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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의 두려움을 이기는 법 -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정은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1월
평점 :
나는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인가? 듣기에 익숙한 사람인가? 이같은 질문에 후자를 더 선호하지만 필요에 따라 말을 해야한다면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말, 핵심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고 싶다. 많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짧아도 깊이가 있고 불필요한 말은 덜어내는 혜안을 지닌채로 말이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말'은 해야하기에 이왕 하는 말이라면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말하기 연습을 돕고 있는데, 대체로 사적인 상황보다는 공적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하우를 여실히 담고 있다.
먼저, 저자는 전 TBS교통방송 아나운서 출신으로 현재는 첫눈스피치 대표로 있는 정은길 작가이다. 전문 스피커로 각종 공식행사를 비롯 다양한 무대에 선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스피치를 돕는 일을 함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기에 앞서 겪는 두려움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누구나 '첫마디'를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이나 불편을 겪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러한 어려움으로부터 오해를 벗어던지고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마음을 다잡으며 만나게 된 첫 책이 자기계발과 더불어 말에 관한 책이니 더 도전이 되기도 하고, 쉽게 내뱉는 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도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초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누가 상냥하고 좋은 목소리가 '도레미파솔' 중 '솔' 톤이라고 했는가? 실제로 나의 목소리는 '솔' 톤보다 낮다. 만약 내가 '솔'톤으로 계속 말을 한다면 말을 하는 나도, 내 말을 듣는 상대도 엄청 괴로워진다. 억지로 내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자. 지금 내 목소리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로 좋은 목소리다."(P.19)처럼 익히 들어왔던 관념적 표현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기를 드는 내용이 시원했다. 저마다 어울리는 목소리, 본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톤에서 편한 말이 나온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어떤 일이든 '자신감'이 중요한 요소가 되듯이 저자 역시 말하기에서도 자신감을 빼놓지 않고 가장 처음으로 다루는 주제이다. 고로 자존감 회복을 위한 '자신만의 장점 발견'리스트를 만들어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즉, 10가지에 해당되는 리스트는 목소리, 발음, 호흡, 발성, 표정, 말 속도, 전달력, 문법, 자세, 시선과 같은 것이다. 또한, 대화나 다양한 상황에서의 지속적인 말하기를 이끌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화자가 콘텐츠를 갖고 있느냐이다. 사회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말할 거리,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지닌다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임을 일꺠워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말을 자연스럽게 끌어가거나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면 이것이 어떤 상황에라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프레젠테이션 상황에서 실수했을 때 조언하는 부분이었다. 누구나 사람이라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당황하지 않고 그 상황에 짓눌리지 않고서 담담히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상태와 연습을 안내하는 것인데, 실수조차도 도움이 된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무엇보다 실수와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심리사회발달 이론을 통해서도 알려져 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사람은 심리사회적 위기에서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모두 경험하게 되는데 부정적 요소도 어느 정도는 경험해야 적절한 발달이 이뤄진다고 했다. (P.121)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말하기 노하우는 4장에서 핵심을 잘 담아내어 전달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마무리 잘하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잘해 온 일이라도 끝을 알 수 없이 용두사미가 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한 것에 못미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조목조목 잘 설명해주는 부분은 되뇌이고 되뇌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핵심 한 문장을 정하는 연습, 목소리나 말투를 얼버무리지 않는 연습, 방향성을 잃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마무리하기, 등을 그 사례를 들어 자세히 풀어놓고 있다.
간만에 '말하기'와 관련한 책을 접했는데 글 역시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어 흥미를 유지하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두려운 상황에 대해 바로 보고, 잘 듣고, 지혜롭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말 그대로 실용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