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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ㅣ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지구 온난화,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이제 더 이상 아포칼립스 배경의 서사가 낯설지가 않다. 단요 작가의 <다이브>는 물에 잠긴 서울이라는 배경을 취한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사실 첫 인식은 약간 기존의 아포칼립스 물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런 인식은 책의 첫 페이지를 펴든 순간 깨졌다. 소설은 서울이 어떤 과정으로 물에 잠겼는지 물에 잠긴 서울의 행정구역이 사라지고 서울 군데군데 서 있는 산으로만 남은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은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서울의 흔적이라고 할만한 산에 모여서 살아간다. 몇몇은 비교적 육지가 남은 강원도로 간다. <다이브>의 세계에서 정부라고 할만한 건 강원도에 있는 모양이다. 남은 산에 감자와 같은 작물을 키우는 삶에 적응하며 그중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물속으로 들어가 옛 서울의 폐허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찾는다. 주인공 ‘선율’은 그런 물건을 찾는 ‘물꾼’이다. 과거에는 신촌이라고 불렸던 노군산에 사는 선율은 근처에 있는 남산의 물꾼 아이들과 내기를 했고 그를 위해서 물에 잠긴 서울로 잠수한다.
전자제품 따위야 쓸데가 없는 세계이지만 그래도 희귀하기에 선율은 전자제품을 찾으러 건물을 뒤지다가 어떤 소녀 모양의 기계 인간이 들은 사각형의 물체를 발견한다. 선율은 자기도 모르는 끌림에 그 물체를 가져가고 그 안에 들어있던 기계 인간을 작동시킨다. 그 기계 인간은 깨어나서 스스로를 ‘수호’ 채수호라고 말한다.
수호가 기억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의 인생. 암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던 때에 차도가 보이지 않자. 자신의 의식을 기계에 업로드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은 수호의 의지라기보다는 부모가 정한 것이다.
서울이 물에 잠긴 건 15년 전이고, 수호의 기억이 끊긴 건 18년 전이다. 그 사이에는 3년의 시간이 있다. 수호는 그 3년간의 기억을 찾으려 하고 선율은 그 기억을 찾아주겠다고 맹세한다. <다이브>의 이야기는 수호의 기억을 찾는 이야기고, 인간이 과거와 화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게 세계를 설명하는 첫 부분의 묘사가 일품이었다. 이 정도로 깔끔하게 셰계관을 보여주는 소설은 흔하지 않다. 또한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것이 싸움이나 야만, 인간의 어두움을 보여주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음에 좋았다. 이 세계의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세계가 주는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단순히 희망을 얘기하기 보다는 그 삶을 끔찍하게 여기고 포기하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짧은 분량이고 창비 청소년 문고로 출판되어 가볍게 생각하고 읽었다가 책을 다 읽는 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이 묵직한 주제의식을 가진 소설을 왜 청소년 소설로 출판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단요 작가는 <다이브>의 출간을 기점으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해 출간도 더 활발하며 여러 공모전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는 박지리 문학상과 문윤성 SF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는 대단한 역량을 지닌 작가임을 증명해냈다. 나도 <다이브>를 읽고 나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