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의 말 - 마음을 주고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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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처음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바닷마을 다이어리>였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그 기운이 정말 좋았고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빠짐없이 보고는 했다. 그의 영화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몇몇 배우가 있다. 소설가이자 배우인 릴리 프랭키 씨와 아베 히로시, 그리고 키키 키린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인<태풍이 지나가고>는 그 세 사람이 모두 등장하는 영화인데 굉장히 감명 깊게 봤다. 이 책 <키키 기린>의 말은 배우 키키 키린의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이웃 나라인 한국에 사는 관객에 지나지 않은 내게는 배우 키키 키린의 인생과 철학이랄까 그런 점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저술하기도 했는데 감독이 이전에 쓴 에세이집에서 읽고 느낀 거지만. 글을 또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라 이 책도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이라든지 책의 완성도도 훌륭했다.

 

배우 키키 키린은 한국에는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경력이 수십 년에 달하는 국민배우로 유명했다. 연기 경력의 시작은 연극에서 드라마, 영화로 이어졌다. 불행한 결혼 생활과 그런 가정사 때문에 약간 독기를 품은 배우의 모습도 나온다. 내게는 영화를 통해서 간간이 접하는 파편 같은 모습이었는데 키키 키린은 실제 삶에서 그런 모습을 체화하고 그를 연기를 통해서 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 에너지 덕분에 자상하면서도 무자비한 독설을 내뱉는 모순적이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인 캐릭터가 완성되는 것이다. 감독은 키키 키린이라는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그런 에너지를 충분히 끌어올렸다고 말한다.

배우 키키 키린은 2004년 암에 걸린 이후, 완치되었으나 재발하여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사망했다. 영화 <어느 가족>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히로카즈 감독이 키키 키린을 생각하며 한 상념이 인상 깊었다. 오랜 페르소나 같은 배우를 잃고 슬픔을 울거나 소리치지 않는 어찌 보면 감독 자신의 작품들과 비슷한 감상이었다.

 

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그릇이며 결과이다. 인터뷰집에서 묘사된 키키 키린은 내가 간접적으로 보았던 스테레오 타입이랄까 하는 자상한 할머니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로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였기에 자연스럽게 자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키키 키린에게 덧붙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는 사람이었고 책의 저자인 감독은 그런 모습을 숨김없이 묘사함으로써 배우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삶이란 무엇이고 나이 든다는 건 무엇인가.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알면 알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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