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 음주욕 먼슬리에세이 3
권용득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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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에디터의 먼슬리시리즈는 아무튼 시리즈에 이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시리즈다. 계기는 같은 시리즈의 <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를 읽고 나서다. 겁나 웃기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먼슬리 시리즈는 자신의 삶을 지배한 욕망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일도 사랑도 한잔 마시고>는 그중에 음주욕에 대한 책이다.

 

음주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좋아하는,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할 때나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다. 회사나 불편한 집안 식구들, 가족들과 함께할 때 술을 마시는 시간은 괴로운 시간이 된다.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지금에 와서는 귀찮은 질문들이 자주 찾아오고 인생에 훈수 놓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 참 피곤하다.

 

<일도 사랑도 한잔 마시고>는 만화가인 작가가 술에 얽히어 일어난 인생의 변화한 이야기다. 술자리에서 처음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그 아내와 눈이 맞아 술을 마시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고 그래서 가정을 이루게 된 이야기다.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책임감총각일 때는 돈 없는 가난한 만화가였어도 좋았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그것을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책은 술에 얽힌 유쾌한 주사담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른 편으로는 어떻게든 가족을 건사하려고 노력하려는 가장의 눈물 어린 생존기이다.

 

술을 마시며 울기도 하는 우리이기에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웃기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 성공하는 예술가는 포르쉐를 끌고 다니지만 수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은 홀로 살기도 가족을 건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이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결국 도와주는 건 부모님 밖에는 없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이 사회의 각박함이다. 저출산이다 뭐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도 나라에선 도와주는 것 하나 없으니 결국 부모님 말고는 도움받을 곳도 없다. 낄낄거리며 책을 읽다가도 이런 지점에선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그럼에도 작가의 삶에 웃음 지을 수 있는 건 가난해도 뭐해도 즐겁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가로선 잘 안 풀린 작가지만 페이스북에 쓴 글이 인기가 좋아서 이렇게 책도 내셨다. 책을 내고 나온 인세로 가족들과 고기라도 사 드시길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시는 끝내 인생까지 바꾼 술도 잘 드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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