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에이, 이거 허풍일거야! 제목에서도 허풍이라고 되어 있잖아!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때때로 진실 같은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 전부가 모두 논픽션이라고 가정하는 순간 슬며시

무서워진다. 여자친구에 대한 권리를 서로에게 넘기는가 하면, 돼지에 대해 이상한 애정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그 돼지는 죽이는데 알고보니 그 돼지는...이라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면 그냥 재미있다고 볼 수 없다.

돼지와 동거인 두 명이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었다. 두 명은 이 돼지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기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돼지는 이 집단의 구성원이 되고만다. 한 명은 그 돼지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한 명은 그렇지 못하는데...그리하여 일어나는 잔혹한

사건을 말해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 미스터리를 담당하면서 섬뜩함마저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냥 장난처럼 시작되었던 여자친구에 대한 자랑이었는데, 그 여자친구는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기타등등의 물건으로 그 여자친구에 대한 권리를

사들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냥 웃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허상의 여자친구에게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의 군집은 어째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 상황은, 그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몰아간

그 상황만큼은 조금 무섭기도... 저 고립되고 황폐한 공간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서서히

미쳐갈 수 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가하면 과장이 물론 존재하겠지만 피식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도 없지 않아 있었다.

만땅 취해서 잘못된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는 내용이라던지 같은 집에서 살며 아옹다옹

다투다가 급조된 독립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세워진 두 채의 집이 이 두 사람에 의해서 단숨에

풍비박산이 난다는 부분은 왠지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냥 단순히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디테일이 너무나도 섬세했고, 그 내용은 쪼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인간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북극 허풍담을 읽으면 공기가 서늘해질 줄 알았다. 북극의 냉랭한 공기처럼 청량감을 주는

서늘함이 내 주위에도 잠시 동안 모습을 드러내 줄지도 모른다 깨알같이 기대했었다.

쉴틈없이 낄낄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없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덥지 않아지기도 했었다. 이 책으로 인해 더위가 휙하니

날아간 게 아니라 더위가 한 풀 꺾였더라, 어제 오늘.

날씨를 한 톤 정도 낮춰주는 게 이 책의 마법같은 힘이였을까나?

마냥 유쾌하지도, 마냥 허풍스럽지도 않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 패턴에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독특한,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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