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아워 바디 (4-Hour BODY)
티모시 페리스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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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증의 다이어트! 거기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자유롭다면...

진심으로 부럽다. 올해만 하더라도 몇 가지 다이어트에 도전했고, 결과적으로 보자면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다이어트가 저염식 식이요법이었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식단을 짜고 성실하게 이행하였었다. 매일 두유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과일도 부족하지

않게 섭취했었다. 그랬는데 이 책에서 그러면 안 된단다. 두유는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거란다.

두둥...이미 두 박스 정도의 두유를 먹었을 때 이 책의 소개글에서 두유는 절대 안 된다는

글을 발견했었고 좌절했었던 걸 기억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었다. 과연 내가

그동안 했던 그 많은 다이어트들이 도대체 얼마만큼 잘못 되었는지 알고 싶어졌으니까.

그리고 알게 되었다. 정말 잘못한 게 많더라. 내 다이어트는 그렇게 좌초되고 있었던거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주의사항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일단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출판사의 당부. 또 한번 의사와 상담하란다. 그 어떤 부작용에 대해서도

작가와 출판사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확고하게 쓰여져

있으니 이 책을 따라하기 전에 의사와 개인 트레이너와의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런 이런 것들이 나름대로 효과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하면 오류를 범해서

큰일날 수 있으니까 반드시 사전 상담하기 바람...이라고 해석했는데, 틀린 건 아니겠지?

일단 직접 실행에 옮기기 전에는 상담과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해가 없을테니까. 그리고 읽으면서 더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의료진과 개인 트레이너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겠노라고.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통제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열망 정도랄까. 그리고 거기에 전문가의

성실하고 지속적인 조언이 부가되었을 때 바라던 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듯 했다.

책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저지르면서 했던 많은 실수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패인을 분석할 수 있었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다시 한번 점검했고,

그것들의 거의 대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우울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먹어도 되는

것들, 그러니까 그동안 먹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먹어도 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일말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었다.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가, 당신의 다이어트가

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꽤 자세하게 나와있고 다채로운 성공사례를

나열하고 있어서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에 들뜨게 만들기도 했다.

운동방법이라던지 실제로 작가가 경험했던 여러 가지 체중 감량을 위한 방법들이 있었는데

책 초반의 주의사항이 있어서 따라해보지는 못했다. 이걸 따라하는 건 개인 트레이너와

계약을 맺은 다음이다, 라고 정해두었으니까. 다이어트에 대한 의욕과 열정을 부추기는

책이기는 했다. 이전에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셨던 분이라면 이 책만으로도

쏠쏠하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난 대체적으로 식이요법이나 굶으면 살은

빠진다라는 비이성적인 기조를 필두로 다이어트를 꾸려나가고 있기도 했었고, 운동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거의 하지 않는 유형이라서인지 이 책을 읽고나서도 얻은 결실은

앞으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

좀 체계적으로 시작해봐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 정도?

그런데 말이다. 체계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해보지 않는 사람이라서 드는 생각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이래도 되나?’싶은 방법이 있다. 저래도 되는 것일까 마구마구

의문이 드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 믿어도 좋을까...? 어쨌든 조만간 그 의문들에 대한

해결책을 하나씩 찾아보려고 한다. 믿어도 좋을지는 결국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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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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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뭐 이런 제목이? 제목만 보면 당최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친다니...공상 소설인가? 판타지??

이랬다는 걸 고백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말고 또 있다면 일단 이 책을

읽어보라 살짝 권하고 싶다. 왜냐면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나면 이 제목이 더 이상

난해하게 다가오지 않으니까. 오히려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체스의 바다 속에서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는 한 소년의 모습을 말이다.

한 아이가 태어난다. 입술이 붙은채로. 수술을 통해서 입술을 떼어냈지만 어색한 수술자국이

남았고 그 자리에는 정강이 솜털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는 또래 친구가 없는 것 같다.

아니, 있다. 벽 속의 소녀, 미라. 벽 속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한 소녀를 미라라고 이름 짓고

매일 밤 조근조근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는 더 있다. 코끼리. 백화점 옥상에 잠시

올라갔다가 너무 커져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지 못하게 된 비운의 코끼리. 그 코끼리는

옥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기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 코끼리도 아이의 둘도 없는 친구다.

그러던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학교에서 또래 친구가 생겼느냐고?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외려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아이는 수영장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는 죽어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버스 회사에서 일하는 기사라고 한다. 아이는 홀린

듯 그 버스 회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체스와 말이다. 그리고 체스 사부님과!

체스 사부님은 덩치가 큰 남자였다. 그리고 아이는 그에게서 체스를 배우며 소년이 된다.

달콤한 향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고양이 폰을 안고 체스를 두는 소년은 체스의 세계와

사랑에 빠진다. 비록 그는 체스 테이블 아래에서 웅크린 채 체스를 두는 습관이 생겼지만.

그렇더라도 괜찮았다. 그런 걸 괜찮다고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사부님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평온한 날도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소년은 커지는 것에 대하여 무한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장을 멈춰버린다.

몸이 커져서 벽 사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소녀 미라, 엘리베이터 한도를 초과하는 체중으로

결국은 옥상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던 코끼리, 달콤한 간식을 먹고 또 먹다가 결국에

너무 커져버린 체스 사부님까지. 그들에 대한 기억은 소년이 더 이상 자라는 걸 거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크기를 고정시키고 성장을 멈춘다.

그 이후에 그는 리틀 알레힌으로 체스는 두는 나날을 보낸다. 일단 체스를 둘 수 있었고,

곁에는 미라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는 그 세계를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폭력은 어김없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그의 평온은 망가져버린다. 여전히 소년의

몸인 그는 폭력에 대응하기에 너무 작았고 무력하리만큼 순진했으니까. 그는 거기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를 아끼고 사랑했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인다. 동생 역시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미라 역시 그를 살뜰하게 보살펴준다.

체스 사부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인생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었고, 그에게는

인생이 지침이 되는 말을 들려주는 사람이었다. 체스를 통해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좋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때때로 만나게 되는 나쁜 사람들이 그의 세계를 부순다. 철저하게...

그리고 그가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그 세계에서 떠나가게 만든다. 그런 헤어짐과

떠남은 그를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하게 만든다. 그의 체스에 대한 마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체스에 대한 마음만큼은 사그라들지도 마모되지도 않는다.

그런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실려있다.

오가와 요코의 소설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바로 그 요가와 요코.

그녀의 다른 소설처럼 이 소설은 사냥하지만 슬프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삶을 주인공에게

선사한다. 수식을 사랑했던 작가의 이번 선택은 체스였다.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체스 규칙을

알게 된다. 체스에 대해 다정다감하게 설명해주니까 저절로 규칙이 대략을 숙지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체스를 사랑하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고, 그렇기 때문에 체스 자체에 대해서도

애정과 따사로움이 넘쳐나서인지 억지로 익히고 외우려들지 않아도 체스의 규칙은 스스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체스를 잘 모르니까, 체스는 별로 흥미없으니까 이 소설도 어쩌면 별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잠시 뒤로 미루기를.

이 책에는 슬픔이 고여있다. 그렇다고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런 슬픔은 아니다.

적당하게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아련하고 나직한 슬픔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 슬픔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위를 맴돈다. 그러니까 슬픈 책.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만약 거기서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그렇게 했던 데는 이러이러한 까닭이 있었고, 
그러므로 그렇게 둔 건 결과적으로 볼 때......그렇게 자기 체스에 구차하게 의미를 붙이고 싶어 하거든. 
스스로 해설을 덧붙여. 하여간 어리석은 일이지. 그게 다, 입처럼 쓸데없는 게 붙어 있는 탓이야
                                                            -책 속에서 인상적인 많은 문장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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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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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덴슈타인 형사의 오해는 독자를 교란시킨다. 헛다리 짚기의 달인이고 감은 대체로 틀린다.

그러면서 맞다고 우기니까, 그래도 비중있는 역할인데 혹시나 해서 믿었다가 역시나여서

옅은 한 숨. 절대 보덴슈타인 형사를 믿지 마라. 결국에는 모든 형사와 탐정은 분량을 고려한

수사와 추리를 하게 마련이다. 페이지를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비슷하다는 느낌인데 이 책은 한참 전에 읽어서인지 대체적인

줄거리마저 희미한 상태라 확인할 수는 없다. 피아 형사랑 보덴슈타인 형사가 나왔었다는

것만이 분명하게 기억날 뿐이라서 당황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보다 시리즈 선순위인데 너무 친한 친구들을 뒤늦게 읽었다.

피아 형사는 이제 막 다시 싱글 여성으로서의 삶을 개척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러모로 위험에 처한다. 감금도 된다. 명석하고 장점이 많은 여성이라는 전제가 소설의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데, 그것과 일치하지 않은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해서 충돌을 일으켜

준다. 막바지에 전남편과 정리하고 동물원 원장님이랑 괜찮은 분위기였는데 백설공주에서

이들의 관계가 이어졌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열살만 어렸더라도

루카스를 선택했으리라 본다.

 

환경운동가이자 고교 교사인 파울리의 손이 동물원 건초더미에서 발견된다.

교사로서 인정받고 학생들에게 존경받으며 환경 운동도 열성적이었던 그...

하지만 수사가 계속됨에 따라 그의 적들이 하나 둘 씩 존재감을 나타나게 된다.

과연 그를 죽인 건 누구일까?

수사는 샛길로 한참 빠진다. 책을 읽는 이들도 그 수사를 따라서 엉뚱한 길에서 헤매게 된다.

범인으로 의심을 사게 유도하는 인물은 크게 두 명...하지만 그들은 범인이 아니다.

곁가지에서 다루었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고 너무 작은 배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에서 배제시켜 버렸던 것이 후회되려 한다.

그 배제에는 역시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의 공이 컸다. 공로상이라도 줘야 한다고 본다.

피아 형사의 감은 예리했지만 위기 대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기에는 트라우마에 갇혀있었고,

주위에 매력적인 남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그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표한다.

피아씨는 미녀형사였던거다. 연애물의 주인공이 더 어울릴 정도로.

그래서 범인 추정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

 

글쎄, 이 소설에는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가 조금 많이 있었지만 작가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걸로 보이는 인물은 역시 요나스의 아버지? 어쩌면 이 소설에서 나쁜 녀석 순위로

1, 2위를 다투는데 어째 소설 끝까지 멀쩡하다. 독일에는 인과응보는 소설에서 채택하고 있지

않나보다.

 

결국은 가장 비열한 캐릭터가 범인이기 마련인가 싶었고, 독일에는 개에도 세금을 물린다는

것을 알았고, 2006년 월드컵을 추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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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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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카미 류, 처음으로 읽은 그의 소설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그게 언제였더라? 대학교 1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화들짝 놀랬었지.

소재는 그렇다 치더라도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었다. 그 뒤로 무라카미 류는 읽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읽어도 무라카미 류는 읽지 않았다. 어디에 가나 이들 책은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무라키마 류를 피해갔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도 않는 그 페이지를

장악했던 공기를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변명인 듯, 그냥 싫었을 뿐일지도.

어쨌든 그리하여 아주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서.

그리고 놀랐다. 이런 글을 쓸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그야말로 건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대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의 허무함을 품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다른 책들도 이런 느낌이려나? 헛된 공상으로 그의 책을 피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들고 있다.

동화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고, 쉴새없이 당신에겐 쉴드가 있나요?’라고 물어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지마, 기지마. 이름도 헷갈린다. 그들이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쉴드가 없는 소년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 쉴드를 망각한 청년은

어떤 어른이 될 수 있는지, 쉴드를 놓친 어른은 얼마만큼 망가질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보여준다. 극적인 생략이 존재하지만 현실을 반영한 면모가 없잖아 있어서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쉴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우린 모두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그 마음을 위해 튼튼한 방패 하나

장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달까. 하지만 그 쉴드를 가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이야기

속에서도 느껴진다. 쉴드라고 착각할 수도 있고, 쉴드가 망가질 수도 있고, 쉴드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거니까. 하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쉴드의 존재는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이 던진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데, ‘쉴드가 있나요?’라는 물음에 답하고 싶은데

멈뭇거리게 된다. 자신이 없다. 나에게는 쉴드가 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아직까지는

없다. 하나 장만해야 겠다.


첫끝발이 개끝발?
쉴드를 찾는자 평온을 얻을 것이다??
이런 가르침을 이 책을 읽으며 얻었던 것인가! 정녕!!
 
 
인간은 몸 중심에 있는 부드럽고 연약한 그것을 어떻게든 지켜 내야 해. 
지키지 못하면 소중한 그것은 차츰 딱딱해지고 줄어들어서 결국에는 말라비틀어진 개똥처럼 변해 버리지. 
그렇게 되면 인간은 화석처럼 굳어서 감정도 감동도 경이로움도 생각하는 힘도 다 잃고 말아

방패, 쉴드가 필요해
 
                     - '쉴드'에서 핵심 포인트 문장일지도, 두 줄 치고 별 세 개 정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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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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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칼 구스타프 융의 레드 북을 읽기 전에 기대도 많았었다. 융이 16년 동안 쓴 책이라고,

직접 삽화까지 그렸다고 하니까. 게다가 본인이 출판을 원하지 않아서 200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고를 보는 게 가능했다고 하니까. 새로운 책이라는 의미로 ‘liber novus’라는

이름이 붙어있었고, 빨간색 가죽 장정을 하고 있어서 그 스스로 이 책을 ‘red book’이라고

불렀단다. 그런 사연들을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들어서인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기대한 바가 컸었나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이 책을 떠올리면 하게 되는 생각이란...

난해한 남자의 꿈 이야기로 정리된다. 분명 내가 읽을 수 있는 활자로 쓰여져 있는 이 책을

공감하며 읽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게 될 것 같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무렵에는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싶었을 정도니까. 게다가 난 꿈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를 다닐 때 꿈 이야기를 즐겨 하던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그때 그 아이가 꿈 이야기 하는 거 무척 지겨워했었다는 게 기억났다. 꿈 이야기는

역시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중간에서 접을 수 없는 건 그 이야기 속에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부분은 넘긴 페이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빈번하게 출현한다. 그런 부분들의 누적이 이 두툼한 책을 계속 넘기게 만들었다.

익숙해져서일까? 어려운 남자라도 익숙해진다면 그 말을 알아챌 수 있는 능력치가 생기는

것일까? 그렇게 쉬엄쉬엄 읽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는 아니다.

알 것 같으면서 모르겠고, 모르겠다 싶으면 알겠다고 해야하나. 그러고보면 그런 부분을

이 책에서 참으로 많이 만났다. 그래서 복잡했고, 그래서 이 책이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결국 이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게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의 마음에 대한 문제인지라

이 책을 읽었고, 읽고 있고, 읽게 될 그 누구도 이 책을 생소하게는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경하기는하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들여다 본 사람은, 마음을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세밀하게 묘사하고 해석해보려고 시도한 사람은 드물 것 같으니까.

그래서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런 아리송함을 견디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던 건

그 애매모호한 무엇인가가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이면 정리되지 않을까하는 얕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게 한 몫했었다. 어쨌든 그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고 정리도 되지

않았다. 지금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상태이다. 여전히!

하지만 이 책을 읽은 감상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무모하지 않은 시도였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융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게 융에 대해서 다른 책을 읽어보고 무엇인가를 찾아보게 될 계기를 제공하리라는

예상이 든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16년이라는 시간을 걸쳐 쓴 이야기는 본인 스스로 출판을 거부하고 금고에 넣은 뒤 쾅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손자가 출판을 허락한 것은 훨씬 더 세월이 흐른 뒤였다.

이 책의 고유한 가치를 알아챈 것일까 경제적 고탄에서 탈출할 방도였을까. 살짝 궁금해지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의 선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려운 남자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알아듣는 부분도

생긴다, 정도이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의 일방적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다음,

그 다음 책에서는 제대로 된 독서로 그와 소통하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서 융을 계속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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