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에겐 없다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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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의 유형이 존재한다. 한국으로 한정하면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막장 드라마라던가. 로코드라마라던가. 기업물, 재벌물, 검사물 등등. 웹소설이나 SF처럼 일정한 독자군을 지닌 장르에서는 반드시라고 할까. 클리셰가 등장하게 된다. 듀나 작가는 SF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영화의 오랜 광적인 팬으로서 영화 평론 활동도 이어나가고는 했다. 이 책은 영화 클리셰를 모아 놓은 책인데, 첫 번째 책인 <여자 주인공은 모른다>를 몇 년 전에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접하니 참 반갑게 느껴졌다. 클리셰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농담에 대해서 농담하는 것 같다.

 

듀나 작가는 이 책에서 영화에 대한 여러 법칙을 정리해 놓았다. 그중에 기억나는 건 만화 캐릭터가 작품이 연재되는 수십 년 동안, 나이를 먹지 않는 만화 주인공들. 예시로는 <심슨 가족들>을 들었지만, 짱구라든가 명탐정 코난이라든가. 그런 얘는 참 많다. 나보다 형이었고, 동갑이었다가. 이내 동생이 되어버린 내 친구 짱구는 이제 스스로 자기가 왜 영원히 다섯 살인지를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죽기까지 해서 그 작품은 영원히 완결되지 못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아역 배우가 나이를 먹기 때문에 매 시즌마다 아역 배우를 바꾸지 않은 한에는 결국에는 그 이야기를 끝마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화는 그러지 못하므로 짱구는 영원히 다섯 살로 남게 된다. 짱구의 친구였던 우리는 나이를 먹고 짱구만한 아이를 기르기도 하며, 짱구가 새겨진 굿즈를 사며 그 추억을 되새긴다. 참 시간이 무심하게 흘러간다.

 

이 책은 주로 할리우드 영화를 다룬 것 같은데, 이제 자체적인 컨텐츠를 넘치게 생산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발맞추어서 드라마 클리셰 사전이 출시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그것도 꽤 재미있는 책이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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