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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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하는 보다시리즈는 <소설 보다>에서 시작해서 <시 보다>까지 꾸준히 챙겨 읽는 시리즈다. 출판 시장에서 SF라는 장르의 위상이 커지는 만큼 좋은 SF단편을 수집하려는 모양이구나! 하고 좋아했다. SF는 고정적으로 발표할 만한 지면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이런 창구가 생긴다면 참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망해 버렸다.

 

이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SF팬으로서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문지혁, 심완선 등이다. 한국 SF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 중에서 문지혁 작가와 심완선 평론가는 책 앞 부분의 발취 문이나 책 뒤편의 해석 등을 담당했다.

 

소설집의 소재는 얼음인데, 작가들은 이 소재를 바탕으로 얼음에 뒤덮인 디스토피아나 움직임이 멈추는 정지의 상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첫 번째 곽재식 작가의 소설인 <얼어붙은 이야기>의 화자는 곽재식이다. 그러니깐 메타 소설인 건데... 곽재식 작가의 소설 중에 이런 유의 이야기를 좀 많이 봐 왔어서 응? 싶었다.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출판을 하는 작가고 나도 시중에 출판된 그의 책을 여러 번 읽은 경험이 있어서 그의 문체를 아는데, 그런 책의 문체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내가 중학생 때 곽재식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고 받은 충격은 어디에 갔단 말인가... 요즘 작가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곽재식 속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글을 쓰는 건 좋지만 개인적으로 소설마저도 새롭지 않은 건 큰 문제인 것 같다. 이전 작가의 작법서를 읽었을 때는 작가로서의 기회 없음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기회가 온 지금에 와서는 작가로서 너무 비슷비슷한 작품을 써나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구병모, 남유하 작가는 얼음이라는 키워드를 시작적으로 보여주는 얼음이 가득한 세계를 그려나간다. 구병모 작가는 애초에 취향이 아니었고, 남유하 작가의 작품은 상당히 잔혹해서 기억에 남았다. 박문영 작가의 <귓가의 세입자>는 얼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독특하게 해석했는데 이탈리아로 워크숍을 갔다가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현장에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흥분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한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니 내가 SF가 아니라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했다. 키워드에서 가장 멀지만 그렇기에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던 소설이었다.


이상하게 연여름 작가이 소설과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잘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마 무난하게 좋아서 그랬을 것이다. 독자에게 기억에 남는 소설은 나쁘거나 아니면 좋은 경우이다. 이 까칠한 독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시기를, 내게 무난하다고 다른 독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감상의 차이가 독서의 근원적인 속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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