. 그 여행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기 보다는 (여행자체는 동남아를 여행하는 평범한 신혼여행에 지나지 않다) 그 과정에서 자투리처럼 끼어있는 작가의 사고가 마음에 들었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의 소설을 쓴 작가 덕분에 비판적이고 삐뚜름한 사고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알랭드보통과 베르나르 베르베르 두 작가를 비평한 부분은 박수를 치면서 동감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작가의 사고는 작가가 여행 동안 읽은 <동물들의 침묵>이라는 책에 많은 부분을 빚졌다. 예를 들자면, 일명 진보주의자라고 일컫는 무리들의 대표적인 문구라고 할 수 있는 억압을 파괴하라같은 말은 오히려 새로운 억압으로서 작동한다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은 요즈음 일명 진보단체들과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일반인들의 충돌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기에 나중에 <동물들의 침묵>을 읽어봐야겠다.


작가와 HJ 두 사람의 신혼여행은 집으로 돌아와 신도림 테크노마트 푸드 코트에서 밥을 먹는 이야기로 끝난다. 작가는 밥을 먹고 30평짜리 전세 아파트에서 이 에세이를 썼을 것이다. 40대 부부가 여유가 안 돼서 5년 만에 신혼여행을 떠난 이야기는 사실 너무 평범하다.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꾸며서 타인에게 팔 수 있는 상품으로 꾸미는 것도 작가의 일일 것이다. 아무래도 전업 작가다 보니까 열심히 일하는 것 같다. 1년 전에 샀지만, 아직 읽지 않은 <한국이 싫어서>는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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