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미국 등은 승자가 됐다. 근대 전쟁의 잔혹함과 전후 복구를 둘러싼 힘겨움이 배경에 짙게 드리워진 소설이나 역사는 암울하거나 아쉬움, 슬픔의 분위기가 있어 손이 가지 않는다. 최근 영국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되면서 영국도 2차 세계대전에서 잃은 것들이 많았음을 알게 됐다. 그중 사람의 상실은 잘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이번에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를 읽으면서 시대상을 잘 알게 됐다. 전쟁 중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 슬픔, 도전, 기회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인오스틴을 배경으로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알 수 없는 흥분이 들어서 영화 <비커밍 제인>을 다시 봤다. 오래전 봤을 때와 달리 새로운 내용들이 눈이 들어왔다. 가족들의 모습, 제인오스틴의 편지 내용들 말이다. 그 당시에도 영국은 끊임없이 다른 나라들과 전쟁을 하고 있었고 식민지에서 풍토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제인오스틴을 검색해 보니 제인오스틴의 소설들이 바로 유명세를 치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를 읽기 전에 제인오스틴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며 내가 그녀를 많이 좋아하고 소설들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그냥 좋다.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를 이야기하자면 주요 등장인물로 의사인 벤저민 그레이 박사, 학교 선생님 애덜린 루이스, 미국 영화배우 미미 해리슨, 농부 애덤 버윅, 소더비 야들리 싱클레어, 미국 영화 제작자 잭 레너드, 지주의 딸 프랜시스 나이트, 변호사 앤드류 헨리 포레스터, 하녀 에비 스톤이 있다.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모두를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각자의 지분이 균등하게 크다. 내털리 제너 작가님은 소설 속에서 사람들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데 탁월한 감각이 있으신 듯하다.

소설이 길다고 느껴질 때쯤 제인오스틴과 그녀의 소설을 인용하고 분석함으로써 소설을 읽으면서 평론을 읽는 듯 관련 지식을 알 수 있었다. 제인오스틴이 사람을 따뜻하게 서술하듯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 또한 시련을 겪고 자포자기한 삶을 살다가도 사람들을 통해 치유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내용을 되짚어보니가 나이틀리가 에마의 도서 목록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잠깐 동안 그걸 지니고 다녔다고 한 거야. 난 여기서 책을 덮고 고민했어. 왜냐하면 아주 똑똑한 독자들조차도 나이틀리가 에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이니까 말이야.

67쪽

사람은 누구나 시련을 겪고 한 발이 진창에 빠지는 순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소설 속에서도 기회가 여러 번 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에서는 형제와 아버지가 모두 죽고, 부인이 죽는 등 시련에 빠지고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삶을 구하는 선택의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올 수 있음을 알게된다. 또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이루어질지 말지 예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긴장도 한다. 그리고 제인오스틴의 소설이 그렇듯 독자들은 [제인오스틴 소사이어티]의 결말에도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결말의 행방을 모른 채 읽어내려가는 즐거움이 있는 소설이었고 읽는 내내 큰 자극 없이도 재밌고 행복한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집에서 스피커로 클래식을 듣는다. 학교다닐때도 퀸, 클랜베리 그리고 무조건 클래식이었다. 대중 음악들을 들어야할때는 노래방에서 부를 노래를 찾아야했던 이유도 있었기에 클래식이 애정의 대상이 되었다. 어렸을때 부모님의 지지하에 피아노를 치기는 했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지쳐서 포기했다. 재능도 없었지만 노력가였던 나는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치고 싶을때 피아노를 치지 못했다. 그래도 배워본 경험때문인지 모든 악기가 호기심의 대상이고 악보를 보고 또 배워본다. 단소, 하모니카, 우클렐레를 하고나서 느낀 점은 어렸을 때처럼 역시 노력의 대상이라서 쉽게 지친다는 것이다. 그래도 듣는것은 노력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생각된다. 특히 가요는 단순한 반복으로 예상이 쉽게 되는 경우가 많아 듣고 있으면 잠이 더 쉽게 드는 반면 클래식은 머리를 좋게 만들 정도로 변화도 많고 상상력도 좋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좋아하지만 들어도 들어도 이 음악이 모차르트인지 베토벤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으면 조금은 내 자신에게 실망하게 된다. 그래도 그냥 좋아서 꾸준히 들을때 배경 지식을 알고 들으면 색다른 느낌을 느끼고 때로는 귀에 익은 음악이 이제는 알겠다는 음악이 된다. 음악을 책으로 읽는 것이 때로는 웃기기도 하지만 알게되면 찾아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클래식을 모른다는 분들에게 오늘부터 클래식이란 책을 알게됐을때 내가 원하던 기능이 여기에 있구나 했다. 바로 큐알이다. 아이들 책을 읽혀줄때 큐알이 이용되기도 하는데, 클래식 책에 큐알은 당연한 선택이다. 책을 읽으면서 편하게 연주회에 초대받아 듣게된다. 대학교때 음악회에 가서 느꼈던 감동에 비하면 귀에 들리는 생동감은 덜하지만 김호정님의 책을 읽으면서 음악에 깊숙히 파고드는 느낌이 색다르다.

클래식 관련된 책을 읽으면 작곡가의 생애, 작품이 중점적으로 다뤄져서 재미있다. 특히 단골 주제인 클라라와 슈만의 연애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오늘부터 클래식,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정말로 현장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 하고자 하는 김호정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작곡가는 물론 연주자의 목소리, 지휘자의 역할들, 클래식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게된다. 김호정 작가님의 들어가는 말에서도 그의 성격을 파악하게 됐고, 정말 오늘부터 클래식이 딱 필요하게 만들어졌구나 생각하게 된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은 이미 많다. 예민한 감성의 에세이,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위대한 작곡가들에 대한 깊은 해설서..., 빼어난 문필도 아니고, 음악가도 아니며, 일가를 이룬 음악학자도 아닌 내 글이 왜 세상에 나와야 할까?

들어가는 글 중 11쪽

이 책을 읽고 내가 잘 못알거나 몰랐던 것들을 들자면 결혼 행진곡에 대한 이야기이다. 꽤 충격적이라 유튜브를 찾아보니 헤이뉴스에서 김호정 작가님이 또 나오네? 원래 결혼 행진곡은 멘델스존의 작품인데 바그너의 로엔그린 속에서도 쓰인 음악이라는 것이다. 결혼이 파탄나는 내용이라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오페라에 대해 잘 알고 그래서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쓰였다는 거, 작곡가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고 뇌 질환이 있어도 그것을 '볼레로'와 같은 창조적인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 등등 이 얼마나 클래식의 세계는 대단할까? 내가 아쉽게 여긴 부분은 지휘자들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 지휘자들도 정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늘 준비되어 있는 상태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할지 몰라도, 잘해내는 일은 가능하다는 것을 재주 있는 음악인들이 증명해낸다. 어느 정도냐 하면 성공한 대타의 역사를 따로 정리해야 할 정도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역시 대타로 시작했다.

1장 요즘 콘서트홀에서 일어나는 일들 6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방수 세무사의 부동산 거래 전에 자금출처부터 준비하라!
신방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부동산은 뜨거운 이슈다. 집을 보러가면 일주일마다 가격이 계속 변한다. 배, 두배가 오른다. 주식은 단위가 천원부터 몇 백만원까지인데 주택은 단위가 억인데 배수로 가격이 오른다니 입에서 몹쓸말이 튀어나오고 정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월급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이렇다보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서럽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된듯한 기분이 든다.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겁이 나기는 마찬가지이다. 집을 팔면 세금이 어마어마하니 동등한 집을 구할 수도 없게됐다. 나나 또는 내 주변인들은 정부의 정책의 실패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고 믿는다. 가만히 있었다면 이렇진 않았을텐데... 또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들도 인플래이션 또는 시장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올랐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어쩌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세계의 집값을 끌어올렸을 수도 있지않나? 그리고 이미 문제는 터져버려서 천재지변이 일어난것같은 집값의 상승은 막을 수도 없다.

집값의 상승의 원인이 양도세 및 보유세의 잦은 변동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세무사들도 부동산 상담을 꺼린다고 한다. 세금을 걷으려는 정부와 세금을 피하려는 국민들 모두 악착같이 방법을 곤궁하지만 서로 사이만 나빠지는 듯하다. 이렇게 치열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지만 앉

아서 당하고 싶지않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열심히 공부한다.

신방수 세무사님의 책은 카카*페이지에서 2019년에 재미있게 봤다. 법이 자주바껴서 서비스가 중단됐기에 아쉬웠는데 이번에 부동산 거래전에 자금 출처부터 준비하라라는 이 책은 새롭다. 일반 독자를 상대로 자금 출처 조사에 대한 이슈를 다루기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금 출처 조사는 형식적으로 행해져 왔으나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위한 수단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부동산 실거래자는 특별한 책일듯하다. 또한 세무 공무원에게도 지침서가 될 수 있을 만하다. 양도세 뿐만아니라 지자체에의 부동산 거래신고 방법및 주의할 사항 부터 예방법 및 증여세 신고법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쉽게,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지금 나의 상황에서 준비해야할 증빙 및 서류들을 알 수 있다. 1세대1주택의 담보 대출까지 막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족간의 증여 또는 자금 거래는 더욱 유혹적인데 정부에서는 조사의 끈을 더 죄려할테니까 지금 이 시기 부동산 거래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인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하는 것을 얻는 10가지 질문법 - 10 Questions
알렉산드라 카터 지음, 한재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아이들과 말이 통하는 순간부터 나는 매 순간 협상과 강압, 훈육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다. "밥 안 먹어! 빵 주세요." "더 놀 거야. 집에 안 갈 거야!" "티브이 더 볼 거야. 내일 보는 것 말고 지금! 지금 볼 거예요." 등등 아이들의 욕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항상 고민이 돼서 오늘도 여러 방법들을 써본다. "울지 말고 말로 해보렴."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지금 하나 보면 내일은 티브이 못 봐. 계속 울기만 하면 계속 못 보는 거야."라고 약간의 위협을 포함시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나도 힘쓴다. 그런데 이제 점점 커가는 아이를 보면 그것도 한계가 오는 듯하다.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려면 대화에 끌어들여서 협상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는 10가지 질문법]을 통해 나의 협상력도 아이의 협상력도 올리는 방법들을 살펴봤다.

나는 항상 위협하거나 선택지를 선택하게 하면서 협상을 했는데 질문을 통해 협상에 이길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렇다면 질문만 한다면 되는가? 그것은 아니었다. 내가 우위나 하위의 위치에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하고 협상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질문을 통한 협상법이었다. 아주 당연한 내용임에도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읽어보면 누구나 질문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동안 나는 협상보다 중재를 먼저 공부했다. 협상과 중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협상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지켜내는 과정이라면 중재는 둘 이상의 사람이 상호 이익이 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외부에서 제3자가 협상을 돕는 과정이다. 중재자는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고 협상 당사자에게 해답을 주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도록 도와서 그들이 자신의 상황을 더 거시적이고 분명히 보게 해준다.

머리말 중 12쪽

1부에서는 나를 돌아보는 다섯 가지 질문이 있다.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하기 위해 질문하고 적고, 요약하는 과정을 하도록 지침들을 주고 있다. 비싼 컨설팅 없이도 자신을 훈련하고 싶다면 활용해 볼 수 있겠다. 아이와 배우자 그리고 나와의 관계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사례도 있고, 나를 돌아보며 나의 감정에 충실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심리 치료가 이뤄질 수도 있겠다. 물론 알렉산드라 카터 교수님이 수업을 책으로 옮겨놨나? 생각이 들지만 쉽지는 않은 일들이다. 우리나라에도 개인의 발전을 위한 컨설팅, 성공 모임 모집들을 봤는데, 내 상황으로는 책을 보고 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2부에서는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다섯 가지 질문이다. 이것이 바로 협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물어야 할지, 침묵이 무엇인지, 어떤 태도로 대화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수많은 방법들 중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10가지의 열린 질문들의 결과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다.

1부(거울)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나는 과거에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첫 단계는 무엇일까?

2부(창문)

말해주세요.

무엇을 원하시죠?

무엇을 걱정하시죠?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죠?

첫 단계는 무엇인가요?

맺음말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중 313쪽

아이들에게도 열린 질문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겠다. 알아도 행동하기 쉽지 않고 후회뿐이지만, 많이 공부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근두근 묵정밭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4
이성자 지음, 조명화 그림 / 책고래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묵정밭이 뭔지 몰라 찾아봤다. 묵힌 밭(休耕)이라고 한단다. 휴경지라는 말에 익숙한 나이지만 우리말인 묵정밭이 정감있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 텃밭이 있는 시골집에서 자라서 풀, 나무, 곤충, 새들을 좋아하는데 나이 들어 텃밭 있는 집에 살아보니 땅, 풀, 나무, 곤충, 동물이 모두 다 노동으로 다가온다. 물론 지금도 초록색 가득한 산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묵정밭을 보면 경작하지 않는 땅에 대한 책임이 느껴지는 어른이 된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귀여운 그림, 마음이 편해지는 초록색, 연두색, 풀색, 채도가 낮은 마음 편한 풍경들에 눈이 가는 두근두근 묵정밭, 아이들에게는 예쁜 들풀이 피어있는 땅일 뿐이라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나이 든 어른인 나의 눈높이로 보게 되면 땅을 돈으로 보고, 살충제를 뿌리고, 길가에 제초제를 뿌리는 이웃들에 상처 입은 나를 위로하는 책인듯하다.

페이퍼 북인데 초등학교 교과서 크기라서 그림과 글이 돋보인다. 달걀 프라이 개망초, 냉이, 엉겅퀴, 쑥부쟁이, 벌레들, 볼볼볼 기어 다니는 들쥐들까지 다 같이 모여사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에 고맙다. 나어렸을 때는 당연한 일들이 이제는 어려운 일이 돼버렸지만 시골에서 자라나는 아이들과 다니면서 이것은 봉숭아야, 저 예쁜 꽃은 코스모스, 백합, 맨드라미, 과꽃, 나팔꽃, 무궁화, 애기똥풀 하며 하나하나 알려주는 시간에 감사하다. 묵정밭에 가득 핀 꽃들 사이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올리면 여느 관광지 부럽지 않다. 이성자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에 많은 공감을 받는다.

자연의 순리대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묵정밭.

우리도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면서 두근두근 함께 살아요.

작가의 말 중

"그래, 난 묵정밭이 좋다. 좋아!"

할머니네 밭은 당당하게 말했어. 보란 듯 개망초를 포옥 안아 주기까지 했어.

그날부터 할머니네 밭은 정말로 묵정밭이 되었단다.

"할머니, 살려고 찾아온 것들을 품어 주는 건 잘못한 일 아니죠?"

17쪽

이제는 그런 묵정밭도 하나하나 사라지고 거기에 건물이 들어서고 고가 도로가 생긴다며 매일매일 공사 중이다. 아이들과 길을 걸어가다 보면 숲을 잃은 고라니가 집과 밭에 매어진 개들의 등쌀에 갈피를 못 잡고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반갑고 안타깝다. 요 몇 년 시골 마을은 이름 모를 외래종 벌레들로 고통받고, 춥지 않은 겨울 덕분에 얼어 죽지 않은 벌레 알들에 봄에는 엄청난 애벌레들에게 시달려야 한다. 내 땅에 농약을 하지 않으면 옆집에서 눈총을 준다. 농약에는 환경호르몬도 있고 좋은 벌레들도 죽이니까 쓰지 않으려 하지만 너무 많은 벌레들 앞에서 나는 항상 무기력해진다. 이제는 시골 생활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두근두근 묵정밭에 나오는 갈등 상황들은 현실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어른들의 사정까지 더해져 위기가 고조되지만 우리 손자, 손녀, 어린아이들이 이를 해결하는 모습들을 보며 자연은 우리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

내가 할머니와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자연에 대한 앎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묵정밭을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한 장 한 장 읽어주면 아이들에게도 내가 보낸 어린 시절의 자유로움이 전달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