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가 부르는 노래 세계아동문학상 수상작 3
신시아 보이트 지음, 김옥수 옮김, 김상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디시가 부르는 노래]

 

문득 내게도 가슴 한켠 뻥 뚫려버려서 그 무엇으로도 채우지도 못하며 그저 먼발치서만 발만 동동 구르며 누군가 나를 봐 주기를 혹은 내게 손을 뻗어 내가 그 손을 내치더라도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그것들에 놓여진 내 처지나 환경들에 몹시도 절망하거나 반항의 길목에서 몇차례 오가며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곤 그 내면적인 복잡미묘한 감정선들을 차근차근 얽히어진 그 혼선들을 누가 가르켜 주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잘라가며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곤 한다.

 

내 딸 아이가 열두 살이 되면서 자신만의 각진 세상 속에서 부단히 그 뾰족한 각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 가는 힘는 노력을 보면서도 정작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소리없이 믿고 지켜 바라봐 주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었기에 그렇게 숨 놓아 그 아직도 넘어야 할 수많은 가시밭 길이 첩첩이 가로막힌 험로에 있을지라도 딸 아이가 손을 내밀기 전까지는 그렇게 힘이 들더라도 믿고 바라봐 주어야만 했다.그리했을때  열두 살 딸의 앞날은 서광이 솟아오르는 희망찬 미래가 내다 보이는 풍경을 그려낼 수 있을테니말이다.

 

납작한 손 모양새를 한 구찌나무 가지를 마치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부여잡듯이 그렇게 높이 솟아오른 구찌나무를 의지하며 열네 살이 부르는 노래는  결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가락으로 때론 잃어버린 사랑으로 구슬피 울다가 또는 그 빛나는 희망을 되찾아가는 희망가로 우리네의 귓가를 나긋히 속삭여 주다가  그것은 마치 봄날 눈 녹듯이 서서히 스물스물 스미어 베이고 있었다.그러나 디시에게는 확실한 변화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성장의 내,외부의 움직임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내면’에서 ‘듣는 또 다른 성장’으로의  회귀를 보는듯 했다.엄마라는 나라를 잃고 어린 동생들과 자신을 돌보아 줄 가족을 찾아 떠나  뒤얽혀 복잡한  과정 속에서 만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괴짜 외할머니와 세 동생들과의 만남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허나 그 새 길 위에서 그 갈등들을 조금씩 서로에게 좁히어 가면서 마음을 열어보이면서 그것은 서로를 보담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든든한 가족을 탄생하게 해 준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생활공동체인 가족은 중요한 여러 기능을 수행해 왔으나, 현대사회에서는 그 기능이 대단히 약화되었음을 흔히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더욱이 이혼률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한가정 한 부모 혹은 무부모인 아동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진정한 가정,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살펴 보게 하는 동시에 어린이를 벗어나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디시의 성장과정을 통해 이 시대의 가정에 꼭 필요한 그것들을 일깨워 주고 있으며  부딪힌 삶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위풍당당하게 정면으로 맞서 응할 줄 아는 건강한 사고를 지닌 디시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차디찬 바람으로 다가와 이내 가슴 한켠에 감동과 희망이라는 따스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면서 결코 그 깊은 사랑 앞에서는 꺽이지 않는다는 밝은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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