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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평점 :
작가 김병운은 이 소설집을 읽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아무튼, 방콕>은 여행 에세이로 책 추천에 인색한 친구가 친히 추천해 주었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 이후 작가가 민음사에서 낸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레피>도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었는데 <아무튼, 방콕>의 작가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공상표>를 읽고 나서도 든 생각도 기억난다. 첫 소설책을 낸 작가에게 이 <공상표>가 하나의 이정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맞았는지 김병운 작가의 글을 작가의 소설집이 아닌 다른 문예지나 수상집 등에서 읽을 수 있었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은 젊은 작가 수상작으로 기억하며, <윤광호>나 <한밤에 두고 온 곳>도 다른 문예지에서 본 소설들이다.
소설집의 소설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퀴어’장르의 소설들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새롭지도 않지만, ‘정체성’이라는 말은 소설 안에서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김병운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굉장히 오래 번민하며 고민해왔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이게 자신의 정체성은 생애 전부를 바치며 고민하야 하는 일이다. 나는 한국인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아무런 고민 없이 받아들였지만, 자신이 하는 말이나 살아가는 일들이 다 가짜 같은 감각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터였다. 그들에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사회적 위치나, 가족들에게서 버려질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일 것이다.
소설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마다 무거운 고민이 담겨 있었고 그 때문에 내가 오래도록 김병운 작가의 글을 기다려 왔음을 확신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