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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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재밌다. 문장은 간결하고 좀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개성적이고 재미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다. 그것마저도 개성적으로 느껴지는 게 장류진의 인물들이랄까.

 

이전 작품인 <달까지 가자>와 첫 소설집인 <일의 기쁨과 슬픔>도 이런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은 현대 사회를 덤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욕망은 천박하고 징그럽지 않아서 좋았다. 천박한 욕망이라는 것은 때로는 얼마나 징그러운 것인가.

 

<연수>는 이전에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해에는 유독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 인기 작가상 수상자들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수>는 이전 젊은 작가상 수상작들과도 결이 많이 달랐던 작품이어서 기억이 난다.

주인공인 주연은 작가의 다른 작품의 인물들처럼 30대 중반의 성공적인 직장인이다. 공부도 잘하고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에 들어간 인물이다. 한국 소설로 따져보면 참 희귀한 인물이기는 하다. 아마 경제적 통계로 해도 상위권에 들 인물이다. 하지만 주연에게도 두려운 일이 있으니 그건 바로 운전이다. 주연은 운전을 못 하며 운전 실기 시험에서 사고를 친 이후 운전에 트라우마를 느낀다. 그리고 이제 직장 출근을 위해서 운전 연수를 받기로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연수를 도와주는 강사를 구하고 그 강사에게 운전을 배우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다. 주연이 그렇게 싫어하는 어머니 같은 말을 하는 강사에게 질리기도 하지만, 연수를 할 수록 강사의 말에서 운전뿐 아니라 다른 점을 배우게 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강사의 도움마저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만 운전하는 주연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그 장면을 읽으며 뭐랄까. 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결국 연수를 받았던 순간이 떠올라서 반가웠다고 할까.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장류진 작가는 뭐랄까. 가끔 소설에서 찌질한 남자를 내세울 때가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 수록된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마음에 든 여자가 남편을 사고로 잃자 후쿠오카에 가서 열심히 썸을 타려는 이야긴데. 남편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의 슬픔에 공감한다기 보다는 자기 연정이 더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번 소설집에도 비슷한 소설이 등장한다. <펀펀 페스티벌>이라든지 <라이딩 크루>라든지 그렇다. 뭐랄까. 작가님의 경험담이 아니길 간절하게 바라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공모>는 표제작인 <연수>와 더불어서 가장 치밀하다고 느낀 작품이다. 남초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간 와 회사의 남자 상사들이 자주 회식을 가던 주점 천의 얼굴이 얽히는 이야기다. 이 소설도 남초 회사의 구린 면만을 조망하는 소설이 될 수 있지만 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전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소설이었다. 꽤 재미있게 느낀 소설이다.

 

장류진 작가의 소설들은 30대 중반의 커리어우먼을 내세우기에 단편집을 읽다 보면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같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작가가 자기가 잘 하는 걸 수도 있으리라. 또 작가가 다루는 이야기의 특징은 한국 소설이 다루는 방식과도 다르다. 음 말하자면 내 주변 친구들이 자기가 재미있던 일들을 썰 푸는 느낌이랄까. <연수>의 주 소재는 운전 연수였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소설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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