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팔이 소녀 말로센 시리즈 3
다니엘 페낙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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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책장이나 그런 책이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샀을 때는 신나는 마음으로 샀지만 막상 책을 읽지는 않고 1, 몇년이고 책장에 꽂아놓은 그런 책들 말이다. 내겐 <산문팔이 소녀>가 그러한 책이었다. 군대 전역 이후에 중고서점에서 한참 책을 많이 사던 시절에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냥 표지가 마음에 들면 책을 살 정도로 책에 미친 독자였었다. 스스로 돈을 번다는 일에 취해있던 때였다.

 

<산문팔이 소녀>는 프랑스의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이다. 일명 말로센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같은 시리즈인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기병총 요정>도 같은 출판사를 통해서 발매되었다. 웃기는 일이지만 이 책이 말로센 시리즈의 3번째 시리즈도 이 책을 펴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스토리 자체는 이어지지 않고 인물들의 배경이 전작에서 이어진다는 것만 빼면 책을 읽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산문팔이 소녀>라는 제목을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글을 파는 천재 소녀 작가가 등장한다는 것이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토대에 가족소설과 판타지 요소가 섞인 소설이다. 기본적으로 유쾌하며 즐겁다.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지며,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내 책장에 숨겨져 있는 숨은 걸작이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고 나니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이 왜 이렇게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체가 유머러스하다. 진중한 추리소설임을 내세우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다른 걸 내세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냥 명작이라고 소리치면 어땠을까 싶었다.

 

소설의 분량은 방대하지만, 내용이 워낙 재밌으니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플롯이라기보다는 장면의 유기적인 연결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재미있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다니엘 페나크의 글은 가끔 읽어보는 지경이었지만 <산문팔이 소녀>를 읽고 난 이후에는 이 말로센 시리즈의 소설 모두를 읽고 싶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느껴졌다. <살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는 절판이 되었고 <기병총 요정>은 아직 구할 수는 있는 듯하다. 되도록 책을 구해보도록 해야겠다.

 

아무튼, 한국인은 다니엘 페나크를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모두 이 유쾌하며, 사색적이며, 흥미진진하며, 심지어 잘 쓰기까지 한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리뷰를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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