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 : 중국 여성 SF 걸작선
시우신위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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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에서도 다양한 SF소설이 출판되는 편이고, 그중에서도 중국의 SF소설도 몇몇 출판되는 편이다. 류츠신의 삼체 시리즈나 미국의 SF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하오징팡의 <접는 도시>같은 소설은 SF팬 사이에서는 나름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의 이 두 작가의 공통점은 현대 SF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 받고 국내에도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두 작가의 작품들은 읽어보면 기존 SF의 계보를 충실하게 따랐다는 느낌이 든다.

 

<베스트 오브 차이니즈 SF>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그 점을 그리 강조하지 않더라도 충분해 훌륭한 소설집이었다.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식에 부합하는 소설도 있었고 그 인식을 배반하는 소설도 있었다. 중국의 다양한 문화적 속성을 융합함으로써 다양한 장르를 자랑하는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존의 SF에 부합하는 작품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고전을 소재 삼은 소설들, 중국식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는 선협물도 있었다.

 

페이지 수가 굉장히 많고, 수록된 소설도 많았기에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겠고 그중 기억에 남는 몇몇 작품만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오덕의 수련기>는 여우 요괴가 공덕을 쌓아서 신선이 되려고 잔꾀를 부리다가 억까를 당하는 이야기인데 보통 동물이 의인화된 세계관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맛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서로를 잡아먹고 착취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이것이 중국인가. 선협물이 이런 느낌인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끝 레스토랑>은 옛 동양화를 소재로 한 시간여행 물이었다. 미래인과 과거인이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중국 역사의 격동기에 실존한 한 인물을 모델로 삼아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나는 서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의 분위기가 내 취향에 가장 잘 맞아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아기야, 아기야, 난 널 사랑해> 가상의 아기를 키우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모든 걸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신이 런칭하는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결혼하고 아기도 낳는다. 한국 같은 저출산 사회를 풍자하는 느낌도 들지만,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일에 미친 아버지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결말을 취하고 있었다.

 

소설 중에 기억나는 소설은 이 정도이다. 여기에서 쓰지 않은 다른 단편들도 좋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한국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붙으면 보통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책이 많은데 이 소설집 같은 경우에는 그저 작가들이 모두 여성일 뿐 내용이나 소재는 너무 다양한 소설이었고 흔하지 않은 맛을 내는 색다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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