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전역 후, 오랜 시간 서점에서 일한 덕분에 읽지는 않아도 알게 된 작가는 여럿 있다. 다나베 세이코도 그 중 한명인다. 그의 작품과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지만, 일본 영화에는 관심 있지도 않았고 영화 원작의 소설이어도 작품성이 더 좋을 것은 없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기에 먼저 찾아서 읽어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서점을 거닐다. 한 에세이집의 제목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여자는 허벅지’. 제목에서 나를 끌어들이는 불가사의 한 기운을 느꼈고, 충동구매의 충동을 느꼈으나 요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참았다. 다행히 동네 도서관에 이 책이 비치되어 있어서 충동에 넘어가지 않는 자신에게 기특함을 느꼈다.


도발적인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에세이집은 남녀관계의 미묘함과 여성의 성 인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집이다. 1970년대부터 20년 동안 일본의 한 주간지에 연재된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인데, 나는 이 작가가 이렇게 연배가 많은 작가인지 처음 알았다. 박완서 선생님보다 나이가 세 살이나 많았다니, 많아봐야 에쿠니 가오리 정도의 나이인줄 알았는데 원로작가였다. 그것이 의외라고 느껴진 것은 한국 문단에서 연애 소설로 그 정도 경력을 가진 작가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큰 사건이 없었던 일본이기에 연애라는 소재로 이렇게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는 것인가는 생각도 든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1970년대에 발표된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당시에 작가는 40대 정도의 나이였기에 에세이의 문체는 40대 여인이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문체다. 당시에 남녀관계로 인한 치정극이나 사건 사고를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고(이 경우는 주석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옛 시나 문학에서 나오는 애정관계에 대해서도 논하기도 한다. 대놓고 여성의 몸이나 성관계를 소재로 삼기도 하는데, 그것이 찔리기도 했는지. 작가의 어머니가 이런남사스러운 글이나 쓰냐고 따지는 글도 나온다. 정말 웃기는 누나다.


이 에세이집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가모카 아저씨다 작가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오세이 상의 절친한 친구로 나오는데,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현대 여성에 대해서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여자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 데는데, 워낙 그럴듯하게 짓 걸여서 성희롱처럼 들리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은 그럴듯한 말로 들린다. 오세이 상과 가모카 아저씨 둘이서 떠들어 데는 건 거의 만담 콤비가 쇼를 하는 걸 보는 것 같다. 에세이집에서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다니 반가웠다.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자칫하면 비루한 외설로 빠질 수도 있지만, 남녀관계에 대한 통찰과 유려한 문체, 거기에 더해진 지적인 명량함은 그런 식의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내가 가장 놀랐던 부분은 남녀사이라는 소재로 이토록 많은 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사랑은 세상의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는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남녀관계라는 것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존속할 소재인 것 같다.


최근에 에세이집을 여럿 읽고 있는데, 이 에세이집은 그중에서 최고수준이라고 할 정도다. 자기 생각을 세련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독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기술도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지적인 충만감과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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