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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 - 로키에서 태평양까지, 캠핑카로 돌아보는 국립공원
김남국.윤인섭 지음 / 시공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나의 로망은 고속도로를 타고 원없이 달려보는 것이었다. 차 창문을 모두 열고,
여유롭고 편안하게 슝~ 달려보는 것.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고, 경사도 커브도 별로 없는
곳이었으면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그 로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더랬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였을까? ‘미국서부여행’이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내 로망을 이루면서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무릎을 탁 소리 나게 쳤을 정도로 반가웠다.
이 책은 미국 국립 공원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캠핑 여행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각각의 국립 공원의 특징이라던지 경관을 보여주면서 반드시
보고 갔으면 좋을만한 포인트를 잘 집어주고 있다. 군데군데 사진자료도 꽤 많고.
사진으로 본 미국 국립 공원은 거대했다. 사진의 프레임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가득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달까. 국립공원마다 각자의 특징과 개성이 있었고, 거기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어서 어느 하나 놓치면 무척 아쉬울 듯 했다.
거대한 자연경관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힘들어
대체로 단념하는 유형이었다. 힘들다는 이유로 가지 않은 많은 곳들이 있는데, 그 리스트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 그래서 대체로 엄청난 자연경관은 사진으로 글로 책으로 만났었다.
이번에도 미국서부를 책으로 만났다. 그리고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거대한 나무를 사진으로 바라보며 직접 저 나무를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졌다.
자그마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자연경관은 나에게 어떤 감정을 안겨줄까, 직접 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운동이라도 시작할까 싶어졌다. 이제까지 힘들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던
곳들도 하나씩 둘 씩 섭렵하고, 체력을 더 길러서는 더 멋진 곳에도 도전해보고.
어린 시절에 어린왕자를 읽은 이후로 사막에 대한 동경이 약간은 있는지라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하얀 사막에 대한 글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마구마구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사막의
경계에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으려면 체력이 필수겠지. 정말 운동 해야겠다.
예전부터 사진으로만 봤던 더 웨이브를 이번에도 이 책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저기는 정말 꼭 직접 가보고 싶다. 하지만 보고 싶다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허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4달 먼저 인터넷 예약은 필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철저하게 도시아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에서 자랐고,
도시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도시를 떠날 계획이나 생각은 없다. 더 큰 도시를 찾아
머물게 될 것이고, 더 멋진 도시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러고보니 여행도 도시쪽을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프레임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도시 바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만든 것에도 물론 멋진 게
많지만, 자연이 만든 엄청난 것들이 보고 싶어졌다고 해야하나. 하긴 난 유난히 폭포를
좋아하기는 했다. 엄청난 폭포를 보기 위해서 적금을 넣기 시작했고 말이다.
폭포에서 그치지 말고, 산과 나무와 암벽 그리고 사막에 대한 풍경에도 관심을 가져야지
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미국 국립 공원을 여행하는 방법이라던가 준비물을 섬세하게
숙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살을 조금만 더 붙이면 여행에 나서도 될 듯 할 정도고.
직접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에 대한 당부가 꽤 신뢰가 간다.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