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치광이 이웃 위픽
이소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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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집을 꾸준히 읽는 편인데, 그런 거 치고는 시를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좋아하는 시인은 몇 있는데 나랑 나이대가 비슷한 시인의 시는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소호 시인의 경우도 그런 경우로 시인의 첫 시집인 <캣콜링>을 우연히 접하고 그 뒤로 시인의 팬이 되었다. 시집도 사고, 산문집도 사고 그러던 와중에 위즈덤 하우스에서 나온 새 단편 시리즈에 이소호 시인의 신작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에 구매하게 되었다. 제목은 <나의 미치광이 이웃> 제목만 보면 시인이 이전에 써온 시들과 결이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니깐 SF 소설이었다. 심지어 꽤 잘 썼다! 세상에나.

 

엄밀하게 말하면 일반적인 SF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기는 하다. 현재의 연장된 미래가 배경이기는 한데. 사실 기후변화는 확정적이고 그에 따른 혼란마저도 확정적인 시대이기에 그 변화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미 많이 접해보기도 했고. 이 소설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거기에 예술의 종말이라는 키워드를 하나 더 끼얹는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모두 필요 없다는 이유로 파괴된 이후의 세계에서 살게 된 예술가의 삶을 그려나간다.

 

소설의 서사는 주인공이 독일 베를린에서 미술 공부를 위해서 유학하던 시절에 만난 미아라는 천재 아티스트를 그려나간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진 섬나라의 난민이자 천재 아티스트의 재능을, 심지어는 그녀가 난민이라는 것까지도 질투한다. 자기가 난민이었다면 그것을 소재로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내 취미 중 하나는 가끔 생각날 때마다 현대 미술관을 방문해 수 많은 작가의 작업물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곳에는 멋모르고 들어온 중년의 여성들. 그냥 데이트하러 들어왔다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두고 킥킥 웃는 커플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나는 시를 읽는 것처럼 작품을 감상한다. 그러니깐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서사가 메시지가 숨어 있지만 결국 작가가 설명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독해할 수 없다. 이 소설은 그것을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이며, 예술이 사라졌기에 그만큼 더 강렬해진 예술가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사실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다. 누군가에게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저것은 실용적이지 않으니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그가 그런 생각을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예술이 죽은 시대란 곧 모두가 질식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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