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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7월
평점 :
‘우정과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렇다. 이 책은 사르트와 카뮈의 충돌과
논쟁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500페이지에 걸쳐서 이어지는 그들의 갈등은
마치 한 편의 대서사시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만큼 세밀하고 촘촘했다.
사랑이 그렇듯이 우정 역시 깨어지기 쉬운 게 아닐까.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가상 현실인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도 우정은 쉽사리 어그러지고,
현실이나 역사에서도 우정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망가져버린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민망할만큼 사소한 이유로, 때로는 설명되지 않은 오해로 인해서
말이다. 그들은 끝내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설득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고,
비난과 미움을 상대방에게 향한 채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쓸쓸함과 회한을
남기게 된다. 역사 속에서 유명인이라고 분류된 이들 역시 여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 경우를 몇 차례 보아 왔던 것 같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은 에밀 졸라와 세잔이 아니었을까.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고, 세잔에게 사과를 건네 준 게 졸라였다. 그렇게 끈끈한 인연으로
엮였던 그들임에도 죽을 때까지 서로를 보지 않았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의 상대를 향한 비난도 장난 아니지 않았던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함께 꿈을 키우며 격려했던 그들의 우정도 그러게 어그러져 갔다.
그들에 비해 사르트르와 카뮈의 우정은 비교적 늦게 이루어 졌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세계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는 상태였으며, 그들 중 누구도
상대방에게 휘둘릴만큼 유약한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바꿀 수 없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확고한 생각과 정치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확실해진 순간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논쟁을 걸었다는 건 그럼에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다는
게 아니었을까. 다만 그게 순수한 애정이 아닌 애증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것이다.
나와 결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등을 돌리고 멀이지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던 그 시대에는 그런 게 통용될만큼 평화롭지도 않았고,
그들의 충돌점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이상
그렇게 서서히 잊혀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격돌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그 맞대결이 이 책에서 그려지고 있다. 격렬하게 말이다.
사르트르와 카뮈, 아니 카뮈와 사르트르 그들의 논쟁사를 보며 충돌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섭하고 참견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건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 충돌은 분명 서로를 성잘시킬
테니까 말이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내 논리를
더 단단하게 키우고 다졌을 게 분명할테니까. 그리고 내가 던진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게 격렬하게 반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인생을 덜 외롭게
만들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의 논쟁사를 때때로 훈훈한 마음으로 지켜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