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의 잠 문학과지성 시인선 586
최두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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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을 소재로 한 시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껴왔다. 평생을 도시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시골 생활의 느린 패턴에 익숙하지 않다고 할까? 아니면 서정시를 가장해서 사랑’, ‘희망’, 같은 감정을 어떤 고민 없이 풀어내는 얄팍한 시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들은 언어의 대한 고민보다는 인간 공통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의지해서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공감에 의지한 시나 소설의 경우는 서점에 가면 수도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 문학의 목적이 공감이되었나. 자연을 소재로 한 시의 경우에는 거의 대다수가 자연예찬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얄팍한 이런 시들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감탄을 했다는 직설적인 내용이 대다수다. 나는 그런 감상에 가까운 시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귀에다가 당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시가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독자는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최두석 시인의 <두루미의 잠>은 그런 점에서 첫머리의 시를 읽고 약간은 움찔거렸던 게 사실이었다. 이 시집도 자연 예찬으로 흐를까? 그런 고민을 하며 시집을 읽었다. 결론적으로는 자연 예찬이 맞았으나 내가 우려하는 방향으로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이 시집의 시들은 오래도록 자연을 관찰하고 그 관찰의 결과를 단순함에 가까운 언어로 표현해나간다. 그 단순함에 어쩐지 마음이 끌린다. 시는 새와 물속의 생물들과 그 모든 것을 품은 산과 강과 흙에 대해서 말한다. 생태 시라는 관점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을 충실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일 수 있는 것이 문학이다. 굳이 생태시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자연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묘사하는 것만으로 시는 무엇보다도 훌륭한 생태시가 되는 것이다.

시를 읽을 때마다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단순하며 요즘 젊은 시인의 시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이라고 할만한 것이 거의 없지만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이 그려나가는 자연의 요소요소가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단순하기까지 한 언어만으로도 이런 걸 느낄 수 있구나 하고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곳에 가서도 그저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 나를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의 감상일 것이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시집의 시들은 그만큼 시인이 사랑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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