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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 길의 시인, 신정일의 우리 땅 걷기 여행
신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아름다운 38개의 길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걸어봤던 길은 그 기억을 더듬으면서 읽어서 좋았고, 그저 지명만 알고 있는 길이라면 아직 걷지 않아서 좋았다.
한나절이나 반나절이면 걸을 수 있는 루트가 대다수이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걸어야 하는 9시간 이상의 루트도 몇몇 있었다. 하루 정도 일정을 잡아 오로지 제 발로만 타박타박 길을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교통수단이 편리하고 고마운 것이라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지만 걸음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속 70km로 달릴 때는 놓칠 수 밖에 없는 것들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고되어서 주위 풍경을 내팽개칠 정도로 힘든 코스만 아니라면 도보여행은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어 있는 경로들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도하기도 전에 도리질칠만큼 버거운 것 같지도 않다. 힘들면 또 어떠랴. 가다 멈추고 되돌아서도 그 역시 아름다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그 장소에 얽힌 설화나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케이블에서 사시사철 재방송을 하고 있는 전설의 고향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도 아직 소재가 바닥나지 않을만큼 우리 길 곳곳에는 이야기가 서려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간략한 역사지식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저 지나치기에 너무나 안까운 명소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소개하고 있었던 점도 좋았다. 실제 여행 중에 시간이나 기타 여건상 일정이나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최소한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만큼 꼭 들러야만 할 것같은 장소를 콕콕 집어 소개해주고 있다. 그리고 꼬불꼬불 간략한 약도자료와 한눈으로 보는 지도자료도 여러모로 꽤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그동안은 여행계획을 세우면 이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어디에서 무얼 먹고, 무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리스트 만들기.
이 책에는 화려한 쇼핑지 소개도 없고, 사진만으로 허기지게 만드는 맛깔난 음식 사진도 없다. 소박한 음식점 몇 군데, 장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책 속에 스며든 듯 소박한 모습이었다. 여기서는 길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소소하고 정감있게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기존에 자주 손이 가던 여행관련 책들 중에서는 화려한 선물상자를 받아든 기분이 드는 것들이 꽤 많았었는데, 이 책은 아직 흙이 묻어있는 채소가 가득 찬 바구니를 건네받은 느낌이었다. 각자 나름대로 장단점은 있지만, 자동차 매연과 복잡한 거리에 실증나고 지쳐가고 있을 때에는 이런 길에 유난히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꼭 걸어보고 싶은 길이 생겼다. '동해 트레일'
부산 해운대에서 동해 바다를 따라 북한의 두만강 녹둔도까지 이어진다는 그 길의 일부라도 걷고 싶어졌다.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은 분명 멋질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몇 번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꿈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은 걷는 것을 꿈꾸게 한다. 그래서 참 멋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도보여행에 관심이 생겨서 책과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세계곳곳의 꼭 걸어보고 싶은 아름다운 장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들을 성실하게 걸어보리라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