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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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은 이제 믿고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작가의 책을 꼬박 꼬박 구매해서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한국 소설 중에서 특이하게도 마법 소녀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마법 소녀라는 소재는 주로 일본, 거기에서 만화나 에니메이션에서 다뤄지던 소재다. 90년생이라면 어린 시절에 티브이에서 방영하던 각종 마법소녀 물을 본 기억이 날 것이다. 세일러문에서 시작해서 카드캡처 채리 같은 에니메이션이 크게 유행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박서련 작가의 문화적 DNA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법 소녀를 소재로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서련 작가가 평범한 마법 소녀물을 쓴 것은 아니다.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더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할까?

소설의 분량은 200페이지 남짓의 경장편 소설이며, 경장편 치고도 파트가 많아서 어디 사이트에서 연재하던 소설인가 싶었다. 원래 문단 문학 쓰던 사람들이 유독 이런 거 못 쓰는데 박서련 작가는 이런 형식의 연재도 무리 없이 소화한 듯하다. 장과 장 사이에 연계가 뚜렷하고 다음 얘기를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박서련 작가는 마법 소녀와 마법 소녀의 공동체를 일종의 여성 간의 연대체로 재해석했다. 마법 소녀들은 국가에서 독립된 조직으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위해서 테러를 막고 사고현장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구한다. 주인공은 는 스물아홉 살이지만 직장도 없고 제대로 돈을 벌어본 경험도 없다. 신용카드를 계속 연체하다가 그를 지불 할 몇백만 원이 없어서 자살할 결심을 한다. 절망에 빠진 나 앞에 예언의 마법소녀 이로하가 나타나서 나에게 당신은 지상 최강의 마법 소녀가 될 운명이라고 말해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절망에 빠진 인물이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다. 마법소녀 물에서 주로 악역으로 등장하는 마왕이나 외계인이 나타나지는 않고 담담하게 기후위기가 인류 멸망의 위기라고 선언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걸 마법소녀가 했다는 점에서 우습지만 무섭도록 현실적이었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가장 강력한 악역이 등장하는데 그 악역의 무지막지함이 좋았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간단한 이야기가 흥미로운 약역을 탄생시켰다고 할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왠지 이 소설의 다음 편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 때는 기분좋게 읽었고 다 읽으니 생각나는 점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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