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서울대 인문 강의 시리즈 1
구범진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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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는 흥미롭다일찍이 문명이 발달하고 수많은 민족이 뒤엉켜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기에 이야기는 풍부하고공부할 만한 것도 많다중국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소설이 한가득 한 것은 그들의 역사가 그만큼 풍부하고 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수많은 왕조 중에서 나는 청나라에 관심이 많은데그 이유는 예전에 읽었던 김용 선생의 무협소설인 녹정기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중국에서는 국보급 작품으로 몇 년에 한 번씩 드라마로 새로 제작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소설이다그 소설은 청나라 그중에서 중국 최대의 성군이라고 불리는 강희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소설의 사건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번에 읽은 청나라키메라의 제국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말할 것은 이 책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역사책과는 다르게 논문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어떠한 주장을 했을 때단순히 그것을 서술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 식이다이런 논문은 거의 처음 읽어 보는 것이었지만이 책의 저자는 논문 형식에 부담감을 느낄 독자들을 배려해서 딱딱한 문체를 지양하고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역사책 치고는 짧은 분량이기에 역사를 묘사하는 부분은 흥미로웠지만아쉬울 정도로 간략하고 짧았다대신에 저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기존의 역사인식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을 설명한다내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어서 그의 주장이 파격적인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기존 세간의 인식과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분량을 할애해서 청나라의 성립즉 만주 벌판의 여진족의 족장 중 하나였던 누르하치가 세력을 규합해 나라를 건국하고 뒤이어 등장한 뛰어난 지도자들을 거쳐서현재의 중국의 영토보다 더 큰 세계제국 청나라가 탄생하는 과정을 묘사한다비록 많은 생략을 하지만저자가 묘사한 청나라의 성립 과정은 거대 제국의 탄생을 묘사하는 데는 충분하다그러나 이런 묘사는 저자가 뒤이어 제시할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이 책은 청나라가 어째서 키메라인지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니까.


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여러 동물들의 신체가 혼재된 괴물이다그 뜻 말고도 가진 뜻은 한 대상에 서로 다른 타인의 유전자 혹은 요소가 포함된 존재라는 뜻이다예를 들자면쌍둥이들이 어머니의 체내에서 한쪽이 다른 한 쪽을 흡수하는 경우가 있다그렇게 태어난 태아의 몸 어딘가에는 흡수한 형제의 DNA를 가지고 있다이 DNA는 그 몸의 주인과는 전혀 다른 DNA로 주인의 DNA와는 전혀 섞이지 않고 같은 몸에서 공존한다.


저자는 이러한 키메라의 특징이 청나라를 설명하는데 탁월한 말이라고 말한다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그리고 뒤이어 그들의 제국에 편입된 유목민족인 몽고인마지막으로 청나라에게 정복된 한족과 다양한 민족이 서로 섞이지 않고 공존한 나라인 청나라는 키메라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나라인 것이다.


그에 대한 근거로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는 바로 만한일가(滿漢一家)라는 청나라의 정책을 부정하는 것이다만한일가란 청나라가 국가내의 대다수를 이루는 한인을 회유하기 위한 정책으로 조정내의 관료의 대다수를 한인에게서 기용하는 정책이다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만한일가가 사실상 허울 좋은 말에 지나지 않았음을 주장한다그에 대한 근거는 바로 청나라의 고위관료의 숫자 중에서 만주족의 비율과 한족의 비율을 비교하는 것그리고 그 비율은 만주족의 관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청나라의 지배자들은 대놓고 한인을 차별한 것은 아니지만중요한 위치에는 만주족에만 맡겼고이것은 만주족은 철저하게 한족을 지배의 대상 그리고 타자로서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는 새로운 주장을 펼치는데청나라가 조선을 상당히 우대했다는 것이다앞에서 말했듯이 청나라에서 고위관료는 거의가 만주족 출신으로 이루어진다그것은 외교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청나라가 중요하게 여긴 이웃나라(몽고티베트)같은 경우에는 만주족 출신의 외교관을 보냈고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국가(베트남류쿠)같은 나라에는 한인 출신의 외교관을 보냈다그리고 조선에 파견되는 외교관은 거의가 만주족 출신이었다물론 단순히 파견 온 외교관이 어디 출신인 것만으로는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그럼에도 저자의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청나라가 중요한 외교 현장에서는 철저하게 한인을 배제하는 것을 일관되게 유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청나라의 태도를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조선에서는 폐쇄적인 성리학이 극도로 발전해 사회의 분위기를 둔화시켰고훗날에는 구한말의 위기를 초래하고 만다.

 

책은 자주 읽지만정통적인 학문과는 거리가 먼 문학 쪽을 주로 읽기에 이런 식으로 주장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의 논리적인 글은 읽어 본 적이 거의 없다이 책은 나에게 논리적인 글이 어떤 재미를 주는지 그리고 논리가 독자를 설득하는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역사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그러나 거기에 더해져야 할 것은 바로 논리이다논리를 배제한 체 상상력만으로 쓰여 진 역사는 위험하다그러한 역사는 대중의 입맛에 맞는 말만을 제시 할 것이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역사는 위험한 사상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그러므로 우리는 그러한 주장을 늘어놓는 자(예를 들면 김진명 같은)를 외면하고 그들의 달콤한 말을 무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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