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바느질을 하고 있다. 퀼트, 지금 마무리 작업에 한창 중이라 뿌듯함이 코 앞에서
아른거리는 중이다. 바느질에 어울리는 성격 같지도 않고, 바느질을 좋아하지도 않았었다.
그랬었는데 어느 날 문득 퀼트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 날 바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엄청 멋진 것을 만드시는 분들 사이에서 초보가 클리어해야 하는 미션 바느질을 했었고,
지금도 거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아직은 배울 게 많고, 퀼트를 하고 나서 바느질을
들여다보면 엉망이라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정말 못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재미있다. 그런 엉성한 바느질이라도 조금씩 조금씩 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게
기뻤다.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난 성격이 급한 편이다. 한 뼘씩 성장하는 것도
무척 좋은 일이지만, 얼른 성장하는 걸 더 선호한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바늘을 잡을 줄도
모르지만 퀼트를 잘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낸 게 미싱이었다. 미싱을 한다면,
미싱을 퀼트에 도입한다면 어떻게 실력을 급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공그르기나 아플리케만
공을 들여 손으로 하고, 나머지는 드르륵 미싱으로 처리하면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에 생각이 이르자 혼자서 쾌재를 불렀었다. 왕도는 있었던거라고!
그리하여 미싱 교육을 알아보고 있었다. 집 근처에 한 군데를 물색해 놓았고, 조만간 방문해
볼 참이었는데 그 전에 사전 예습으로 ‘핸드메이드 홈 스타일 60’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미싱 배움이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꼭 만들고 싶었던 앞치마, 귀여운 냄비 받침, 이제는 티슈도 센스있게 체크 물티슈 커버,
테이블 매트와 파우치 그리고 가방...그동안 예쁜 것들을 찾아서 구입하기만 했었지 직접
만들어 보고자 마음 먹은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면 원단부터 장식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직 미싱을 만져본 적도 없는데 뿌듯해진다. 이미 마음은 미싱으로
박음질을 시작한 상태. 이 책의 좋은 점은 기본 바느질부터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느질이나 공그르기를 사진을 통해서 무척이나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만 봐도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공그르기가 어렴풋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라벨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죽라벨을 살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그냥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에
따라서 한 포대 만들어 둘 작정이다. 라벨을 살 게 아니라 예쁜 스템프를 사야겠다.
그리고 스텐실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 책에 나와있어서 이것도 도전해보고 싶다.
패브릭 스탠실의 로망을 이제야 이루는구나 싶다. 이런 식으로 천에 직접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서 핸드메이드 제품에 보다 섬세하게 개성을 부여할
수 있을 듯 하다. 아직 미싱도 없고, 천을 구입하지 않아서 무언가 만들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해보면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청 어려워서 하고 싶지 않은 모드로 만드는
게 아니었달까...집에 있는 안 입는 청바지를 활용할 수 있는 소품들도 꽤 등장해서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만든다. 북커버링 하나 제작 중이었는데, 이 책에 엄청나게 심플하고
예쁜 북커버가 등장한다. 조만간 꼭 만들어 봐야 겠다.
삐뚤빼뚤 손바느질도 보람차다고 생각한다. 바느질한 게 독특하고 예쁘기도 하고.
그런데 너무 힘들다. 진도가 안 나간다. 퀼트방에 갈 때마다 인사가 ‘오랜만에 왔습니다’가
되어서야 어디 쓰겠는가! 미싱으로 퀼트의 성장도 도모하고, 앞치마와 파우치도 쓱쓱
만들어 봐야 겠다. 이 책의 작가분 센스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분위기의
소품을 만드는 방법에 일가견이 있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이 센스를 좀 배워야 겠다.
조만간 미싱 배우러 가야겠다.
러블리한 앞치마를 입으면 왠지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마치 빨간머리 앤이 된 듯한 기분으로...
청바지 실증난다고 버리지 말 것! 활용의 방법이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