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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마음산책이 낸 짧은 소설 시리즈가 어느새 스무 권 가까이 발매되었다. 보통 짧은 소설은 여느 소설집에 잘 수록되지 않는 감이 있는데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그런 점을 잘 파고들어서 많은 작가의 미발표 원고를 모아 이런 시리즈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한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성공한 이후에도 작가의 여러 작품이 연달아 성공해왔다. 작가의 특징이자 개성이라면 특유의 맑고 순한 문장과 서사다. 그럼에도 최은영은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은영이 묘사하는 사건들은 보통 일상적이거나 개인의 사건에 머물어있어서 맞아 그렇지.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런 점이 최은영 작가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비결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은 <애쓰지 않아도>와 <데비>일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묘사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재미있고 마음을 울리는 서사를 썼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었다.
뭔가 아슬아슬한 인물이나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거침없이 묘사하는 자극적인 방식도 좋지만, 솔직히 그런 서사나 소설이 난무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피곤해지고는 했다. 최은영의 작품들은 그런 지점에서 살짝 빗겨서면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맹렬히 응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좋았다.
<저녁 산책>은 초반 부분이 신앙을 가지는 것이 나만의 자유를 누린다는 ‘해주’의 선언은 참으로 즐겁고 흥미로운 서두였지만 그러한 서두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흐릿해진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쉬웠던 소설이었다. 해주의 딸이 성당에서 신을 믿는 마음과 성당 내부에서의 실질적인 성차별에 반발하고 싸우는 과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당돌한 여자아이를 보는 것 같아서 즐겁기만 했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지만 이런 사소한 변화가 조금씩 누적되면서 더 나은 세상이 다다를 거라는 작가의 믿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해주는 성당에서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딸이 성당에서의 다툼이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은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되었지만 이내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 딸의 성장을 목격하고 그를 뒤쫓는다는 결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