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산
이명인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은밀한 유산]

 

작가 이명인의 소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모티브로 삼는 듯 하다.

그 이전의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깔끔한 필체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로

우리 깊숙히 내재된  차갑디 차가운 응어리들을 뜨겁디 뜨거운 용암처럼 소리없이

흘러내리게 하더니만 이내 그 뜨거움이 가시기 전 다시 우리에게 기다린만큼의 대가를

주기라도 하듯이 개인의 귀속적 배경(혈통,계급,족보 등)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틀의 충돌이 문제가 될수록 이야기는 복잡해지고 시대적 흐름도 자본주의 산업사회

이후인 1900년대와 현재를 넘나드는 4대에 걸친 두 집안의 숙명적인 인연이란 연결

고리에서 족보와  계급이 그 뿌리를 지키고 계승되어지는 것을 고취시키어 주는 동시에

무겁지 않게 다소  풍자화 시킨 점도 작가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고라실은 연암이씨 충숙공파 가문의 일가들이 살고 있으며 너븐들에는 안동김씨 문수공파 

가문들의 세세한 표현 글들 속에서 차마 웃지 못할 그림들이 연이어 그려지는 와중 그것은

비단 그 시대에만 존재하는 사회구조는 아니었으리라.

여기서 그 구체적인 이야기의 꽃이 피워지기 시작한다.

사이가 좋지 않던 가문의 화해를 불러 일으킨 고라실의 종손 이 정우와 너븐들의 여식

김 난설이 사랑에 빠지자 결국 혼인을 허락하는데.

그 화해의 장도 고라실 장자 정우가 충숙공의 후예로 독립운동을 하다 일경에 체포되고

곧이어 동생인 영우까지  옥사하자 고라실 집안은 번영에서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다시 현대에서 과거로의  이야기엔 선행시대를 후행시대의 발판으로 삼고 현사회적

풍조가 여과없이 드러나는 혈연과 가문을 중시한 전통사회의 벗지 못하는 당대 사회의

암울성을 내면화된 방법으로 각 등장인물들을 통해 이해를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문중의 후손인 현진과 영인의 대화들을 읽으면서 현대인들이 관철하고 있는 족보에

대한   이야기 흐름은 자칫 글의 초점이 흩어짐을 다시 매만져 주듯이 흥미로웠던 부분

이기도 하다.

소설화 된 우리 시대의 어둡고 그늘진 권위적인 계급 귀속의식이 던져주는 여러갈래의

생각을  갖게 하는 동시에 작가가 면밀히 파헤치고자 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몸에 벤 이들이 이 사회에 얼마나 존재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내심 그것들로 인해

혈연이나 계급등을 앞세워 사회이동과 지위 불일치등 공평성을 잃은 사회적 균형이

올바르게 자리잡힌 사회체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

일어서기도 했다.

사실 초등학교에서도 족보와 비슷한 형식으로 안내장이 와 나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몇대손인가부터 쭈욱 살피며 작성해서 보내긴 하였으나 정작 이 안내장이 어떤 의미로

제출되는 것인가 하는 의아함도 들긴 했기에 '은밀한 유산'을 읽다보니 온갖 잡념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치어 던져진 기분이다.

그들이 말한 것처럼

'나의 조상은 스스로 용이 되라 가르쳤다'

그것은 어쩌면 다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대가 끊기어 없어지고마는 위기를 염두에 두고

후에 대를 이을 후손을 위해 보다 여유로운 쉼 속에서 은밀하지 않은 유산을 준비하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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