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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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하면 <타워>이고 작가 본인이 자주 밝혔듯이 인구가 한 50만 명쯤 되는 사회를 배경으로 했을 때 본인이 가장 잘 쓴다고 했다. 이 소설의 배경인 사비는 원통형 스페이스 콜로니 즉 우주 거주지이다. 만약 기동전사 건담 같은 에니메이션을 즐겨 봤다면 익숙한 형태의 거주물이다. 거대한 원통 구조물이 회전하면서 인공 중력을 발생시키고 그 중력으로 사람들이 지구와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

 

배명훈 작가의 특징은 특수한 사회와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인 <타워>에서는 빈스토크라는 초대형 빌딩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유의 문화와 사회적인 현상을 효과적으로 다룬 바가 있다. 그 디테일이 굉장히 좋았었다. 이번 소설에서는 제목처럼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에 관한 이야기다.

스페이스 콜로니는 보통 원통형의 구조를 취하는데 딱히 위아래는 없고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위를 쳐다보면 천장쪽 공간이 보인다. 말로 설명하니 어려운데 쉽게 말해서 내가 돌을 세게 던질 수 있다면 그 돌은 허공을 가르다가 반대쪽 즉 천장 쪽 동네에 닿게 된다. 그건 총도 마찬가지여서 아래에서 총을 쏘면 지구에서는 하늘로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추락하겠지만 사비에서는 그냥 반대쪽 동네에 맞게 된다. 소설 초반에 우산이 나타나는데 비도 안 내리는 데에서 이게 왜 나오나 소설의 주인공과 함께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천장에서 총알이 쏟아지기 때문이었다. 즉 그 우산은 방탄 우산이었던 것이다.

 

유독 킬러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도 킬러가 등장한다. 이 특이한 환경에서 암살자가 어떻게 암살을 진행하는지를 그려나간다. 배명훈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특이한 공간에서 그 현상이 어떻게 일어날지를 사유한다. 그래서 그런지 긴박할 수 있는 서사에서 긴장이 좀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전에 작가의 다른 소설인 <은닉>에서도 느낀 점인데 킬러가 칼을 찌르고 총을 쏘는 순간에 계속해서 사유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런 점은 없긴 했지만, 사건이 좀 쉽게 해결되는 느낌이다. 하긴 이 소설의 결말이 화해와 평화를 향한 길인데 피와 살이 난무하는 것은 이 소설의 주제와 상반되는 전개이기는 하다. 킬러를 다 같은 방식으로 다루라는 법도 없고 하여간 재밌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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