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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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첫 장면은 자동차 사고이다. 킬러라고 밝힌 그는 죽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기 직전에 그가 기억하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은 사고가 일어나기 한참 전으로 돌아간다. 그는 유능해 보인다.

직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사랑하는 아내는 아름답다. 다만 경제적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부업을 해야 한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헤드헌터이기에 재정적 난관에

부딪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아내에게 해주지 않는 일을

보상하려고 하는 듯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있다. 아내가 원하는 과분한 집에서

살기 위해서,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돈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또 다른 직업은 그림을 훔치는 것이었다.

헤드 헌터 일을 하며 인연이 닿은 지원자가 대체로 그의 또다른 직업에 활용되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완벽한 지원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엄청난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의 집으로 숨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그림을 훔치기 위해 들어간 그 집에서 그는 아내의

배신을 의심할 만한 단서를 포착하고 만다. 그림을 훔치고 아내를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게 그가 맞이하게 모든 고난의 시작이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추적당하게 되고, 그가 스쳐지나간 곳에는 살인을 비롯한 사건이

일어난다. 살아남기 위해서 기지를 발휘해야 하고, 자그마하고 수많은 퍼즐조각을

그러모아서 큰 그림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과정이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과연 그 미로같은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몇 겹으로 꼬여있는

그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소설만큼 흥미로운 건 역시 작가의 이력이 아닐까 한다. 엄청나게 화려하다.

북유럽에서 인기있는 스릴러 작가이고 그의 소설은 4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중식 중개인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록 밴드의 보컬까지.

작가의 이 엄청난 이력을 잇게 될 다음 계보가 궁금해지는만큼 그의 다음 소설

역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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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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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가 꼭 가봐야 할 100가지 장소, 이 책을 펼치면 좌르륵 쏟아진다.

여행지를 살피면서 여자만이 꼭 가봐야 할 곳이라기 보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멋지다고 감탄할만한 장소가 꽤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여자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보며 멋진 여행 정보를 얻는데에는 어떤 방해나 어려움은 없으리라.

보통의 여행책이나 여행 에세이를 보면 순간적으로 설레임을 느낄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감탄과 찬사가 듬뿍 담긴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 사진들과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떠나야만 할 것 같고,

나 역시 저기에 가면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가끔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는 정말 좋았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냥 그랬었다. 감탄할 정도는 아닌데 싶어진달까.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은 두 가지가 없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과 경탄으로 가득한 문장이 부재한다. 그리고 그 부재 대신에 정보가 있었다.

이 여행지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면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면 되는지, 이 장소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여기에서 놓치면 후회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이 책을 보는 이들에게 더욱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마련하는 계기를 선사해

준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데에서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역시 세상은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더 많다

라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에 유유자적 앉아서, 뒹굴뒹굴 거리며 텔레비전을 볼 때가 아니었던

거다. 그러기에는 안 가본 곳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 안 가 본 곳 중에는 멋진 곳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니 벌떡 일어나서 자리에 앉게 되더라.

그리고 멋진 여행을 더 많이 하기 위해 구체적인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여행책을

만나면 늘 하는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건 역시 두 가지였다. 시간과 돈!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는 그 아이러닉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을 덮은 다음에 심도깊게 고민해봤던 것 같다.

심도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뒹굴뒹굴 거리던 걸 멈추고 자세를 바로할 만큼

멋진 장소가 참 많은 책이었다. 돈과 시간의 아이러닉한 상관관계에 대한 성찰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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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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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여행 에세이라고 짐작했었다. 장소는 부탄일 것이고 말이다.

부탄은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고 말하는 책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짐작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니었다. 작가는 부탄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는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여행이었다고 한다. 2주간의 짧은 일정이었다. 하지만 그 여행은

그녀를 매료시켰다. 첫눈에 반한다는 건 저런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작가는 부탄에 첫눈에 반했고, 부탄으로 당장 날아갈만큼 행동력이 있었다.

그리고 부탄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부탄에서 그녀가 발견해 낸 보석같은 어떤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낯선 문화에 익숙해지고,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그 나라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상황들로 인해서 자신이 서서히 변해간다.

그런 특별한 경험의 순간들이 이 책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녀의 글에서는 행복과 만족이 느껴지고 지금의 생활에도 아무런 후회나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러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엉뚱한 말실수를 하고, 강아지만한 쥐에 놀라서 밤새도록 울어야 했고,

따뜻하게 목욕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또다시 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그녀는 부탄에서 만난 사람들과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할 수 있었고, 아직까진 여전히 부탄에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토록 매료될 수 있는 나라를 만난다는 것, 그토록 인연깊은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여러번 생각했다.

그런 장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어쩌면 기적의 영역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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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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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시큰둥하고 유쾌한 에세이다. 야구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야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간 많아서

야구를 부탁해라는 제목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른 제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야구를 부탁해가 되어버렸을까.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무척 제목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꺄웃하고 있다.

야구를 위해 중국과 미국으로 날아가고, 록 페스티발에도 가고, 만국 박람회를

관람하고, 세계 최고의 롤러 코스터를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아차, 사찰순례와 운동 순례를 빼놓을 뻔 했다.

야구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활동과 도전을 한 결과 쓰여진 이 글들은

작가 본인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의욕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매력적인 권유를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팔랑귀를 가진 오쿠다 히데오의

습성에 의해 쓰여진 것인 것 같다.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덕분에 유쾌한 글을 킬킬 웃으면서 읽었으니 그것으로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감하며 웃고, 어이없어 하며 웃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쿠다 히데오씨는 집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며

부지런하다기 보다는 조금은 게으른 부분이 없지 않아 많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욕의 지리를 무척 자세하게 알고 있지만, 뉴욕은 이 책의

한 꼭지를 장식하고 있는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자세하고 세밀하게 알고 있는 뉴욕 지리.

어쩐지 작가의 생활이 보이는 듯도 하다. 책과 사진과 인터넷으로 세계 여행을

이미 해버린 게 아닐까.

이 책이 매력 포인트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씨의 툴툴거림이었다.

그건 아니다 싶은 것에는 반드시 한 마디 하고 넘어가는 타입인 것인지,

상황에 적합한 투정을 토닥토닥 늘어놓고 있는데 그게 무척이나 재미있고

유쾌했다. 이게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의 진수가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느긋한 휴일에 뒹굴뒹굴 방바닥을 구르다가 이 책을 살짝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때마침 텔레비전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고 더 좋고 말이다.

냉장고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으면 더 멋질 것 같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면서 이 책의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는 거다. 그리고 피식피식, 킬킬 웃는거다.

괜찮은 주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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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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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렇다. 이 책은 사르트와 카뮈의 충돌과

논쟁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500페이지에 걸쳐서 이어지는 그들의 갈등은

마치 한 편의 대서사시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만큼 세밀하고 촘촘했다.

사랑이 그렇듯이 우정 역시 깨어지기 쉬운 게 아닐까.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가상 현실인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도 우정은 쉽사리 어그러지고,

현실이나 역사에서도 우정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망가져버린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민망할만큼 사소한 이유로, 때로는 설명되지 않은 오해로 인해서

말이다. 그들은 끝내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설득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고,

비난과 미움을 상대방에게 향한 채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쓸쓸함과 회한을

남기게 된다. 역사 속에서 유명인이라고 분류된 이들 역시 여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 경우를 몇 차례 보아 왔던 것 같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은 에밀 졸라와 세잔이 아니었을까.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고, 세잔에게 사과를 건네 준 게 졸라였다. 그렇게 끈끈한 인연으로

엮였던 그들임에도 죽을 때까지 서로를 보지 않았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의 상대를 향한 비난도 장난 아니지 않았던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함께 꿈을 키우며 격려했던 그들의 우정도 그러게 어그러져 갔다.

그들에 비해 사르트르와 카뮈의 우정은 비교적 늦게 이루어 졌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는 상태였으며, 그들 중 누구도

상대방에게 휘둘릴만큼 유약한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바꿀 수 없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확고한 생각과 정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확실해진 순간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논쟁을 걸었다는 건 그럼에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다는

게 아니었을까. 다만 그게 순수한 애정이 아닌 애증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것이다.

나와 결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등을 돌리고 멀이지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던 그 시대에는 그런 게 통용될만큼 평화롭지도 않았고,

그들의 충돌점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이상

그렇게 서서히 잊혀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격돌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그 맞대결이 이 책에서 그려지고 있다. 격렬하게 말이다.

사르트르와 카뮈, 아니 카뮈와 사르트르 그들의 논쟁사를 보며 충돌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섭하고 참견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건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 충돌은 분명 서로를 성잘시킬

테니까 말이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내 논리를

더 단단하게 키우고 다졌을 게 분명할테니까. 그리고 내가 던진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인생을 덜 외롭게

만들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의 논쟁사를 때때로 훈훈한 마음으로 지켜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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