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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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중국 문학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모옌이나 위화같은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본적이 없다. 대신에 감명 깊게 읽은 것은 김용의 신조협려같은 무협소설이나 류츠신의 삼체라는 SF소설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너무 유명하니 따로 할 말이 없지만, 우리에게는 거의 불모지인 중국의 SF소설을 읽는 것은 꽤나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SF시장은 꽤나 커서 다수의 팬이 존재하며 그들을 위해서 소설을 쓰는 작가도 많다. 삼체도 그러한 소설 중 하나로 중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단위로 인정받는 소설이기도 하다. SF소설이 수상할 수 있는 상중 가장 명망 높은 상인 휴고상을 수상했다.


중국 SF에 이어서 중국 추리 소설이라니 특이했다. 국내에 소개된 외국 추리 소설이라면 일본의 추리 소설이 대표적이고 나도 일본 소설을 읽어왔다. 일본 추리소설 속에서 중국 추리소설이 덩그러니 놓여있었기에 이 책을 산 걸지도 모르겠다. 휴일의 여유로운 일정 덕에 하루 만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전날에 적게 잠을 자서 피곤했음에도 한번 책에 몰입하자 쉴 틈 없이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기억에 관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쉬유이는 홍콩의 형사로 둥청아파트에서 일어난 잔인한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가 불연 듯 차안에서 깨어난다. 머리에 심한 두통을 겪는 와중에도 쉬유이는 경찰서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다. 둥청아파트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6년이 지났음을 깨닫는다. 시간을 뛰어 넘은 것은 아니다. 쉬유이 자신이 지난 6년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당장 병원에 달려가야 될 상황에도 불구하고 쉬유이는 자신의 시점으로 지난주에 일어난 둥청아파트 살인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이렇게 줄거리를 써가면서 다시 이 소설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치명적인 스포를 하는 것이니 말할 수는 없지만, 범인의 동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과연 그러한 이유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소설의 완성도가 높다 보니 이정도 흠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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