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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부탁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1년 7월
평점 :
오쿠다 히데오의 시큰둥하고 유쾌한 에세이다. 야구 에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야구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간 많아서
‘야구를 부탁해’라는 제목이 되어버린 것 같다.
다른 제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왜 ‘야구를 부탁해’가 되어버렸을까.
이 책을 모두 읽은 지금도 무척 제목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꺄웃하고 있다.
야구를 위해 중국과 미국으로 날아가고, 록 페스티발에도 가고, 만국 박람회를
관람하고, 세계 최고의 롤러 코스터를 직접 체험하기도 한다.
아차, 사찰순례와 운동 순례를 빼놓을 뻔 했다.
야구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활동과 도전을 한 결과 쓰여진 이 글들은
작가 본인의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의욕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매력적인 권유를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팔랑귀를 가진 오쿠다 히데오의
습성에 의해 쓰여진 것인 것 같다.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덕분에 유쾌한 글을 킬킬 웃으면서 읽었으니 그것으로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감하며 웃고, 어이없어 하며 웃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쿠다 히데오씨는 집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며
부지런하다기 보다는 조금은 게으른 부분이 없지 않아 많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욕의 지리를 무척 자세하게 알고 있지만, 뉴욕은 이 책의
한 꼭지를 장식하고 있는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자세하고 세밀하게 알고 있는 뉴욕 지리.
어쩐지 작가의 생활이 보이는 듯도 하다. 책과 사진과 인터넷으로 세계 여행을
이미 해버린 게 아닐까.
이 책이 매력 포인트는 역시 오쿠다 히데오씨의 툴툴거림이었다.
그건 아니다 싶은 것에는 반드시 한 마디 하고 넘어가는 타입인 것인지,
상황에 적합한 투정을 토닥토닥 늘어놓고 있는데 그게 무척이나 재미있고
유쾌했다. 이게 오쿠다 히데오식 유머의 진수가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느긋한 휴일에 뒹굴뒹굴 방바닥을 구르다가 이 책을 살짝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때마침 텔레비전에서 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고 더 좋고 말이다.
냉장고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으면 더 멋질 것 같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고,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면서 이 책의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는 거다. 그리고 피식피식, 킬킬 웃는거다.
괜찮은 주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