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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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담배 연기와 바에서 온더 록스로 제공하는 한잔의 위스키. 우중충한 하늘과 탐정. 현재 많은 탐정, 미스터리 소설에 영향을 준 이미지는 1900년대 초 한 소설가에 의해서 창조되었다. 필립 말로라는 한 인물의 유형을 창조한 챈들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원한 우상 같은 작가다. 한국에선 챈들러의 작품은 일부 미스터리 애독자 외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창조한 인물, 이미지, 풍경 등 하드보일드라고 일컫는 장르의 이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빅슬립>은 챈들러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필립 말로가 등장하는 첫 장편 소설로 모든 작가들의 꿈인 첫 작품에서 성공을 달성하게 해준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필립 말로가 사위의 실종을 조사해달라는 대부호의 의뢰를 받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미스터리 소설의 줄거리는 많이 쓸수록 좋지 않으므로 이만 줄이겠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과 그를 갈무리하는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그것 하나만은 보장한다.

 

분위기에 한 대 얻어맞고 시작하는 이 소설은 수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 시리즈가 도대체 왜 유명한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번역이 별로였던 것 같았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게 좀 망설여 졌다. 하지만 문학동네는 훌륭한 역자를 구한 것인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의 위대함이여. 참 즐거운 일이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생전에는 싸구려 취급을 받던 탐정 소설로 수 많은 작가의 인정을 받는 명작가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당연히 감안하고 읽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으니 이 소설 특유의 분위기는 그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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