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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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엔 누구라도 잠시 외국에서의 생활을 꿈꾼다. 꼭 이민이 아니더라도 잠시 낯선 외국을 여행하거나 더 나아가서 잠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헬조선 열풍이 한참이던 2010년대 중반에는 내 또래들은 헬조선인 이 나라를 떠나서 외국에 잠깐 살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한두 명씩 외국으로 나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도 했다. 가장 인기있는 나라는 호주였다. 이런 세태를 반영한 건지 많은 작가가 호주에 가서 살기로 선택한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다. 이 분야의 대표작은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일 것이다.

 

<한국이 싫어서>는 경쟁 일보의 한국 사회에서 벗어나 다른 대안을 꿈꾸는 젊은이의 삶을 리얼리티있게 그려내었고 출시된 당시에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장강명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나중에 작가의 다른 에세이를 보니 주인공이 지금의 아내를 모델로 하셨다더라. 자전적인 소설인 셈이다.) <한국이 싫어서>의 비판점 중 하나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호주의 세계관이 전혀 소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리얼리티있다는 평가는 다른말로 소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는 분명 좋은 소설이었지만 그 뼈대를 이루는 사건은 소설이 아니라 다른 매체 예를 들면 칼럼이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설의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같은 호주 거기에 워킹 홀리데이를 배경으로 하지만 대척점에 있는 소설이 바로 <셜리 클럽>일 것이다. 우선 주인공인 설희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호주에 오면서 두 명의 중요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아시아계 독일인인 S. 다른 하나는 70년대에 유행한 이름인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모임인 셜리 클럽이다. 둘을 같은 날 페스티벌에서 만나게 되고 그 만남은 이 소설의 메인 줄거리다. 설희는 호주에 오면서 영어 이름도 짓게 되는데 그 이름이 바로 셜리였다. 셜리 클럽에 끌린 설희는 셜리 클럽에 가입하게 되고 셜리 클럽의 일원들은 오직 셜리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설희를 환대한다.

 

소설은 S에 막연한 호감을 가진 설희가 S와의 만남을 이어오면서 점차 사랑으로 발전화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 징조를 작가는 팬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가수와 결혼에 성공한 설희의 어머니를 예시로 보여주며 일종의 숙명으로 만들어버린다. 소설 속에서 설희의 어머니는 암에 걸리는데 한국으로 가려는 설희에게 하는 말이 웃기다. “나 오빠(이혼한 남편)랑 다시 사귈거 같아 한국에 오지마.” 사랑에 미친 어머니의 유전자를 설희는 충실하게 이어서 좋아하던 S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설희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이루어 놓은 자신의 자리를 다 던져버리고 낯선 곳으로 떠난다. 오직 S를 찾아서 말이다.

 

여기서 소설적 상상력인 셜리 클럽이 서사에 본격적으로 개입한다. 셜리 클럽은 호주 전국에 지부를 두고 있었고 셜리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랑하는 S를 찾아나선다. 코로나19이후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가 나날이 커져가는 와중에 박서련이 구축한 환대의 세계는 책의 표지 만큼이나 밝고 찬란한 희망으로 빛난다. 오늘도 뉴스에선 서양의 여러 국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 혐오 범죄가 보도되고 있다. 그런 뉴스와 공명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가 늘어나는 와중에 <셜리 클럽>은 그저 인간, 사람이라는 이유로 낯선 이들을 환대하고 연대하는 세상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가슴 깊은 감동을 느꼈다. 부디 이 역병의 계절을 지나고 다시금 낯선 이들을 환대하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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