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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담은 토기 ㅣ 숨은 역사 찾기 4
고진숙 지음, 최서영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담은 토기]
두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때에는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이 있는 탓에
경기 비봉에 위치한 미술학교를 주말마다 찾아 가 직접 아이들이 흙을
만지며 반죽하고 빗대어 보기도 하고 일절 어른의 도움없이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게 아이들 손끝에서 대롱대롱 맺혀져 갔다.
그 곳은 유난히 흙이 많았다,그 흔한 포장된 도로보다 그 곳은 옆으론 논두렁
밭두렁 냄새가 풀풀 나고 있었고 양 갈래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버섯들이 빽빽히
나무 등에서 부끄러이 고개를 내미느라 정신없었고 그렇게 그 곳엔 아이들의
천국이라 불리울만큼 도시에서 늘 건조한 바닥을 걷는대신 푹식푹신 내 몸 실은
무게만큼 그 온도가 상승하는 거짓말을 못하는 흙을 진정으로 대할 수 있는 그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의 기억이 떠올리게 한 '역사를 담은 토기'는
한낮 보잘 것 없는 흙으로 빚어진 그렇게 화려하거나 자태를 뽐낼만큼 우아하지는
않으나 그 자체만으로 솔직함과 인류의 역사를 빚어 낸 '토기'에 관한 모든 지식
적인 해답이 삽화와 사진에 실린 동시에 덧붙인 설명들이 잘 어우러지는 새로운
역사의 보는 시각을 갖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실상 요즈음처럼 아이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등을
둘러볼라치면 우리의 혼이 담긴 유물과 유적지 답사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고 시간
허락하는 한 함께 그 시간을 가지려 한다.막상 가면 장황한 설명과 자주 봤던 유물들의
정교함과 질서정연하게 각 자의 자리에서 자기를 알리고자 그 관람객을 기다린다.
아이들과 방학때 다녀 온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때 각 시대별 유물들을 보고
얼추 그때의 정황을 지레짐작으로 살펴볼 수 있었으나 아직 초등생인 아이들에겐
그것을 알아가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역사 지식속에 내몰려 있긴 성인인 나 역시도
매한가지이다.이렇듯 그냥 흙으로 만든 그릇으로 말하고 이해만 하고 있던
두 아이에게 있어 구체적인 시안이 그려지면서 그간 알았던 토기와 다르게 차별할
수 있는 즉 토기의 변화가 단순히 그것을 만든 이의 예술 감각을 논하기 이전의
그 사회의 흥망성쇠나 환국이 바뀌는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역사 속의 묻혀있던
비밀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의미있는 시간으로 다잡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사실 박물관을 가기 전 사전지식이 없으면 안내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듣다보면
어느 새 그 재미와 흥미를 놓을 수 없다.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우리가 알기까지
만만하게 모든 것을 수용하라고 하지 않는다.
저자가 말했듯 토기는 정직한 유물이자 이 그릇이 품고 있는 역사 또한 품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간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둘러보게 하고 있으며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한반도의 역사 흐름을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토기를 말함이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누가 힘을 가졌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숨은 이야기들과 우리 인류의 생활상을 완전
히 탈바꿈화 시킨 토기의 새로운 시대인 신석기를 비롯하여 철기시대가
열리면서 그것이 권력의 상징으로 바꾸게 된 배경과 함께 각 시대의 토기흐름등이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한 눈에 보기 좋게 그것을 요약하며 비교분석이
대체로 수월하게 펼쳐있어 각 주제를 나누어 소단락으로 구성된 탓에 장황한
설명보다는 간략하게 핵심정리만을 한 듯 한 저자의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한
값진 결과를 가져 온 듯 하다.
이렇듯 혹시 토기에 대해 얕은 지식을 좀 더 질적으로 채우고자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있어 이 책은 깊이있는 시각으로 다가오는 의미 있는 시간일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서술은 자칫 이 책의 진정한 색을 바랠 수 있을 듯 하여 되도록
옷을 덜 입고 궁금하거든 이 책을 어느 누구에게나 선뜻 권하고 싶을 정도의
탄탄한 구성과 쉽게 풀어놓기 어려울 역사라는 틀을 흙을 밟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토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그렇게 흙으로 빚어져
1만년 역사로 모아져 우리 앞에 그것을 힘차게 풀어헤친 셈이다.
이와 맞물려 나온 도자기 편 역시 함께 읽어가야 할 연결고리가 아닌가 싶다.
토기 속에 비밀스럽게 감춰졌던 그것들을 우리는 책을 통해 알아갔고 그 외의
유물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실마리를 풀어 더 가까이 쉽게 근접할 수 있는 방향이
자리잡혔음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