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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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사랑을 주제로 낸 소설집이다. 이전에 <땀 흘리는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노동 관련된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 있다. 보통 소설집에서 한 주제나 소재로 모이면 엔솔러지 형태로 기획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 소설집은 기존에 존재하던 소설을 하나의 주제로 모았다는 점이다. 잠깐 생각해 봤는데 이런 식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소설을 모은다면 엔솔러지 기획의 가장 큰 단점인 소설의 질이 고르지 않다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작가의, 거기에다 사랑 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 보니 재미있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로맨스 소설을 읽지는 않지만 로코 드라마는 즐겨보는 편이다. 물론 로코와 다른 결을 가진 소설이라는 장르이기에 사랑 소설이지만 안 이어지고 망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아니 거의 망하는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하는 사랑은 거의 가 망한다. 오히려 남주인공 여주인공이 끝에서 이어져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하긴 그렇게 모두가 꿈꾸는 모습을 그려나가기에 드라마 답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작품이 실려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박상영 작가의 <햄릿 어떠세요?>와 이지민 작가의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였다.

 

박상영 작가의 <햄릿 어떠세요?> 제목에서 서정적인 내용이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주의할 점은 이 소설의 작가는 박상영이라는 점이다. 박상영 작가의 연애 소설은 특유의 끈적함으로 유명하다. 이 소설에서도 그렇다. 뭔가 막 쓴 것 같은 내용의 이 소설은 망한 아이돌 연습생인 가 연습생을 그만두고 대학교에 복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곧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곰곰을 만난다. 여기에서 내가 박상영을 끈적거리는 연애 소설을 쓴다고 말하는 지점이 등장한다. 보통 로코 드라마는 이런 썸을 점차 극대화 시켜서 차근차근 연애를 진행시킬 텐데. 박상영은 동거부터 시킨다. ‘동거라는 단어에서 산뜻하다는 느낌은 느끼려고 해봐야 느낄 수가 없다. 도덕, 윤리 운운하는 것이 아니고 남, 녀 두 사람이 가까워지려면 계속 붙여 놔야 하는데 보통 연애에서 동거는 결혼 전에 하는 느낌이니깐...

나와 곰곰의 관계는 영 순탄치가 않다. 아이돌의 세계에서 자신을 원하지 않는 는 나를 원하는 곰곰의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지만 곰곰은 한사람으로서 자립하기를 원한다. 물론 순탄하게 자립한다면 박상영 소설이 아니다. 곰곰은 과거의 트라우마 덕분에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사람이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 곰곰은 점차 성장해나간다. 문제는 그렇게 성장해나가는 곰곰의 곁을 나는 떠나려고 마음먹는다. 결국 결말 부분에서 나는 곰곰을 떠나고 아이돌로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춤을 추며 곰곰을 회상한다. 그 순간이 그렇게 애절할 수가 없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한 잘 나가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성이 얌채처럼 구는 그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내용이다. 남성을 에스코트하는 여자가 자신을 기사나 신사로 비유하는 순간이 백미였던 소설이었다. 웃프면서도 그 전복에 무릎을 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결국, 그들은 이어지지 않지만, 성별의 역할을 뒤집은 관계를 뒤집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억할 만한 소설이었다.

다만 이 소설의 작가인 이지민 작가는 오래전에 활동을 멈춘 것인지 2008년 이후로는 개인 소설집이 발매되지 않으셨다. 좋은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활동을 이어지지 못하시는 것에 굉장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발굴해나가는 작업이 계속 이어진다면 2022년의 소설들을 읽어나가는 나 같은 독자들은 예전의 좋은 작품들을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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