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최하림 시인이 들려 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20
최하림 글, 서선미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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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최 하림 시인은 할아버지다.

하지만 요즈음 60을 지난 숫자는 아주 젊은 할아버지다.

오랜 시 창작에 몰두하신 탓에 머리 사이로 눈발이 날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옛 이야기를 들려주실때 만큼은 과거의 주름이 깊이 파인 혹은 거칠고

마디마디 굵게 굳은 살이 잡히는 손을 지닌 우리들의 할머니,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면서 항시 넉넉하고 언제든 달려가면 치마폭에 끌어 안아줄

푸근함이 그립기도 하고 앙상한 뼈를 피해 곧잘 살집이 있는 곳을 고르다 골라

누워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 보며 귀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옛 이야기에 열어놓곤

했던 그 시절이 마냥 부러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 하림 선생님의

옛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지혜와 교훈을 알게모르게 가슴에 민들레

홀씨처럼 씨를 퍼뜨려 주신다,훗날 그 씨가 아이들의 인성에 올바른 좌표를 형성해

가는데 있어 큰 힘을 실어줄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이야기는 총 3편을 담고 있으나 각 이야기마다 전하는 내용은 다르나 그 마침은

하나로 일관된 옛 이야기의 맛이 구수하게 느껴짐을 맛 볼 수 있었다.

표제에서 장기를 마(馬)를 들고 장기에 관해서만큼은 총각을 따를 자 없다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하고 있다.

글쎄,그 많은 장기 중  왜 하필 마(馬)를 쥐고 있을까 하는 엉뚱한 발상이 나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장기에서 마(馬)는

절대로 다른 기물을 뛰어 넘을 수 없고 그냥 자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만 움직여야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자기가 뜻하고자 하는대로 머슴으로만 사는 신세를 한심스럽게 여긴

나머지 주인 어른을 찾아가 자기의 갈 길을 떠난다는 말을 건넨 후 받은 새경을

모두 장에 내다 판 후 세상 구경을 나서려면 적어도 남들 못하는 특기는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장 저장 돌아다니며 장기 고수들에게 장기를 배우기에

이른다.물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 실력에 총각을 따를 자 없자 장기판이 벌어지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서는데 고개를 넘던 총각은 나무 그늘에서 한 숨 자고 가려고

줘 앉았는데 그 곳은 서낭당이였다.즉 옛날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신을 모신 곳이다.장기를 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 총각은 그 대상을 서낭님으로

정하고 혼자 총각도 되었다가 서낭님도 되었다가 장기대결을 벌인다.

총각이 이기면 장가를 보내주고, 지면 가진 돈을 내놓는 조건을 거는데 그 결과는

보지 아니하여도 뻔했다.그런 연유에서인지 총각이 가는 곳곳 도움의 손길을 받고

그보다 더한 것을 받게 되면서 결국엔 서낭님이 그 약속을 지키신 것이다.

그렇게 바라던 장가를 가게 된 것이다.

과거뿐 아닌 현 시대에도 약속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햇빛과 같은

존재이기에 두 아이들이 아주 뜻 깊게 재미있게 읽고 다시금 또 찾아 읽는

모습에 흐뭇하기까지 하다.

더욱이 최 하림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빛을 발하지 아니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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