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새로운 세대 테이크아웃 12
손아람 지음, 성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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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테이크 아웃 시리즈는 짧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모토로 출발한 시리즈다. 테이트 아웃이라는 이름 그대로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에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어서 최근에는 분량이 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머리도 식힐 겸 읽고는 한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편집부에서 다양한 작가를 찾아서 선정하기에 정말 다양한 작가들을 접할 수 있다. 보통은 문학상 수상집을 통해서 새로운 작가를 접하고는 하는 나에게도 다양한 작가를 접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너무 다양하다 보니 내 취향을 넘어서 그냥 별로인 소설도 있었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는 평소에 앙숙인 원로작가와 평론가가 신춘문예 심사과정에 참가하게 되면서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인다는 얘기다. 이 소설의 의도는 뻔하게도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 두 원로를 중심으로 심사위원들이 파벌을 나누고, 그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신진 작가의 등장, 화룡정점은 두 권위의 싸움을 통해서 탄생한 신춘문예 당선자가 심사위원 중에서 그 누구의 작품도 읽지 않았다는 결말. 자조와 비웃음과 냉소가 어우러진 소설이다.

 

이 짧은 단편의 작가인 손아람 작가는 영화화까지 된 <소수의견>의 작가다. <소수의견>은 보통 작가들의 출판코스인, 등단-문학수업-장편출판 혹은 장편 소설 공모전을 통한 출판이 아닌 작가가 출판사에 소설을 직접 투고 해 출판이 된 케이스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인 출판형태지만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시스템이 보편적인 한국에서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이러한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은 이 소설에도 꽤 영향을 준 것 같다. 테이크 아웃 시리즈의 뒤편에는 작가와의 간단한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작가가 이 소설을 쓰는데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디스하려고 쓴 소설은 아니라고 말한다. 거기에는 나도 동의한다. 아마 한국문단 전체를 디스하고 싶었겠지.

 

나는 이전에 장강명 작가의 르포인 <당선, 합격, 계급>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문단의 특이한 시스템인 신춘문예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거기에서 손아람 작가는 신춘문예와 등단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냥 사라지는 게 좋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장강명 작가도 그렇지만, 나도 신춘문예를 모두 폐지하자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니 뒷장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어련하시겠어’. 무엇보다도 노벨 문학상을 김진명에게 빼앗긴 고은처럼분개했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런 문장을 써 놓고 고루한 문단 권력을 비판하시겠다니.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은 제목과는 다르게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신춘문예가 배경인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과거에 의견 차이가 나서 대립하는 두 원로라는 설정은 더 진부하다. 결말 부분의 신춘문예 당선자의 한국소설은 하나도 읽지 않았어요.’라는 대사는 진부함의 화룡정점. 이런 내용을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철마다 돌아오는 한국소설의 위기. 혹은 왜 요즘 독자들은 한국소설을 읽지 않는가. 라는 제목으로 쓰여지는 기사에서 많이 봤었다. 신춘문예를 비판하고, 문단 권력을 비판하는 건 좋다. 그러나 이렇게 진부한 제목, 진부한 소재, 진부한 등장인물로 소설을 쓰신다면, 시간과 돈을 지불 한 독자는 꽤 억울해진다. 덮어놓고 테이크 아웃 시리즈를 사는 독자가 이 소설을 읽고 실망이라도 해서 다음 테이크 아웃 신간을 사지 않게 되면, 한국소설의 위기에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문단 권력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새로울 수 있을까.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일본 추리소설인데 특이하게 배경이 문단인 소설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작가, 혹은 출판계 관련자들이고 다들 싸이코다. 수준 미달의 자기 작품을 욕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해치고, 근거 없는 자존감이 예술가병을 만들어 읽는 독자의 눈에도 이,,병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소설 속에서 각종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도 그들에게 질려서 문단 관련된 인물이라면 질색부터 한다. 개인적으로 진부한 설정과 배경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비약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본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소설은 계간지 창비에서 청탁이 들어와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용이나 소재 때문인지 편집부에서 이 글을 싫지 않았다는 얘기를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냥 소설이 별로여서 안 실은 것 같다. 일단 다음부터는 노벨 문학상을 김진명에게 빼앗긴 고은처럼은 절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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