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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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웬만하면 매번 사서 읽어보려고 하는 시리즈이다. 첫 책이었던 셰익스피어가 2018년에 나왔으니 거의 5년 동안 읽어온 시리즈다. 그중에는 만족스러운 독서도 있었고, 불만족스러운 독서도 있었다. 알고 있던 이름도 있었고, 몰랐던 이름도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책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아예 몰랐던 인물에 관심이 생기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말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말러의 인생 역정을 설명하면서도 그의 인생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당대 사회의 특징과 그의 음악이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해준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영광 아래에서 유대인이라는 부외자로 차별받으면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당대 유럽의 최고의 음악 지휘자로 인정받지만, 동시에 머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을 작곡하던 창작자로서의 말러의 모습이 그려진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이 부분이기도 했다. 말러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 지휘자였지만 창작자로서는 무시를 당한다. 방금까지 지휘자로서 명령에 복종하던 음악 연주자들이 막상 말러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하면 악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구절은 참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지휘자로서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작곡은 꿈에도 꾸지 말라는 것인가? 권위에는 순종하지만, 그 권위의 대상이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바로 무시하는 모습은 음악가로서 말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인정받는 고전만을 연주하는 당대의 예술관과 겉으로는 포용하면서도 차별하는 20세기 초의 오스트리아 제국의 사회적 모습.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말러를 그려나간다. 역사, 사회, 당대의 문화, 말러의 인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훌륭한 전기이다. 이전에 같은 시리즈로 출간된 고흐의 전기를 아쉽다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 바로 다음에 읽은 이 책은 내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다음은 또 어떤 사람이 다루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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