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노트 -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우리집 웰빙 파스타 하서 노트 시리즈
김민정 지음 / 하서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파스타를 처음 만든 게 언제였을까? 하루키 소설을 읽고나서였을 거다.

토마토 한박스를 사고, 커다란 냄비에 물을 끓여서 파스타를 삶게 된 것은...

파스타를 삶는 도중에 친구의 전 여자친구였던 이와 한참을 통화하다가 파스타가 다 삶아

졌기에 이제 그만 끊어야 한다던 그 부분의 무엇이 내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 놓았던 걸까.

그리고 파스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로 시판되는 소스를 사다가

만들어 먹었다. 토마토 소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하라는대로 열심히 했는데,

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었었는데, 그때의 좌절감이란...!

하지만 크림 소스는 단번에 성공했었다. 딱 시키는대로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게

크림소스 파스타였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파스타를 만들어주고 싶을 때는 역시 크림소스를

추천하고 싶다. 실패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서둘러 배달음식을 시킬 일은 없을 듯...

그러다가 파스타 가게들이 참 많이도 생기게 되었고, 거기에서 맛보았던 파스타를 때때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파스타 책도 여러 권 들춰보며 가끔씩 파스타를 만들어 먹곤 했다.

하지만 파스타 책을 찾아볼 때면 늘 부딪치게 되는 한계가 있다. 그건 요리책과 내 현실의

불일치에서 비롯한 레시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였다. 재료가 너무 비싸거나, 비싸지

않더라도 갖가지 재료가 필요해서 그걸 다 구입하다보면 이건 사 먹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싶어질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만들어 먹는 스타일 몇 가지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지금이 딱 그러고 있는 중이다. 일단 갖추고 있는 재료가 있는 것, 만드는 방법이 손에

익어서 레시피 북을 열심히 확인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것, 저번에 만들었을 때 실패하지

않았던 것...이런 것들만 계속 만들게 된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간단하면서도 냉장고를 열면 꺼낼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파스타 레시피가

가득 담겨있는 요리책이 한 권 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요리책을 만나면 나도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되게 파스타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도 파스타는 충분히 생활 속에 들어와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언가 친숙하지

않은 면이 없잖아 있다. 친하지만 아직까지 조금 서먹한 감정이 남아있는 사이랄까?

 

 

 

 

 

...어쨌든 그런 때에 읽었던 책이 파스타 노트였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단숨에 호감으로

끌어올렸던 건 역시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파스타 면의 분량은 80g으로 되어있다.

이제까지 파스타는 무조건 100g을 삶았었다. 거의 대부분의 요리책에서 그렇게 말했었고,

손대중으로 잡는 파스타면도 바로 그 그램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이 약간 많아 싶을

때가 없잖아 있었다. 배 고픈 날이나 단품으로 먹을 때는 괜찮지만, 샐러드나 다른 음식을

곁들이는 날에는 배가 불러서 식후에는 과한 포만감에 휩싸여야 했었다. 그러면서도 파스타

양을 줄일 생각을 못했다. 왜 그랬을까? 습관이란 게 그렇게 무서운 것일까??

이 책을 보며 앞으로 파스타는 꼭 80그램만 삶아야 겠다 싶었다. 때로는 70그램을...

어쨌든 파스타 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없애준 것만으로 이 책은 무척 고마운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꽤 편안하게 접했었다. 이 책의 레시피를 개인적으로 멋대로 재해석했었달까.

그러니까 없는 재료는 마구 건너뛰고, 대신 넣어도 될 만한 게 있으며 집어넣고...

평소와는 다른 버전의 까르보나라도 만들어 보고... 다 만들고나서 보면 빠진 재료가 비중이

꽤 높은 재료라서 비주얼이 사진과는 참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맛있게 먹으니까 다음에도 또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재료가 하나씩 둘씩 없더라도 만들어

보게 되고, 또 다른 레시피를 찾아보게 되고...그걸 반복했었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먹지

않아서 쌓여있었던 푸실리와 펜네도 이번 기회에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파스타 남은

것들도 몽땅 다 먹어치웠고 말이다. 이렇게 허술하게 만들었는데도 맛있었는데, 제대로

만들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궁금해진다. 솔직히 가까운 마트에서 다 구입할 수 있는 재료라서

잠깐 시장을 보러 나갔다왔어도 좋았을텐데. 그럼 비주얼도 제대로인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인 걸 어쩌겠는가! 파스타마저 떨어진 이 때는 바로

파스타를 위한 재료를 구입할 타이밍인 것이다. 페페론치노가 몇 개월 전에 똑 떨어졌음에도

버티고 또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구입할 생각이다. 그리고 파스타 전용 냄비도 괜찮은

걸로 찾아보고 싶고. 매번 집에 있는 커다란 냄비를 사용했는데, 파스타가 순식간에 폭 잠길

파스타용 냄비가 있었음 싶었으니까. 이번 기회에 마음에 맞는 걸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파스타 그릇! 파스타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참 다른 모습이구나 싶으면서

그 그릇으로 인해 더 맛있어 보이는 파스타를 담아낼 수 있겠구나 싶어서...파스타 그릇에

한참 욕심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것 저것 가지고 싶은 것이 참 많아졌지만, 이 책을 통해서 파스타 모험을 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혼자만의 시도를 감행해볼 수 있었다는 데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정말 제대로 재료를 모두 갖춰서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이 책은 가까이에

두고 자주 들춰보지 않을까. ~ 파스타와 조금 더 친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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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혼자 살기 5년차가 되면 일단 노련함인 느껴진다. 이제 혼자 살아서 어색하다거나 거듭되는

시행착오 따위는 더 이상 없다. 오로지 생활만이 있을 뿐이다. 노련한 5년차의 생활이!

이 책으로 타카기 나오코씨를 처음 만난 게 아니다. 이전에 독립생활 다이어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5년차의 기록을 만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오로지 한 권의 책만을 읽었을 뿐이지만...‘와 나오코씨 강해졌다

라고 중얼거리거나 그녀의 고도로 발전한 문제해결 능력에 짝짝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을

정도였다. 일단 5년차라는 것은 대단하구나 싶다. 5년차의 무게감이 이 책에서 마구마구

느껴진다. 여전히 그녀는 때때로 울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단있고

씩씩해진 듯 하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물론 그녀의 유머감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5년차 혼자 살기 선배가 들려주는 혼자서 밥 먹는 방법, 혼자만을 위한

장보는 방법, 혼자서 덮밥집에 용감하게 들어가는 방법, 방범을 위해 위험에 대처하는

싱글녀의 자세 같은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들려준다. , 한 가지 더 있다. 혼자서 맛있게

맥주 타임 갖는 방법...그 모든 것에 생존의 지혜랄까, 생활의 전략같은 게 소복소복

쌓여있어서 이건 정말 생활의 문제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달까.

얼마 전에 장을 보고나서 장바구니 가득하게 인스턴트 음식들이 들어있어서 순간 화들짝

했었다. 장바구니라도 들고왔으면 좋았을텐데, 하필이면 그 날은 그마저 없었다.

그 순간 이 책에서 읽었던 한 장면이 반짝 떠올랐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서 장본 물건들을

비닐 봉투안에 차곡차곡 수납하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식품들은 배열을 통해서 완벽하게

감출 수 있었고, 오는 길에 희희낙락 바게트라도 사서 이 만화책에서처럼 파리지앵 기분을

내볼까 싶기도 했다. 아직까지 혼자서 덮밥집에 갈 의향은 없지만...이러다 문득 용기가

생겨서 드르륵 문을 열고 덮밥집 테이블에 앉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그때는 이 만화에서 읽은

조언이 상당히 기운을 북돋아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혼자서 마시는

맥주의 법칙이라고 하나. 혼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철저하게 지키는 룰이 있는데, 그것만

있다면 혼자서라도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는

섬세하게 계산된 룰이 있으니 아직까지 혼자서 술 마시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재미있었고 유용한 생활의 깨소금 정보가 넘친다. 실제로 혼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무한 공감을 느끼며 킬킬거릴 것이고, 이제 막 혼자 살아보려는

이들은 용기를 얻고 무언의 격려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마음의 준비라는 덤도

있다. 혼자 사는 건 그렇게 대단한 일도, 만만한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생활...!

다만 혼자서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진다는 거다. 나갔다 돌아오면 내가 해놓은 그대로 온전하게

남아있다. 무엇을 해야할지 하나하나 내가 결정해야 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 그게 무겁지만...그게 자유의 무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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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별 요리 절대가이드 - 냉장고 속 남은 재료 100% 활용 프로젝트 절대가이드 시리즈
윤은숙 지음, 구자권 사진 / 삼성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냉장고 속 남은 재료 100% 활용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급증시킨다.

싸다 싶으면 계획이 없어도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그 다음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습성을 가진 나로서는 냉동실에 식재료가 꽤 많이 존재한다. 그러다가 유통기한이

6개월이 넘은 식재료가 발견되기도 하고, ...숨겨서 뭐하겠는가! 해를 훌쩍 넘은 것이

발견되어 흠칫 놀랄 때도 있었다. 저긴 알래스카니까 모든 게 정지되는 것과 비슷하니까

상하지만 않으면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대충 버리는 건 없다.

하지만 먹으면서 쿨해지지는 않는다. 배탈이라도 나면 약값이 더 들텐데 슬핏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 튼튼함을 기뻐야 하는건가!

지금도 냉동실에는 연어토막과 냉동해산물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고, 표고버섯도 뒹굴거리고

있으며 아까전에 살펴봤더니 닭고기도 있더라. 돼지고기도 조금, 소고기도 조금...

저것들을 정리해야 아이스크림도 사다놓고, 맛있는 스무디를 위한 과일도 얼려놓을텐데.

냉동실이 너무 복잡했고, 마침 이 책이 손 안에 들어왔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냉동실을 싹 정리해주겠어...라며.

이 책은 재료별로 레시피가 정리되어 있다. 재료별로 레시피가 정리되어 있는 게 이토록

편할 줄은 몰랐다.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던 요리책의 대다수는 레시피들이 지은이의

의도와 편의에 맞게 나열되어 있었다. 보통은 뭔가 테마에 따라서 정리되어 있었던 듯.

나 홀로 차려먹는 밥상,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 대응하는 방법...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마침 냉장고에 가지가 있는데, 위험한 상태가 되려고 하는 상황일 때 레시피를

찾으려면 책의 차례를 쭈욱 훑어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편하다. 차례에서

가지만 찾아내면 되니까. 재료가 육류, 채소, 해산물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더욱

찾기 쉽다. 손에 든 감자나 가지, 이제는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거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건 집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밥반찬 류가 상당히 많다는거다.

특별한 요리를 만들 때...솔직히 잘 없지 않나. 보통의 반찬 레시피가 자주 활용되는 것이지.

저녁상이나 간단한 술안주 만들 때 활용하면 좋을 듯 했다. 게다가 레시피들이 왠지 익숙하고

정감이 간다. 이거 엄마가 자주 해주던 거네, 싶은 것도 많았고 예전에 자주 만들어 먹던

음식도 발견해서 몹시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한번 만들어 먹어봐야지 싶어졌달까.

이 책과 함께라면 조만간 냉동실 뿐만 아니라 냉장실도 말끔하게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힘내보련다. 당분간 맛선생의 도움이 아니라 이 책을 사부삼아 요리의 파도를 넘어보리!



 
 

감자 샌드위치.

 

감자 사라다...? 감자 샐러드? 감자 스프레드? , 이거 뭐라고 부르면 되는 거였더라?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어쨌든 삶은 감자를 뜨거울 때 폭폭 찧어서 야채랑 햄이랑 옥수수랑

함께 마요네즈랑 겨자에 버무리는 것, 어렸을 때 자주 먹었었는데. 요즘은 샐러드바에 가서도

잘 안 먹게 된다. 탄수화물을 피하고 포만감을 저지하기 위한 뷔페의 원칙에 따르면 감자

같은 건 먹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이 감자 샐러드를 빵에 발라 먹는 샌드위치도 참 오랜만

이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을 정도! 이거 해먹으려고 했는데, 빵이 없어서 잠시 유보했다.

조만간 식빵 사와서 꼭 만들어 먹어보려고 한다. , 맛있겠다 ㅎㅎ



 
 

 

가지는 내가 좋아하는 채소 중에 하나. 아무래도 보라색이라서 호감을 가지는 게 아닐까

싶다. 포도와 보라양파, 가지...식재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색인데 파란색처럼 맛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지가 너무 먹고 싶어서 사놓긴 했는데, 라구소스를

곁들인 가지그라탕같은 걸 먹고 싶었었는데 게을러서 못하고 가지가 시들고 있었다 ㅠㅠ

이 책을 보고 가지전이랑 가지찜을 해먹었다. 사진 첨부하고 싶었으나... 신경써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진 첨부가 이 책과 저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될 듯 하여 생략했다.

...! 아쉽다. 비주얼은 그랬지만 맛있었는데!! 가지가 사진발이 잘 안 받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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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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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더글라스 케네디의 무려 2권짜리 소설이다. 빅 픽처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 뒤로 그 소설을

꾸준히 구입하기도 했다. 그 구입한 소설을 다 읽었느냐 묻는다면 머뭇거리게 되겠지만.

물론 구입할 때는 읽겠노라 다짐하고 손에 넣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시간이 나면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책이 있다. 빅 픽처 이후의 그의 소설이

나에게 그랬다. 그리고 오랜만에 행복의 추구를 읽게 되었다. 2권짜리...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를 믿었기에 긴 시간 할애하지 않고 읽을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일부는 맞았고, 일부는 전혀 예상을 벗어났다. 이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면 몰입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쓸데없는 비판의식이 불쑥불쑥

존재감을 나타내서 때때로 독서를 중단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꽤 많았다는거다. 매력적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결정과 판단을 내리고 그 자신의 입장을 존중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듯한 인물이 있는가하면,

구축된 성격과 개성과는 정반대로 행동해 버리고 마는 인물도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인생관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인물들을 보며...시대상황이라는 변명을 끌어붙이기에도

너무 심했다 싶어진다. 그냥 이건 제멋대로인게 아닐까 싶어지니까.

액자소설! 그래, 학교 다닐 때 소설의 유형에서 보았던 그 액자소설의 유형을 취하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막 치른 케이트 앞에 스토킹으로 오해할 정도로 집요하게 만남을 요청하는

노부인이 나타난다. 경찰에 신고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 부인이 케이트에게 던진 패는

너무나 강렬해서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앨범을

전달받고 당장 그 부인을 만나러 달려간다. 그리고 그 노부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부인도 처음부터 노부인은 아니었다. 새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작가의 꿈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오빠 에릭이 주최한 파티에 갔다가 운명적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잭 말론. 첫 눈에 반한 그들은 사랑을 맹세하고, 그는 다음날

표표히 떠나버린다. 그가 아직은 군인이었다는 것이 훌륭한 핑계로 작용했다.

잭 말론은 케이트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케이트도 존재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는 했지만... 잭 말론이 연락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새러는 그에게서

한 통의 연락도 없자 낙담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아웃당하게 된다. 오히려 그건 그녀에게 기회였다. 오빠 에릭의

격려 속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찾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한 편의 소설을

쓰게 된다. 전시에 만난 격정적 연인의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자전적 소설.

그 소설은 신문에 연재되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꾸준히 연재를

맡게 된다. 그녀의 독특한 시선은 사람들에게 금새 인기를 끌었고 그녀는 나름대로 행복

하게 살아가려 한다. 그 사이에 그녀에게는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마마보이와 결혼을 하게 된 것. 그 결혼으로 그녀는 참혹한 상처를

경험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회복되고 난 이후였을 거다. 잭 말론이 그녀의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게 있다면 과거의 남자와는 다시 시작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일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위험한 일을 그녀는

저질렀고, 잭 말론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아이도 있었다. 잭 말론, 양다리를 걸친다.

그것도 부인에게 새러를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하고, 부인에게 선택을 종용해서 가정을

유지시키는 짓을 한다. 이때부터 이거 뭐지?’ 싶었다. 시대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기에

그들은 비겁했고 용기가 부족했고, 너무 많은 것을 망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상처를 지속하는 행동을 계속했고, 그런

가해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피해자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당해주는 사람도 문제가 있었다.

나중에 돈 문제로도 엮이는데,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 돈을 거절하던가, 아니면 그 돈을 받는 대가로 그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협박을 하다니...이 역시 뭔가 싶다.

한 남자에게 반복해서 사랑에 빠지는 걸 보니 새러의 말론에 대한 사랑은 조건반사였던

것 같고, 잭 말론은 비겁하고 약해빠졌다. 잭 말론의 아내 도로시는 자신의 인생을

알뜰하게 챙기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실존인물이 아니라서

화를 낼 수도 없고, 그저 책을 읽는 독자이므로 화를 낼 유일한 방법은 이 책을 그만

읽는 것 밖에 없을텐데. 화를 낼 수 없었고, 그만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거 뭔가싶으면서도 계속 읽게 된다고

해야하나. 중간에 그만둠...이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만큼은 이 작가의 부인할 수

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만큼은 너무 했다 싶다.

이 인물들이 별로 이해가 안 된다. 괜찮은 인물로 그리고 있으면서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결국은 돈으로 흔들리고...결국 돈이면 여유를 갖게 되고, 만사 해결된다는 건가.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기적이고 합리화에 지나치게 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걸까. 무엇이 행복의 추구인지도 모르겠고, 결국은 행복은 셀프로

챙겨야 한다는 것일까 혼란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읽는 동안 빠져 들어서 읽었지만,

읽으면서 불만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뱅글뱅글 휘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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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추구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2권에서는 새러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반에는 행복해 보인다. 꿈에도 잊지 못했던

첫사랑 그를 다시 재회하고, 그의 마음도 그녀처럼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니까.

하지만 이미 그는 결혼한 상태였다. 아내가 그 옆을 지키고 있었고, 사랑하는 아이도 있었다.

새러를 붙잡은 잭은 가정을 깨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아내 도로시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사랑하는 애인에게 오겠다고 말하는 그의 말은 순도 몇 퍼센트였을까? 결국에는 아내에게

자신의 연애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마는 내용을 읽으며 잭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아내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불륜의 상대로 끌어내려

버리는 남자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그는 선택을 유보했다. 사랑도 지키고 싶었고,

가정도 지키고 싶었다. 게다가 그의 그런 마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의 아내와

애인은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다. , 아이의 존재를 빼먹었다. 아이에게도 큰 상처가 되리라.

그는 표면적으로, 대외적으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나쁜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진짜 몹쓸 놈이

되어버렸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는 대내적으로 나쁜 사람의 특징인 나약함과 비겁함마저

갖추고 있었다. 2권에서는 그런 비겁하고 약해빠진 잭이 시작한 어떤 행동으로 일어나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잭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혼자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그의 행동으로 인한 대가는 모든 사람이 함께 감당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의

그런 면모에 대해 방조한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새러는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륜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연애를 결정했고, 그녀의 그런 연애는 잭의 아내 도로시에는 크나큰

상처였다. 새러 역시 도로시에게는 가해자였다. 도로시는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했다. 자존감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졌다. 그래서 그런 생활을 참아내고 견딜 수 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잭의 비겁함을

방조했다. 그의 비겁함을 제대로 응징해야만 하고,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도로시였을텐데.

어쨌든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체로 상황에 휘둘렸고,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해서 한없이 꼬여만 가는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되느냐고? 행복해 지느냐고? 그건 읽어보면 알게 될 것 같다.

해피 엔딩이 중요할까 싶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해피 엔딩보다 과정 중에 해피 한 게

더 강한 게 아닐까 싶어지니까. 비겁한 게 나쁜 것일까 가끔 생각하곤 했었는데,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비겁함이라면 나쁜 것이라고 확실하게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소설 읽으면서 등장인물에게 화내 본 게 오랜만이라서 신선하기는 했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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