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튜브를 켤 때마다 내가 찾고 있던 동영상이 떠 있으면 놀라고는 한다. 아니면 책을 살 때 추천 마법사에 뜬 책이 내 취향을 따를 때. 이게 4차 산업 혁명인가 싶었다. 몇 년 전부터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빅데이터라는 말은 이젠 완전히 사회에 자리 잡았고 현대 소비 사회의 한축이 되었다.

 

몇몇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소유한 기업이 차차 국가보다 더욱 강력해지며 그들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천생연분>은 그런 전망이 극한까지 벌어지는 일종의 디스토피아 물이다.

 

<천생연분>은 탈리라는 AI비서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그에 맞춰서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 사회도 이런 추천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소비가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강화된 빅데이터가 점점 비대화해지고 나아가서는 그 선택이 인간이 아니닌 AI가 주도 한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은 몰개성해지고 점차 파편화 개인화 된다. 소설에서는 이러한 폐해를 황폐화 된 도시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예측 자체는 과학자나 사회학자들이 충분히 예측한 상황이어서 딱히 새롭다 할만한 건 없었다.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해커들의 성공할 뻔한 시도도 여전했다. 다만 그런 해커들의 시도도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는 것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과 동료 해커가 센틸리언의 이사와 만나는 장면은 <멋진 신세계>가 떠오른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이 세계의 지배자와 대면하며 세계의 진실을 깨닫는다. 이 소설에서도 센틸리언 이사의 설명은 그래 이 체제가 나쁜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장점도 있지? 어때 이제 우리가 같이 단점을 보안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해볼래?’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사의 말에 동의한다.

현대 물리학의 해석에 따르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타고난 유전자는 선호를 만들고 인간은 그 선호에 따라서 움직이는 존재다. 센틸리언의 AI기술은 그런 선호를 강화함으로써 인간을 더욱 고정된 존재로 만들 것이다. 설령 자유의지가 착각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착각을 진실이라 믿을 것이고 그런 믿음 하에선 이 소설이 그리는 결말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