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무려 2권짜리 소설이다. 빅 픽처를 재미있게 읽었고, 그 뒤로 그 소설을
꾸준히 구입하기도 했다. 그 구입한 소설을 다 읽었느냐 묻는다면 머뭇거리게 되겠지만.
물론 구입할 때는 읽겠노라 다짐하고 손에 넣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시간이 나면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책이 있다. 빅 픽처 이후의 그의 소설이
나에게 그랬다. 그리고 오랜만에 ‘행복의 추구’를 읽게 되었다. 2권짜리...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를 믿었기에 긴 시간 할애하지 않고 읽을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짐작은 일부는 맞았고, 일부는 전혀 예상을 벗어났다. 이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면 몰입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쓸데없는 비판의식이 불쑥불쑥
존재감을 나타내서 때때로 독서를 중단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꽤 많았다는거다. 매력적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결정과 판단을 내리고 그 자신의 입장을 존중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듯한 인물이 있는가하면,
구축된 성격과 개성과는 정반대로 행동해 버리고 마는 인물도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인생관과 행동이 전혀 다른 인물들을 보며...시대상황이라는 변명을 끌어붙이기에도
너무 심했다 싶어진다. 그냥 이건 제멋대로인게 아닐까 싶어지니까.
액자소설! 그래, 학교 다닐 때 소설의 유형에서 보았던 그 액자소설의 유형을 취하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막 치른 케이트 앞에 스토킹으로 오해할 정도로 집요하게 만남을 요청하는
노부인이 나타난다. 경찰에 신고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 부인이 케이트에게 던진 패는
너무나 강렬해서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앨범을
전달받고 당장 그 부인을 만나러 달려간다. 그리고 그 노부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부인도 처음부터 노부인은 아니었다. 새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작가의 꿈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오빠 에릭이 주최한 파티에 갔다가 운명적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잭 말론. 첫 눈에 반한 그들은 사랑을 맹세하고, 그는 다음날
표표히 떠나버린다. 그가 아직은 군인이었다는 것이 훌륭한 핑계로 작용했다.
잭 말론은 케이트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물론 그때는 케이트도 존재하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는 했지만... 잭 말론이 연락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새러는 그에게서
한 통의 연락도 없자 낙담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직장생활을 해내지도
못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아웃당하게 된다. 오히려 그건 그녀에게 기회였다. 오빠 에릭의
격려 속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찾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한 편의 소설을
쓰게 된다. 전시에 만난 격정적 연인의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자전적 소설.
그 소설은 신문에 연재되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꾸준히 연재를
맡게 된다. 그녀의 독특한 시선은 사람들에게 금새 인기를 끌었고 그녀는 나름대로 행복
하게 살아가려 한다. 그 사이에 그녀에게는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마마보이와 결혼을 하게 된 것. 그 결혼으로 그녀는 참혹한 상처를
경험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회복되고 난 이후였을 거다. 잭 말론이 그녀의 눈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은.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 게 있다면 과거의 남자와는 다시 시작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일수도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위험한 일을 그녀는
저질렀고, 잭 말론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아이도 있었다. 잭 말론, 양다리를 걸친다.
그것도 부인에게 새러를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하고, 부인에게 선택을 종용해서 가정을
유지시키는 짓을 한다. 이때부터 ‘이거 뭐지?’ 싶었다. 시대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기에
그들은 비겁했고 용기가 부족했고, 너무 많은 것을 망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치명적
상처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상처를 지속하는 행동을 계속했고, 그런
가해자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피해자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당해주는 사람도 문제가 있었다.
나중에 돈 문제로도 엮이는데,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다.
그 돈을 거절하던가, 아니면 그 돈을 받는 대가로 그런 조건을 내걸지 않았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협박을 하다니...이 역시 뭔가 싶다.
한 남자에게 반복해서 사랑에 빠지는 걸 보니 새러의 말론에 대한 사랑은 조건반사였던
것 같고, 잭 말론은 비겁하고 약해빠졌다. 잭 말론의 아내 도로시는 자신의 인생을
알뜰하게 챙기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실존인물이 아니라서
화를 낼 수도 없고, 그저 책을 읽는 독자이므로 화를 낼 유일한 방법은 이 책을 그만
읽는 것 밖에 없을텐데. 화를 낼 수 없었고, 그만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거 뭔가’ 싶으면서도 계속 읽게 된다고
해야하나. 중간에 그만둠...이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만큼은 이 작가의 부인할 수
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하지만 이번 소설에서만큼은 너무 했다 싶다.
이 인물들이 별로 이해가 안 된다. 괜찮은 인물로 그리고 있으면서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결국은 돈으로 흔들리고...결국 돈이면 여유를 갖게 되고, 만사 해결된다는 건가.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기적이고 합리화에 지나치게 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걸까. 무엇이 행복의 추구인지도 모르겠고, 결국은 행복은 셀프로
챙겨야 한다는 것일까 혼란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읽는 동안 빠져 들어서 읽었지만,
읽으면서 불만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뱅글뱅글 휘둘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