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물을]
미국 대공황 시절의 옛날 기차 서커스단인'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에서
그를 만난 것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의 옛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기도 했다.
물론 그의 기억의 쳇바퀴들의 흔적들을 쫒아 간 내게 참으로 과거로의 여행은 사뭇
신선함 그 자체였다.미국이 경제대공황으로 십여년간 경기가 침체되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며 허우적거리는 그야말로 오늘 날 경제대국인 미국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그 시기에 미국 전역을 순회하고 있는 서커스단에서 몸을
담고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마치 우리네를 마법에 걸리게 하고 들려주는 듯 하다.
서커스하면 우리 부모님이 아니 아버지가 생각난다.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우리 아버지는 그 구석구석 동네들을 모조리 다 휩쓸고
다니면서 모르는 곳 없이 성장해 왔다 하셨다.
김제는 아주 시골이였고 좀 더 나가야만 도시라는 풍경을 자아내고 그럴싸한
장들을 볼 수 있고 게다가 장의 잔치인 묘기를 지닌 자들의'서커스'를 볼 수 있었다
한다.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아버지가 명절때마다 텔레비젼에서 동물들과 인간이
어우러져 지상에서의 화려한 서커스 쇼를 한다치면 누가 뭐라해도 그 시간만큼은
아버지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자 과거 속의 추억이었던 것이다.
나는 서커스를 직접 보거나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다,헌데 아흔을 훌쩍 넘은 제이콥이란
노인을 통해 화려하게만 보이던 서커스와는 달리 그 시대를 반영하듯 참혹함이 저자의
섬세한 필력으로 내용전개 과정에서 날개짓을 가볍게 휘날리고 있었다.
물론 그가 자기 나이조차 가물가물하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어하지만 그래서일까 젊은 시절의 제이콥이 등장할때 낯설기보다는 친밀하기까지 했다.
양로원에서의 과거로의 추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명문 코넬대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촉망받던 학생 제이콥은 일순간 부모의 교통사고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하다 무심코 기찻길 근처를 지나다 홀연히 기차에 몸을
실으면서 자기 인생에서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는데.
그 곳엔 제이콥 대학시절 좋아했던 여자를 닮은 말레나와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끼리
로지가 있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과히 달콤함이 아닌 쓰디 쓴 카카오 초콜릿 같은 맛을 보여준다.
그 화려함을 내뿜는 그 곳에서는 이루말할 수 없으리란만큼 생각치도 못한 많은
희생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한 힘듦을 고통을 알고도 그가 그 곳을 동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곳은 그의 시작과 끝의 종착역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였으리라.
비로소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원점을 향한다.
간간히 실화가 나오긴 했으나 소설치고는 굉장한 마력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져드는 재미,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읽는 맛이라는
문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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