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특별보급판)
이신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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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회째를 맞은 문윤성 SF문학상 단편 수상집이다. 대상 부분과 단편 부분이 나누어져 있는데 대상은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 우수상은 <조선 사이보그전>이다. 단편 부분의 대상 수상자는 이신주 작가의 <내 뒤편의 북소리>이다. 이신주 작가는 지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 그때도 상당한 필력을 느낀 작가였으나 2, 4회 수상자인 김초엽, 황모과 작가가 수상한 이후 SF분야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잡는 동안 이상하게 이신주 작가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문윤성 문학상에 단편 부분이 새로 생기자마자 소설을 제출했고 바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내 뒤편의 북소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한 지구를 우산과 닮은 촉수 외계인이 방문하고 그들의 멸망 이유를 사유한다는 스토리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체는 유머러스하지만 야유를 보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체는 과하면 소설의 분위기를 깨버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문체자체가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케이스다. 지구에 닥쳐온 위기와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역으로 지구를 멸망시켰다는 아이러니가 제시되는데 그 멸망의 이미지가 이전(소설 속에서 제시한 여러 멸망의 이미지)에 다른 매체에서 답습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흔히 시간은 모든 것을 무로 만든다고 하는데 그 ()’를 이미지화에 성공한 것만으로 이 소설의 성취는 놀라울 만하다.

또 개인적으로는 대상 수상작인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와도 결이 비슷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도 작가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인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백사혜의 <궤적잇기>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그 때문에 어슐러 르귄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시력을 잃은 대신에 파동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트라피스트인인 아빠와 기존의 지구인처럼 생활하는 화성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의 시점에서 이어진다. 나는 혼혈아이기에 두 세계의 중간자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이 소설은 합쳐지려던 두 세계가 끝내 어긋나다가 멀어지는 이야기로 그 과정에서 소수자로 세상을 본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융합해낸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메시지만 본다면 대상 수상작보다 더 훌륭하며 단순히 PC적인 소재나 설정만으로 그러한 메시지를 달성하려고 하는 게으른 작품과는 상이한 훌륭한 작품이다.

 

<한밤중 나타난...>은 앞의 두 소설보다는 조금 일상적이고 SF치고도 소프트하지만 그 때문에 재미있던 소설이었다. 육아를 다루는 두 시선은 크게 축복저주일 것이다. 그러한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에 시선을 둬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마음만 생긴다. 현실의 육아란 두 간극 사이의 외줄타기로 처음 부모가 되는 젊은이들이 그러한 간극을 메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며 그러기 위해선 대단한 조언이 아닌 를 살펴주는 세심한 시선에서 시작됨을 시사해준다. 최근에는 인간이 인간성을 잃어간다면 AI가 인간성을 지키는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는 하는데 그러한 시점에서 봤기 때문인지 더 재밌었던 듯하다.

 

마지막 작품인 <신의 소스코드>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큰 스케일의 세계관을 지닌 소설이며 SF작품으로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과 세계를 건너뛰는 세계관이 결합 된다. 후반부까지 주인공이 애타게 찾는 대상인 쥬시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소설의 진행을 끝까지 견인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대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수상까지는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존 프롬은 한국과학문학상에서도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최근에는 소설집도 출간하였는데 나도 필히 구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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