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러브 토크 - 어제는 사랑했지만 오늘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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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쉬운 게 뭐가 있겠는가! 연애도 물론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내 혼자 마음 알기도 버겁고 어려운 판국에, 거기에 누군가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배려해야

하니 쉬우면 그게 말이 안 된다. 그 어려운 연애에 대해 이 한 권의 책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잔소리같고, 때로는 그게 말이 쉽지 실제로 저런 걸 해내는

인간이 있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수긍도 하면서 나름 즐겁게 읽었었다.

뭐든지 알 것 같고, 어떤 주제를 던져주어도 최소 5분은 쉼없이 무언가를 말할 것만 같은

이미지를 작가에 대해서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연애에 대해서는 얼마나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서 서술할지, 사랑에 대해 어떤 거침없는 충고와 조언을 던져줄지 기대했었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뭐랄까 대체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런 종류라고 해야할까?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 알고 있는 걸 실천하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부류?

그게 쉬웠다면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는 진즉에 실현되었을테지. 이 책에 나와있는 현란한

조언들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번 세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꽤 있었고. 어느 순간 책과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 부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마라, 직업적 성공에 매달리고, 취미를 발견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라.

마치 세상에 남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여자가 되는 것이 사랑에 상처받지 않기 위한 최선의 예방책이다...

당신들이 모든 것을 건 남자들은 당신들에게 절대로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것을 걸고 말고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거다. 그리고 그게 사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걸만한 것으로 사랑을 선택한 이상 그 이후의 모든 상황과 사태에 대한

책임과 리스크는 본인이 질 수 밖에 없다. 사랑의 토네이도에 휩쓸려 나가 떨어져도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서기로 결심만 했다면, 사랑에 모든 걸 거는 게 왜 잘못되었단 말인가?

물론 나는 아직까지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타입으로 분류되고, 취미를 발견하는 것과

여행을 사랑한다. 직업적인 성공, 아직은 멀고 멀었지만 한 걸음씩 성실하게 나아가려 하고

있는 중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문장 조금 신경쓰였다.

어쩌면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람, 무언가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배분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성실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모하리만큼의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서 부딪히는 것이

과연 나쁘다고만 볼 수 있을까? 예방책이라던지, 훗날의 상처라던지 고려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오로지 집중하는 것, 그 속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만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남자에 모든 것을 거는 여자를 상정했던 것일까? 그런 여자 많지 않은

걸로 아는데. 무엇인가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드물다. 소수인이랄까?

 

이런 식으로 책과 의견충돌을 하고 있었다. 이것 말고도 또 있었고, 솔직히 꽤 많았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요지는 알겠는데, 나랑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저런 식으로

꼬리 생각이 따라다녔고, 덕분에 읽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았다. 피드백이라도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책은 그런 기능이 있는 매체가 아니니까.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어서 좋았던 점은 내가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었다는 거다. 모호했었고, 그냥 느낌으로 뭉퉁그려 한 공간안에

밀어넣어두고 있었는데 그걸 끄집어냈고 말로 정리했고 차근차근 다시 쌓아둘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도 훌륭한 연애 지침서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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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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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소울 메이트재미있게 보았더랬다. 하지만 재미있게 보았다 하더라도

그 드라마를 수차례 다시 보고, 돌려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커피를 마실 때, 차를 마실 때, 퀼트를 할 때 음악을 듣는다. 마음에 들면 몇 번이나

다시 듣고 또 듣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에 맞는 음악을 틀려고 고심하는

편이고, 그때 딱 맞는 음악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 평소에 부지런히 음악을 찾아듣고

있는 중이다. 음악은 친하고 가깝다, 최소한 드라마보다는. 그래서일까?

난 이 드라마들을 음악으로 기억한다. OST앨범 꽤 많이 들었었고, 그 중에서 팅캉팅캉

기타 연주를 해보려고 연습하고 있는 곡도 있다. 그래서였을 거다. 조진국 산문집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책의 제목은 외로움의 온도’. 외로움에 온도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외로움의

온도를 재고 싶다는 열망을 품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보니 어쩐지 외로움에도

온도감각이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서늘하기도 했었고, 때로는 뜨뜻미지근했었던 것도 같다.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더라...정도랄까?

요즘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열대야에 뒤척이며 자다 깨는 밤은 일주일이 넘게 이어졌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발명하신 분들과 전기를 찾아내신 에디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보냈을

정도로 더웠었다. 개인적으로 책에도 계절이 있다고 믿고 있다. 여름에 읽어야 좋은 책이

있고, 겨울에 읽어야 참 맛을 알 수 있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건가 했었는데

다른 이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던 건...내가 아는 누군가들의 독서에서 그런 계절색을

발견할 때가 가끔 있어서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무슨 책을 재밌게 읽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대충 책제목을 알려주는데, 이걸 보면 이게 최소한 지금이나 며칠전에 읽은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건 대체로 계절색으로 구분한다. 대체로 그

구분은 여름 한정으로 유효 적절한데, 이 더위에 읽을 수 있는 책일 리가 없잖아라며 추궁

아닌 추궁을 하면 실토한다. 몇 달 전에 읽었노라고. 이 책과는 관련이 전혀 없는 계절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 했냐고 묻는다면...내 기준에서,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을 판단 잣대로

삼았을 때 이 책은 여름책이 아니었다. 가을에 읽었다면, 이 책을 가을에 읽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가. 겨울도 괜찮을 것 같고...봄은 좀 아닌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이 책에 나와있는 노래를 몽땅 찾아들으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겠노라고 호기롭게 다짐했었는데...그러지 못했다. 노래를 찾아들을만큼의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노래를 찾아서 클릭, 손을 뻗어 멜론에서 검색하면 된다. 그런데 핸드폰마저

뜨끈뜨끈 열이 나서 멀리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리하여 노래를 건너뛰고 책만 읽게 되었는데.

나지막한 음성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페이지를 꾸준히 넘길 수 있을만큼 매력이

있긴 했지만 챕터를 하나 읽을 때마다 덥다, 넘 덥다... 왜 이리 덥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감성이나 감상은 분명히 온도가 있었고, 그 온도는 이 더위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만들더라.

그냥 단순히 더위에 지쳐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 책을 읽으려고 안간 힘을

써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그래서 이 책은 찬바람이 나면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처음의 의도대로 노래를 찾아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 타서. 호두가 듬뿍 들어간

쿠키를 구워서 곁들여야 겠다. 호두 쿠키와 커피가 있는 독서 시간을 가져야지.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의 추억과 기억은 어쩌면 내 추억과 기억을 불러내 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나를 감정의 윈드서핑에 초대해주셨던 사람들도 쿨하게

떠오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내 에피소드를 꺼내놓더라도 더 이상

더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에서 내 자신을 꺼내서 뽀송뽀송 말려봐야지.

그러면 좋겠다 싶다.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읽다보면 내가 겪었던 유사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그런 게 다 생각나다니

이상한 일이네 싶지만, 어쩌면 그게 이 책과 이 작가가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너무나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다보니 저항감이나 거부감이 전혀

없다. 다만 이번에는 더위가 모종의 수를 부려서일까? 그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내가 알아

차려버렸다는 게 문제랄까. 어쨌든 가을에 읽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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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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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이거 허풍일거야! 제목에서도 허풍이라고 되어 있잖아!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때때로 진실 같은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 전부가 모두 논픽션이라고 가정하는 순간 슬며시

무서워진다. 여자친구에 대한 권리를 서로에게 넘기는가 하면, 돼지에 대해 이상한 애정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그 돼지는 죽이는데 알고보니 그 돼지는...이라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면 그냥 재미있다고 볼 수 없다.

돼지와 동거인 두 명이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었다. 두 명은 이 돼지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기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돼지는 이 집단의 구성원이 되고만다. 한 명은 그 돼지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한 명은 그렇지 못하는데...그리하여 일어나는 잔혹한

사건을 말해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 미스터리를 담당하면서 섬뜩함마저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냥 장난처럼 시작되었던 여자친구에 대한 자랑이었는데, 그 여자친구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기타등등의 물건으로 그 여자친구에 대한 권리를

사들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허상의 여자친구에게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의 군집은 어째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 상황은, 그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몰아간

그 상황만큼은 조금 무섭기도... 저 고립되고 황폐한 공간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서서히

미쳐갈 수 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가하면 과장이 물론 존재하겠지만 피식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도 없지 않아 있었다.

만땅 취해서 잘못된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이라던지 같은 집에서 살며 아옹다옹

다투다가 급조된 독립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세워진 두 채의 집이 이 두 사람에 의해서 단숨에

풍비박산이 난다는 부분은 왠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냥 단순히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디테일이 너무나도 섬세했고, 그 내용은 쪼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인간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북극 허풍담을 읽으면 공기가 서늘해질 줄 알았다. 북극의 냉랭한 공기처럼 청량감을 주는

서늘함이 내 주위에도 잠시 동안 모습을 드러내 줄지도 모른다 깨알같이 기대했었다.

쉴틈없이 낄낄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없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덥지 않아지기도 했었다. 이 책으로 인해 더위가 휙하니

날아간 게 아니라 더위가 한 풀 꺾였더라, 어제 오늘.

날씨를 한 톤 정도 낮춰주는 게 이 책의 마법같은 힘이였을까나?

마냥 유쾌하지도, 마냥 허풍스럽지도 않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 패턴에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독특한,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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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해서 홈클래스 열었어요 - 솜씨 좋은 그녀들의 돈 되는 수업 이야기
이정 지음 / 멘토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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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에서 두 단어가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취미 그리고 홈클래스.

취미는 많다. 정말이지 내 취미는 무척 많다. 그래서 혼자서도 무척이나 잘 논다. 사실을

말하자면 혼자서 놀아도 시간이 부족하다, 취미가 많아지면. 요즘 날씨가 무척 덥지 않았던가.

너무 덥다 싶은 주말에는 늦은 아침을 먹고 가방 몇 개를 주섬주섬 꾸린다. 신중하게 오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본 다음에 그 취미의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는 할 일 거리를

가방에 담아서 카페로 이동한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시원한 공간에서 꼬물꼬물 취미를

수행한다. 퀼트도 하고, 책도 읽고, 시험 준비를 위한 책도 좀 읽고, 외워두어야 할 것들도

정리해서 기억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자료도 정리하고...기타등등을 한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빵조각이라도 하나 시켜서 아구아구 먹으면서 계속 무엇인가를 한다. 그러다보면

두어 시간은 금새 훌쩍. 그게 내 지난 주말이었다. 요즘 그렇게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들렸었다. 하지만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서는

대체로 밥을 먹고, 카페는 나를 위해서 자주 들린다. 대체로 나의 취미를 위해...

그리고 홈클래스에도 관심이 있었다. 언젠가 클래스를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으니까. 나 역시 초보인 적이 있었고, 아직 초보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무수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거치지 않았으면 좋을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나 역시 배우고 정진할

수 있다면 무척 멋지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 클래스를 열 만큼의 자신감이

생기면 꼭 도전해 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아직은 실력을 쌓을 단계이지만...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나의 꿈을 이미 현실에서 조율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일단 첫머리에 홈클래스를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부터 말해두고 있다.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그 과정만 거치면 홈클래스는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그 홈클래스가

잘 운영 될지의 여부는 오로지 강사의 몫이다. 강사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다. 그건 이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홈클래스를 운영되고 있는 분야는 무척 다양했다.

요리를 시작으로 리본이나 악세서리, 인형, 떡이나 쿠키, 포슬린 아트나 펠트공예, 예쁜 글씨,

공예까지...! 홈클래스가 시도하지 못하는 분야는 없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에

홈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이야기에서 얻게 된 정보가 많았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당장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단 실력을 갖춰야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그 뒤에는 재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겠다고 이 책을 읽고 결론을 내렸다.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책을 찾아보고,

웹사이트를 뒤져서 정보를 찾고, 업데이트되는 기술을 재습득하고...홈클래스의 길은 그다지

만만하지도 쉽지도 않은 분야인 게 분명하지만 그 세계만의 특성과 보람이라는 게 존재했다.

각오를 다지게 만들고, 홈클래스를 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었다. 취미가 이제는 직업이 될 정도로 다져져있다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나도 홈클래스를 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분명 힘이 될 듯 하다. 최소한 망설이는 당신의 등을 밀어주리라. 물론 헤엄을 스스로 쳐야

하겠지만. 너무 당연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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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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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의 작가 그리고 여덟 가지 이야기. 제목은 포맷 하시겠습니까?’.

제목만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어지간히 우울한 내용이리라는 것은. 보통 그렇지 않은가?

모든 상황이 쌩쌩 잘 돌아가고, 몸과 마음은 평온하고, 피곤하지만 씩씩하고 성실하게 일단

살아가고 있다면 포맷을 갈구하지 않을 것이다. 포맷을 원하는 그 순간 그 사람은 이미 그가

속해있는 그 상황에 진절머리치는 것을 넘어서서 지쳐있을 거다. 그래서 포맷을 선택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지만 어쩐다. 포맷은, 인생에서의 포맷은 그다지 쉬워 보이지 않으니까.

이 책에서 여덟 개의 소설을 읽으며 그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해야 했다. 포맷을 원하는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건 소설 속의 세상에서건 힘겹게 힘겹게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20~30대가 읽는다면 더 우울한 내용들, 그 속에서 발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잔재들이

답답함을 불러일으킨다. 아지랑이를 지글지글 피워올리는 8월의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인물들을 이제 만나보도록 하자. 맨 처음 소설은 김미월의 질문들이었다. 원래 처음이

중요하지 않던가. 대체로 기억에도 강인하게 남아있기 마련이고. 그래서일까?

이 소설이 책을 덮고나서도 가끔씩 생각난다. ‘죽일까. 말까.’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등단을

목표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리 매가리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 걸까?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걸까 걱정이 슬며시

들었을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결실를 거두지 못한

상태이고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의심도 없지 않다. 그러던 차에 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결혼을 한단다. 전세금 좀 쓰자고 한다. 흔쾌히, 순식간에 그러마라고 결정을 내리는 주인공.

돈 거래는 부모 자식간에도 하는 게 아닌데...하물며 오빠. 게다가 걱정을 빙자해서 동생의

그나마 있던 기력을 꺽어버리는 오빠와는 돈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

그럴 돈이 있으면 30분에 한 번씩 전원이 나가서 29분마다 저장을 해줘야 하는 그 노트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하지만 정에 못 이겨 돈을 빌려줘야 한다면 차용증을 쓰고, 이자도

제대로 받고...그래야 한다고 본다.

네가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야’...나는 이런 말을 싫어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치고 진짜

걱정하는 이가 있을까? 매번 드는 의구심, 대체로 그럴리 없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의 오빠가 그런 인물이다.

용기를 주지 못하고, 기운을 북돋아주지 못할망정 고생고생해서 모은 전세금이나 날름

집어가려는 오빠...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없었고, 물론 전세금 빼달라는

오빠는 더더욱 없음에도 슬며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명히 그 말 때문이었을 거다. ‘네가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데...’. 그 말만 아니었다면

동생에게 어렵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오빠를 안쓰럽게 생각했을 거다. 미친 집값과

본인이 스스로 부담할 수 없는 전세값에 한숨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동생을 말로

걱정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에게 자비는 없었다. 이 오빠가 내내 싫었고, 지금도 싫다.

그런 감정 이입이 있었기 때문에 이 소설은 강렬했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찾아읽어

보리라 마음 먹게 되었다. 조만간에 꼭!

완전한 불면은 최근에 열대야로 고생하고 있어서인지 몹시 끌린 제목이었다. 잠을 산다,

잠을 살 수 있다면...하지만 잠을 사지 못했고 그녀는 꿈 속인 듯 헤매고 있다. 결국은

마네킹이 되어버리는 그녀를 보는데 왜 이리 슬퍼지는 걸까. 대체로 이 소설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체로 슬프기는 하다. 위태롭고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들에게 안정은 없었다.

김미월, 김사과, 김애란, 손아람, 손홍규, 염승숙, 조해진, 최진영의 여덟 명의 작가...

이 중에서 내가 책으로 만나봤던 작가는 단 세 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서 그 세 명

외에 관심이 향하는 작가가 세 명이 늘었다. 그 세 명의 작가 소개를 살피며 다음에 읽을

책의 목록을 끄적끄적 만들어 보았었다. 여러 명의 작가의 소설이 모인 책을 가끔씩 읽는

편인데, 가끔 이렇게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가를 만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비록 소설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톤이 낮고 우울하고 어둡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가들의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독서

자체는 보람있었다. 이 내용에 공감할 수 밖에 없고, 이 소설과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일단 우리는 페이지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그 특유의 우울함은 일상의 번잡함에 쉽게 가려져버리지만 가끔씩 그 존재감을 느낄 때

분명 약해질 것이다. 그런 순간의 우리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우울해서 읽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일단 읽고나면 우울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복닥복닥 살아가고 있는, 살아내고 있는 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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