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리뷰대회] 아파트는 기억한다

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인간이 어떤 부끄러움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탐색한다. 미숙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기.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시기. 그러나 치기 어린 젊음은 결국 한계를 마주하고 실수하고 끝내는 실패한다. 테디 웨인의 소설 <아파트 먼트>는 그런 시기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작가 지망생인 ‘나’가 소설을 합평 받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문예창작과 출신인 나로서는 교수와 동료 학생들에게 ‘얻어맞는’다는 표현을 쓰는 그 순간이 익숙했지만, 익숙했기에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작가는 그렇게 매력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하물며 작가 지망생이라니 문창과 출신인 나는 익숙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떨 것인가. 작가 지망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작품 합평을 첫 장면을 하는 이 소설의 도입부에서는 기대보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몇 페이지를 읽고서 나는 그 불안감이 괜한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당황스러운 소재를 취함에도 이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어나가겠다. 첫 장면에서 얻어맞고 있던 ‘나’의 소설을 옹호해주는 유일한 의견에 있었다. 문창과 출신으로서 얘기하자면 내 소설이 얻어맞고 있을 때 누군가가 혹평을 방어해주고 옹호해준다면 마음의 추는 옹호해주는 사람 쪽으로 훅 기울인다. ‘나’도 자신의 소설을 옹호해준 ‘빌리’에게 관심의 추를 기울인다. 나는 빌리와 친해지고 미국 중부에서 뉴욕으로 온 빌리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자 그에게 자신의 아파트에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1996년, 1997년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소설의 각 장은 각각 나와 빌리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관계를 서술한다. 처음 그 둘은 공통의 관심사와 야망을 표출하며 가까워지다가 점차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며 멀어진다. 거칠게 요약한 이 줄거리에 나와 빌리의 계급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양념으로 맛나게 곁들어진다. 처음 뉴욕으로 이주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빌리는 점차 소설을 통해서 자립하기 시작하고 나는 그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소설의 겉으로는 봐서는 이 소설은 ‘나’가 젊은 시절의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와 빌리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작중 등장하는 빌리의 소설인 <노 맨스 랜드>에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 소설을 읽고 주인공이 아들을 잃었다는 걸 눈치챈 인물은 나가 유일하다. 너무나도 엄청난 일이었기에 차마 마주하지 못하는 진실. 두 사람에겐 그런 것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영리하게도 그게 무엇인지 말하지 않음으로써 독자를 소설에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짙은 먼지로 가득한 하늘, 내일의 두려움으로 인한 불면, 키면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게 해주는 것들로 가득한 핸드폰. 등을 잊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이 소설은 내게 소설의 힘을 알려주고 보여준 작품이다. 좋은 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머리가 맑아지고 어떤 순정한 기쁨을 느낀다. 이 소설은 내게 그런 순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