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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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의 절반도 맛일까? 그러고보니 다이어트를 매번 실패했었다. 실패로 이끈 음식도
참으로 가지가지.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아침, 점심, 저녁, 저녁, 저녁을 먹고 너무
배가 불러서 뒹굴뒹굴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때도 있다. 여행가면 꼭 이런다.
여기서가 아니면 언제 먹냐면서 아구아구 먹어치운다. 여행지에서 식비가 꽤 많이 나온다.
그리고 체중도 는다. 음식을 딱히 가리지도 않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상당히 좋아해서 일단 입에 넣고 보는 행태를 가지고 있다보니...이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해서 맛있는 것을 잔뜩 먹자고 다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것을 보면 내 추억의 절반도
어쩌면 맛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지나가려는 여름 동안, 야심한 밤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본분을 지키기
못하고 치킨을 좀 먹었고, 맥주도 조금 많이 마셨고, 더워서 새벽녁에 베이킹질을 했더니
포동포동 살이 쪘다. 중력이 강해졌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ㅠㅠ
그리하여 7시 이후에는 먹지 않겠다, 물만 먹겠다고 결정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자유롭게 냠냠 야식과 간식을 즐기다가 갑자기 물이라니. 어쨌든 저녁을 안 먹는 것도
아니라 참을만하지만...문제는 그런 때에는 꼭 이런 책을 읽게 된다는 거다. 그런 때에 이 책을
읽게 되는 게 아니라, 때때로 자기 반성으로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시기가 1년에 다수를 차지하는
편이고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책을 좋아하다보니 자주 읽는 편이기에 이 둘이 마주치는 순간은
무척이나 많다. 이번에도 그런 경우. 배고픈 상태에서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를 읽는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달걀이라도 삶을까, 냉동실에 있는 생선이라도 꺼내 구울까 별별
생각을 다 했더랬다. 물론 결연한 의지로 뿌리쳤다. 그런 스스로가 장해서 칭찬해 주기도 했었다.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은 자신을 뿌듯해했을 정도로 이 책에서 소개된 음식은 너무나도 맛있게
글로 쓰여져 있었다. 추억 속의 맛, 맛 속의 추억을 소재로 담고있는 책인데 그 추억과 맛은
이 책을 읽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의 기억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꿀꺽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만두, 국수, 생선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폭주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달까.
진짜 새벽 2시에 생선 구울 뻔 했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추억이 나와 딱 맞는 건 아니었다. 이를테면 채시라가 초콜릿 광고를 했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새끼줄에 묶인 얼음을 사러 나갔다가 녹기 전에 돌아오려고 달려
본 적도 없고. 불맛 제대로 나는 볶음밥과 캐러멜로 맛을 낸 것이 아닌 짜장면을 맛 본 적도
없었다. 나에게 볶음밥은 짜장소스를 곁들여주는 짜장면이랑 짬뽕이 별로인 날의 식사였고, 짜장면은
캐러멜 색소의 활약으로 언제나 까만 색이었다. 그랬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채시라의 초콜릿 광고도 찾아보았었고, 옛날에는 정말 맛있는 볶음밥과 지금과는 다른 맛의 짜장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그런 이야기들 말고도 호기심을 이끄는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가
무척 많았었다. 책 이야기도 나오고, 영화의 한 장면도 등장하고, 유학 시절의 에피소드도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도 나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음식은 사람이 살면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구나 싶었다, 추억에서 마저도. 그러면서 내 추억 속의 음식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려 보려했었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배가 고파서인지, 이 책에 너무 홀려서인지 먹고 싶은
음식만 떠오른다. 다이어트 중에 이런 책을 읽는 건 역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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