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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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 ‘소울 메이트재미있게 보았더랬다. 하지만 재미있게 보았다 하더라도

그 드라마를 수차례 다시 보고, 돌려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커피를 마실 때, 차를 마실 때, 퀼트를 할 때 음악을 듣는다. 마음에 들면 몇 번이나

다시 듣고 또 듣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에 맞는 음악을 틀려고 고심하는

편이고, 그때 딱 맞는 음악을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 평소에 부지런히 음악을 찾아듣고

있는 중이다. 음악은 친하고 가깝다, 최소한 드라마보다는. 그래서일까?

난 이 드라마들을 음악으로 기억한다. OST앨범 꽤 많이 들었었고, 그 중에서 팅캉팅캉

기타 연주를 해보려고 연습하고 있는 곡도 있다. 그래서였을 거다. 조진국 산문집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책의 제목은 외로움의 온도’. 외로움에 온도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외로움의

온도를 재고 싶다는 열망을 품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보니 어쩐지 외로움에도

온도감각이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서늘하기도 했었고, 때로는 뜨뜻미지근했었던 것도 같다.

확신은 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더라...정도랄까?

요즘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열대야에 뒤척이며 자다 깨는 밤은 일주일이 넘게 이어졌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발명하신 분들과 전기를 찾아내신 에디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보냈을

정도로 더웠었다. 개인적으로 책에도 계절이 있다고 믿고 있다. 여름에 읽어야 좋은 책이

있고, 겨울에 읽어야 참 맛을 알 수 있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건가 했었는데

다른 이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추정했던 건...내가 아는 누군가들의 독서에서 그런 계절색을

발견할 때가 가끔 있어서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무슨 책을 재밌게 읽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대충 책제목을 알려주는데, 이걸 보면 이게 최소한 지금이나 며칠전에 읽은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건 대체로 계절색으로 구분한다. 대체로 그

구분은 여름 한정으로 유효 적절한데, 이 더위에 읽을 수 있는 책일 리가 없잖아라며 추궁

아닌 추궁을 하면 실토한다. 몇 달 전에 읽었노라고. 이 책과는 관련이 전혀 없는 계절

이야기를 왜 이리 길게 했냐고 묻는다면...내 기준에서,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을 판단 잣대로

삼았을 때 이 책은 여름책이 아니었다. 가을에 읽었다면, 이 책을 가을에 읽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가. 겨울도 괜찮을 것 같고...봄은 좀 아닌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이 책에 나와있는 노래를 몽땅 찾아들으면서 책의 페이지를

넘기겠노라고 호기롭게 다짐했었는데...그러지 못했다. 노래를 찾아들을만큼의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노래를 찾아서 클릭, 손을 뻗어 멜론에서 검색하면 된다. 그런데 핸드폰마저

뜨끈뜨끈 열이 나서 멀리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리하여 노래를 건너뛰고 책만 읽게 되었는데.

나지막한 음성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페이지를 꾸준히 넘길 수 있을만큼 매력이

있긴 했지만 챕터를 하나 읽을 때마다 덥다, 넘 덥다... 왜 이리 덥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감성이나 감상은 분명히 온도가 있었고, 그 온도는 이 더위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만들더라.

그냥 단순히 더위에 지쳐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 책을 읽으려고 안간 힘을

써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그래서 이 책은 찬바람이 나면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처음의 의도대로 노래를 찾아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 타서. 호두가 듬뿍 들어간

쿠키를 구워서 곁들여야 겠다. 호두 쿠키와 커피가 있는 독서 시간을 가져야지.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그의 추억과 기억은 어쩌면 내 추억과 기억을 불러내 줄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나를 감정의 윈드서핑에 초대해주셨던 사람들도 쿨하게

떠오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관련된 내 에피소드를 꺼내놓더라도 더 이상

더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에서 내 자신을 꺼내서 뽀송뽀송 말려봐야지.

그러면 좋겠다 싶다.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읽다보면 내가 겪었던 유사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그런 게 다 생각나다니

이상한 일이네 싶지만, 어쩌면 그게 이 책과 이 작가가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너무나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다보니 저항감이나 거부감이 전혀

없다. 다만 이번에는 더위가 모종의 수를 부려서일까? 그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은 내가 알아

차려버렸다는 게 문제랄까. 어쨌든 가을에 읽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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