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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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이 책을 빌리고 읽는 와중에 심너울 작가의 신작 단편집이 발견 되었다. 하이퍼 리얼리즘 SF인가가 홍보문구 였는데 몇 달 먼저 나온 이 소설집을 읽어보니 신작 소설집을 읽지 않고도 왜 그런 말을 달았는지 이해가 되기는 했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의 단편집은 심너울 작가의 짧은 단편집으로 소설들의 공통점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과학적 혹은 특이한 사건이 유발하는 블랙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적>은 신촌을 중심으로 한 서대문구 일대가 인간이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이 된다는 상상력으로 출발하는 소설이다. 허구의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불친절한 사회인지를 폭로하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특정한 사건이 유발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회의 변화가 재밌게 풀이되어서 즐겁게 읽었다. 청각 장애인의 입장을 사회 전체가 체험한다는 상상력은 작가가 우리 사회에 가진 삐딱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경의 중앙선>1호선을 타는 입장에서 읽으면서 개 쪼개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서울권 지하철에선 재앙과도 같은 두 개의 호선이 있는데 하나는 1호선이고, 두 번째는 경의 중앙선이다. 백마역에서 고인 출근자들의 원혼이 어쩌구 하는데 솔직히 웃겨서 이 소설집에서 재일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소설 장면 중에서 성하리가 원념들을 쫓아내며 경의중앙선에 속박된 정념들아, 산 사람을 건드리지마라.”하는 부분에선 개빠게며 웃었다. 작가도 이 부분 쓰면서 엄청 좋아했을 것 같다. 경의 중앙선이 강북의 눈물이라면 1호선은 인천, 경기권 시민의 눈물이라고 할 수 있다. 1호선을 매일 타야만 하는 입장에서 1호선이 연착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항상 서글프며 그 안에서 마주치는 온갖 인간 군상들을 피해서 1호선을 아예 타지 않는 지인도 있었다. 작가도 경의 중앙선을 다루면서 마음에 걸렸는지 창작노트에서 1호선을 다루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감이다.

 

<땡스 갓, 잇츠프라이데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요일을 반복하는 불쌍한 공무원의 생활을 다룬다. 일하는 날이 있으니깐 쉬는 날이 즐겁고 퇴근이 즐겁다. 라는 생각을 소설로 풀어낼 줄이야. 하지만 서사의 풀이가 급작스럽고 주인공이 자신이 참여한 실험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반전이 사건의 풀이를 굉장히 얼렁뚱땅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노동이라는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르며 살기 위해서 하는 요식행위라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K패치를 한 SF는 왜 하나같이 우리 사회인의 고민을 닮는구나 하는 결론이 재밌게 읽히는 부분이었다.

 

<신화의 해방자>는 마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취직을 걱정하고 먹고사니즘에선 벗어나지 못한다는 서글픈 감정을 유발시킨다. 기존 웹소설이나 대여점 시절의 판타지 소설을 연상시키는 소설이어서 반가웠다. 드래곤과 마법, 마법사 혈통은 일종의 금수저로 어렸을 때부터 치열하게 수련한다는 부분은 뭔 SKY캐슬도 아니고 이것이 K패치인 건가. 싶었다. 마법이 등장해도 결국엔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는 설정은 재미있었다. 약간 능글맞은 이야기꾼의 작품이랄까.

 

<최고의 가축><신화의 해방자>와 연계되는 연작으로 <신화의 해방자>에서 등장하는 드래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영도 시절에 창조된 드래곤의 이미지는 30년이 넘어도 건재하다. 한때 판타지 죽돌이였던 내겐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한 이미지다. 한때는 신이었던 드래곤도 발전한 과학과 인간의 영악함 앞에서는 가축으로 전락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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