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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ㅣ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평점 :
항상 내 서재에 꽂혀 있을 책을 나중에 읽게 되는 건 모든 독서가의 습관이 아닐까 한다. 매해 계절마다 세 편의 단편을 모아서 출간되는 ‘소설보다’ 시리즈는 지난 2018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후 매해 모으는 소설 시리즈이다. 그렇다 보니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집임에도 책 제목에 어울리지 않은 계절에 소설을 읽게 되는 때도 있다. 이번 봄의 경우에는 가을에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세 편의 소설과 그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린 소설집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재미있었다.
첫 번째 소설인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꽤 문화적 식견 있는 거로 여겨지는 ‘나’가 발리로 여행을 떠나며 머물게 되는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만남에 대한 소설이다. 문화적 식견이나 취향으로 인간의 우열을 구분하는 ‘나’의 시선과 그러한 구별짓기를 막상 당하면 반발하는 ‘나’의 이중적인 태도가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장면의 변화가 자주 있는 편인데 그런 변화를 잘 묘사하는 게 관건인데 단편의 포맷임에도 꽤 긴 시간과 다양한 인물을 다뤘다는 점이 좋았던 소설이었다. 마지막의 인터뷰를 보고서야 이 소설이 ‘스테레오 타입’에 관한 이야기임을 이해했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깨닫게 된 것이라 답안지를 들여다 보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생각을 준 작품이었다.
김나현 작가는 <휴먼의 근사치>라는 SF소설을 통해서 만나본 작가다. 이번 소설은 다양한 인물과 일상적이지만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그런 소설을 선보였다. 답답한 줄거리일 수도 있지만, 작가가 위트있는 대사를 보여준 덕에 꽤 재미있던 소설이었다. 캐릭터가 다양한 데 꼰대이지만 어떨 때는 또 어른인 그런 아저씨 캐릭터가 나오는 게 꽤 재미있었다.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은 인간의 아이러니한 모습과 꼬이고 꼬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성혜와 수, 순정 고모 같은 인물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은 그 인물들이 엉키고 엉켜서 만들어낸 관계의 망이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가을에 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써나간다. 읽은 계절 때문인지 문장 속의 세계가 모두 가을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