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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혼자 살기 5년차가 되면 일단 노련함인 느껴진다. 이제 혼자 살아서 어색하다거나 거듭되는
시행착오 따위는 더 이상 없다. 오로지 생활만이 있을 뿐이다. 노련한 5년차의 생활이!
이 책으로 타카기 나오코씨를 처음 만난 게 아니다. 이전에 ‘독립생활 다이어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5년차의 기록을 만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오로지 한 권의 책만을 읽었을 뿐이지만...‘와 나오코씨 강해졌다’
라고 중얼거리거나 그녀의 고도로 발전한 문제해결 능력에 짝짝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을
정도였다. 일단 5년차라는 것은 대단하구나 싶다. 5년차의 무게감이 이 책에서 마구마구
느껴진다. 여전히 그녀는 때때로 울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단있고
씩씩해진 듯 하다. 그런 에피소드들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물론 그녀의 유머감각은
여전히 유효하고. 5년차 혼자 살기 선배가 들려주는 혼자서 밥 먹는 방법, 혼자만을 위한
장보는 방법, 혼자서 덮밥집에 용감하게 들어가는 방법, 방범을 위해 위험에 대처하는
싱글녀의 자세 같은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들려준다. 아, 한 가지 더 있다. 혼자서 맛있게
맥주 타임 갖는 방법...그 모든 것에 생존의 지혜랄까, 생활의 전략같은 게 소복소복
쌓여있어서 ‘이건 정말 생활의 문제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달까.
얼마 전에 장을 보고나서 장바구니 가득하게 인스턴트 음식들이 들어있어서 순간 화들짝
했었다. 장바구니라도 들고왔으면 좋았을텐데, 하필이면 그 날은 그마저 없었다.
그 순간 이 책에서 읽었던 한 장면이 반짝 떠올랐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서 장본 물건들을
비닐 봉투안에 차곡차곡 수납하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식품들은 배열을 통해서 완벽하게
감출 수 있었고, 오는 길에 희희낙락 바게트라도 사서 이 만화책에서처럼 파리지앵 기분을
내볼까 싶기도 했다. 아직까지 혼자서 덮밥집에 갈 의향은 없지만...이러다 문득 용기가
생겨서 드르륵 문을 열고 덮밥집 테이블에 앉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그때는 이 만화에서 읽은
조언이 상당히 기운을 북돋아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혼자서 마시는
맥주의 법칙이라고 하나. 혼자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 철저하게 지키는 룰이 있는데, 그것만
있다면 혼자서라도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는
섬세하게 계산된 룰이 있으니 아직까지 혼자서 술 마시는 건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아..재미있었고 유용한 생활의 깨소금 정보가 넘친다. 실제로 혼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무한 공감을 느끼며 킬킬거릴 것이고, 이제 막 혼자 살아보려는
이들은 용기를 얻고 무언의 격려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마음의 준비라는 덤도
있다. 혼자 사는 건 그렇게 대단한 일도, 만만한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생활...!
다만 혼자서 책임져야 할 게 많아진다는 거다. 나갔다 돌아오면 내가 해놓은 그대로 온전하게
남아있다. 무엇을 해야할지 하나하나 내가 결정해야 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스스로
져야 한다. 그게 무겁지만...그게 자유의 무게가 아닐까?