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서른 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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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무살은 되어버렸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만큼 준비도 각오도 없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십대를 보냈고, 어느날 스무살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충격완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은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35% 정도 부족하게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아쉬움이 가지고 있었기에, '서른'이라는 나이 그 자체가 주는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학할 때처럼 서른도 처음에는 낯설음에서 오는 심적 충격이 있지 않을까하고 꽤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서른'이라는 숫자에 당황해서 어리바리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서른도 지나버리는 순간을 슬쩍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리고 약간의 불안함과 긴장이 뒤따라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해서 뒤척이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래서 이모저러 책을 뒤적이며 서른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그 말을 믿고, 책 속에서 겁에 질려 조금은 떨고 있는 마음을 다스리면서 평정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때 그 책을 읽게 되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필독서라고 주위에서 입을 모으길래 읽었더랬다.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나만 불안한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괜찮아졌다.

또래 친구들이 이제서야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서 살짝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금 이르게 혼자서 온갖 소란을 다 피워서인지 지금 나는 별다른 타격없이 잘 지내고 있다. 서른이 별 건가 하면서.

서른이 특별한 나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그게 이 책을 읽고나서 얻은 가장 큰 깨우침이랄까.

하지만 제대로 서른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참한 서른이 되고 싶었다.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실수를 줄여나가서, 서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지혜롭고 현명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당장은 내 마음 나도 몰라 어처구니 없어하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괜찮아질거라고 믿고 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그러던 차에 내가 만난 책은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후속작인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였다.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기에는 조금 멋쩍은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고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책에 쓰여있는 구체적 해결방안을 읽으며, 여지없이 못난 자신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어른답게 대응할 수 있다는 거 참 어렵구나라는 핑계 뒤로 숨을 수 있을만큼 어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은 스스로 척척 해결해나갈만큼 성숙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신과의 대면은 불편했다. 페이지를 넘기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이것만큼은 내가 잘 지키고 있는거야. 문제없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항목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작게 한숨을 쉬는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어진다.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고 스스로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본다.

한 때의 감정의 휩쓸려 반드시 후회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과거의 늪과 미래의 소용돌이에 흽쓸려 정작 가장 중요한 현재를 방목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겠다고 다시 한번 굳건히 마음 먹었다. 열정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일도 찾아내고, 시작해보지도 않고 단념해버리는 짓도 이제 그만해야지라고 되새긴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진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무엇이든 꿈 꿀 수 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아름다운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를 읽고 했던 많은 생각과 다짐을 잊지 않도록, 당분간은 가까운 곳이 이 책을 두어야 겠다.

서른을 준비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딱히 조언을 구할 데도 없고, 내심 큰 용기내서 말을 꺼냈는데 관심있게 들어주지 않는 것같아서 의기소침했을 때 그 말을 믿어보길 바란다. 책 속에 길이 있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필요한 답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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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자기계발서
미타 모니카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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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사 진지하고 꼼꼼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을 가졌다'라고 하면 좋을텐데, 어째서 이 긴 문장이 '소심하다!'라는 단 한단어로 축약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차에 'A형 자기설명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A형만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장점의 나열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 책을 즐겁게 읽었기에 후속편같은 느낌이 드는 'A형 자기계발서' 역시 기대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A형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던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지는 않을까라고 기대했었다.

 

그리고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를 가진 빨간 북커버의 책을 펼쳤다. 

이 책은 'A형 자기설명서'와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혈액형별 성격에 별자리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차별화될 수 있다.

혈액형 하나만으로 사람의 분류하고 특성짓는 것에 조금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 A형을 별자리에 따라 12가지로 나누고 있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12가지 별자리에 따라 A형을 분류하고 단락 끝머리에는 그 타입의 공략법과 적성에 맞는 직업도 실려고 동유형의 유명인리스트도 첨부되어 있다. 대다수가 연예인인 점이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참, 끄트머리에는 별자리별 형액형에 따른 궁합표도 실려있다.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유형 공략법이라든지 궁합표를 통해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A형 자기 설명서'의 심화버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혈액형과 별자리별로 나누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같은 혈액형이라도 성격은 천자만별일텐데, 혈액형별 성격이라는 범위 안에서 다시 한번 별자리로 분류를 하고 있어서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성향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A형이라는 대분류로 시작해서인지 비슷비슷한 면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 타입이 아니어서 대충 보아넘겨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특별히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기본적으로 'A형 자기설명서'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읽을 거리도 풍부하고 일러스트와 문장도 귀염성이 있어서, 재미로 읽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책의 힘을 빌려서 주위에 있는 A형들의 성격분석도 해보고, 정말 이런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도 살짝 관찰해보면서 별자리별 혈액형 성격의 신빙성과 진위여부를 가늠해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를 이어가는 한가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도 발견하지 못한 장점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활약은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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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 길의 시인, 신정일의 우리 땅 걷기 여행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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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아름다운 38개의 길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걸어봤던 길은 그 기억을 더듬으면서 읽어서 좋았고, 그저 지명만 알고 있는 길이라면 아직 걷지 않아서 좋았다.

한나절이나 반나절이면 걸을 수 있는 루트가 대다수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걸어야 하는 9시간 이상의 루트도 몇몇 있었다. 하루 정도 일정을 잡아 오로지 제 발로만 타박타박 길을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교통수단이 편리하고 고마운 것이라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지만 걸음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속 70km로 달릴 때는 놓칠 수 밖에 없는 것들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고되어서 주위 풍경을 내팽개칠 정도로 힘든 코스만 아니라면 도보여행은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경로들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도하기도 전에 도리질칠만큼 버거운 것 같지도 않다. 힘들면 또 어떠랴. 가다 멈추고 되돌아서도 그 역시 아름다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그 장소에 얽힌 설화나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케이블에서 사시사철 재방송을 하고 있는 전설의 고향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도 아직 소재가 바닥나지 않을만큼 우리 길 곳곳에는 이야기가 서려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략한 역사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저 지나치기에 너무나 안까운 명소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었던 점도 좋았다. 실제 여행 중에 시간이나 기타 여건상 일정이나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만큼 꼭 들러야만 할 것같은 장소를 콕콕 집어 소개해주고 있다. 그리고 꼬불꼬불 간략한 약도자료와 한눈으로 보는 지도자료도 여러모로 꽤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그동안은 여행계획을 세우면 이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어디에서 무얼 먹고, 무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리스트 만들기.

이 책에는 화려한 쇼핑지 소개도 없고, 사진만으로 허기지게 만드는 맛깔난 음식 사진도 없다. 소박한 음식점 몇 군데, 장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책 속에 스며든 듯 소박한 모습이었다. 여기서는 길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소소하고 정감있게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기존에 자주 손이 가던 여행관련 책들 중에서는 화려한 선물상자를 받아든 기분이 드는 것들이 꽤 많았었는데, 이 책은 아직 흙이 묻어있는 채소가 가득 찬 바구니를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각자 나름대로 장단점은 있지만, 자동차 매연과 복잡한 거리에 실증나고 지쳐가고 있을 때에는 이런 길에 유난히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 생겼다. '동해 트레일'

부산 해운대에서 동해 바다를 따라 북한의 두만강 녹둔도까지 이어진다는 그 길의 일부라도 걷고 싶어졌다.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은 분명 멋질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몇 번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걷는 것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 참 멋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도보여행에 관심이 생겨서 책과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곳곳의 꼭 걸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장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들을 성실하게 걸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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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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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록 색의 예쁜 표지가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노란색 책끈에서는 향긋하고 진한 벌꿀 냄새가 날 것만 같다.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아담한 책은 반년간 같이 살았던 남자친구가 짐가방을 돌돌 끌며 떠나버리고, 엄마와도 이미 오래전부터 사이가 틀어져버린 리에의 좌절극복와 자아찾기가 소복히 담겨있다. 

 

알고보니 친구와 사귀고 있는 집나간 못돼먹은 전 남자친구와 지긋지긋하고 정떨어지는 회사생활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없이 정리해버리고, 일상적인 짧은 전화통화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모녀 관계에서도 잠시 벗어나고자 하던 때에 그녀는 운명처럼 '꿀벌의 집'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는 '꿀벌의 집'에 양봉조수로 채용된다. 산에 둘러싸인 그곳에서는 도시에서 즐겨보던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과 가을패션전망을 전하는 여성지는 더이상 그녀의 관심을 차지하지 못한다. 북덕거림속에서 적당히 즐겁게 지내는 시간들을 더이상 없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사라지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던 냉랭함을 데리고 갔다. 회사에서 전표를 만들고 있을 때, 선술집에서 시끌벅적 흥에 겨울때, 만원전차 속에서, 특히 아파트 문 안쪽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찾아오던 그 냉랭함이 벌꿀의 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의 방식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연의 힘은 그녀를 치유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

범상치않은 '꿀벌의 집' 사장인 기세 씨와 미국에 살면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아들 조지, 꿀벌을 사랑하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가고 있는 아케미, 꿀벌에 대해서만은 따뜻하고 성실한 그리고 수다스럽기까지한 폭주족 리더 출신 겐타, 그리고 이들을 돕는 마을 사람들 모두는 자연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들 역시 이곳에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꿀벌을 돌보는 동안 그녀는 마냥 싱그럽고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강하고 단단한 자연속에서 이전의 삶의 방식을 지워나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란다. 마음의 키가 비가 온 다음날의 죽순처럼 쑥쑥 자란다. 그리고 이전의 수면을 표류하듯 살아가던 방식을 떠나서 그녀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이 책은 그녀가 그동안의 상처와 아픔을 직시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하지만 담담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제멋대로인 인간과 한없이 너그럽고 포근하지만은 않은 자연을 과장없는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꿀벌과 양봉에 대한 기초 상식도 알 수 있다. 평화롭게 보이는 꿀벌의 세계가 성실하게 자연의 규칙을 따르고 있는 것과 그 꿀벌들을 돌보는 양봉가의 모습을 보면서는 자연과 인간 어느 쪽도 편들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향을 엿볼 수 있었다.  

뒤죽박죽 방치해두었던 문제들은 하나하나 스스로 해결해나갈만큼 성숙해진 리에의 모습에 왠일인지 내가 기운이 났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벌꿀의 집'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또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어떤 걸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꿀벌의 집'을 읽으면서 꽤 오랫동안 도시에서만 지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묘사한 풍경을 상상하면서 잠시잠깐 삼림욕을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맑은 공기, 푸른 숲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문장으로나마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책의 내용이나 분량이 산책할 때 가져나가면 딱이다. 천천히 걷다가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벤치에 앉아서 책을 펼쳐도 좋고, 근처에 마음에 드는 찻집을 발견하면 벌꿀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읽어도 즐겁지 않을까 한다. 끝장을 덮고나서는 책표지처럼 산뜻하게 초록색 옷을 입은 나무사이를 걸으면 어떨까한다. 불안하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초록색을 보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던데, 초록의 향연을 맘껏 즐기다보면 책에서처럼 자연의 힘을 발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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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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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슴 뜨거운 스포츠의 감동과 미스터리의 카타르시스를 절묘하게 결합한 2008년 최고의 소설!

반전을 거듭하는 진상, 되풀이되며 무게를 더해가는 주제, 마지막 순간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감동의 극적 반전 

 

이 소설의 처음 2쪽을 읽어버린 순간 어쩔 수 없이 끝장까지 쉴새없이 읽게 될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로드레이스 선수들 사이에 갈등과 계략 그리고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했었다. 책소개글에서 '미스터리'와 '반전'라는 단어에 매료되어 추리소설이려니 생각했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이라고 미리 지레짐작하고 '속지 않겠어!'라는 마음을 먹고 결연한 자세로 읽었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촘촘히 쳐 둔 그물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라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낚여도 좋다라는 자세로 아무것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성격 급하게 뒷장을 넘겨보지도 않는다면 이 책이 전해주는 감동을 온전히 읽는 사람의 몫이다. '새크리파이스'가 팽팽한 긴장과 범인색출보다는 감동과 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만 유의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로드레이스는 생소한 경기였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그러고보니 언젠가 텔레비전 중계에서 본 것도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즈음에는 신사의 스포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스포츠라고도 불리우는 로드레이스가 조금은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로드레이스는 에이스와 어시스트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개인경기로 보이지만 실제로 단체경기에 가까워 어시스트 선수는 비록 자기 순위가 뒤쳐진다고 해도 에이스를 이기게 하기 위해 달리게 된다고 한다.

기록상으로는 승자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자랑스러운 기분으로 결승점에 들어올 수 있는 로드레이스에 매료된 시라이시.

골인지점에 맨 먼저 뛰어드는 의미를 모르는 그는 어깨 위의 무거운 누름돌을 떨쳐내고 이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로드레이스에서 어시스트로서의 역할로 만족하고 있다. 그가 속한 팀 오지는 힐클라이머인 이시오를 주축으로 정비된 팀이었는데, 이시오를 어시스트하던 시라이시가 스테이지 우승과 종합 1위의 기록을 세우게 되고 비로소 갈등의 양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분적인 정보들이 오해와 반목만을 부추기고, 이시오 선배가 과거 라이벌이었던 후배 선수의 사고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굴러가는 눈덩이마냥 의혹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새크리파이스'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부터다.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주제는 더욱 또렷해지고 감동은 더해간다.

 

새크리파이스는 번외편이 있다고 한다. 이사오와 아카기가 함께 달렸던 7년간의 시간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속내를 알 수 없었던 이시오와 조연처럼 등장했던 아카기가 어떤 인물로 그려졌는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속편 연재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데 크게 기여한 로드레이스 자체에 대한 세밀하고 꼼꼼하게 묘사와 흥민진진함을 잃게하지 않는 탄탄한 구성을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니 꽤 기대가 된다.  

'새크리파이스'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서점 대상에서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주제가 부각되면서 짙어지는 짠한 감동과 스포츠와 미스터리의 극적이고 적절한 조화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감동과 미스터리의 멋진 조화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로드레이스만의 독특한 룰이 만들어낼 수 있는 승리의 방식을 읽으며, 골인 지점에 뛰어드는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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