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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도둑]
공부꾼이자 학문도둑이라는 인생에서의 최고의 수식어를 단 녹색
사상가인 '장 회 익'
내게는 생소한 이 이름 석자가 책장을 덮을즈음 이제는 뗄라야 뗄 수 없는
강한 내공을 내게 전수한 듯 쉽게 놓아주고 싶지 않은 욕심이 일곤 했다.
그가 말했듯 '70년 공부인생'을 통해 이 한 권의 책에서 일대기를 연이어
접하는 자서전에서 그가 공부도둑이 될 수 있었던 그 영향력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었던가 했던 해답이 이내 수면에 가라앉아 있다가 곧 공중으로
치 솟아 나와 그의 공부 인생이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서의 또는 우리 두
아이들에게 있어 얼마나 지대한 관심과 힘을 실어준지 모른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알 것이다.
그가 정말 공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남달랐는가를 글 속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강한 필력에서 엿보았듯이 전 우주의 학문 보물 창고에 들어가서
학문의 정수들만 다 골라 훔쳐내고 싶다라는 이 문구는 내게 있어 머릿속에
스치듯 빈 공간에 자기자리인냥 박혀버렸다.
우리 학창시절때 아침이 밝으면서 어두컴컴해질까지 학교 책상머리에 몸을
천근만근으로 길게 드리운 채 끝나는 종소리만 기다렸던 그 긴 공부의 시간이
있었다.
그것이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면 다른 시선에 따라 다른 생각으로 해
보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지만 그때는 어느 누구 가릴 것 없이 빨리
하교 해 집으로 가는 것이 큰 바람이 아니였나 싶다.
물론 개중에는 공부가 좋아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 반면에 공부하고는 벽을 쌓거나 등한시 하는 이는 그 시간이 아주 긴
세월처럼 와 닿을 순간이였기에 지금도 웃음이 저절로 난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무엇이든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공부도 그때가 아니면 해라해도
못한다고 주섬주섬 했던 말은 내가 성인이 되지 않아서 이미 그 답을
알 수 있었다.장작 12년을 열심히 공부하고 단 한번의 시험으로 내 진로가
정해지는 그 역사적 순간은 나 뿐 아닌 모두가 겪었을 절제절명의 순간이
아니였겠는가.
그 결과는 좀 더 잘할걸 하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있을테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앞이 캄캄한 심정으로 울부짖는 이도 있을테고 이래저래 그
다양한 모습들에서 또 인생의 한 장을 배우기도 한다.
하물며 그 앞서 지나 온 시간들 앞에서 조차 떳떳하지 못한 내 자신이 그가
'삶 중심'의 '참 공부길'의 모범답안을 보여줌으로서 아직 채 꺽이지 않은
내 열정들을 다시 들춰보고 싶은 희망이 샘 솟는 기운을 얻는 듯 그냥 안주
하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큰 사명감을 부여받은 느낌을 져버릴수가 없었다.
열 두 마당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문득 과거의 내가 존경하던 신사임당이
떠오르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열어 준 다양한 길로 인해 그 시대의
여인으로서 감히 엄두도 못 낼 학업을 해 가며 자식들에게 있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스승의 본보기가 되었듯 그의 아버지 역시 그의 능력을 먼저 알았고
그 길을 열어주려 많은 자극을 심어준 듯 하다.
또한 열째마당을 접어들면서 '온생명과 낱 생명'이라는 주제하에 풀어 놓은
이 부분은 그가 물리학자답게 서술해 놓은 글들이 비유적으로 잘 다음어진
장이기도 하면서 그간 미처 몰랐던 '온생명'에 대한 개념과 함께 완전한
앎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다 넘기었다는 이유에서인지 확연히는 아니지만
누군가 말하면 고개를 수긍할 정도의 지식은 담아둔 듯 하다.
지금 떳떳하게 책을 읽었지만 다시 책을 읽을즈음엔 좀 더 세세히 그만이
가질 수 있었던 '마스터 키'를 온전한 내 것으로의 소유를 위해 매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감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자리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